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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Oct 16. 2020

E09. 운동 구력과 글 구력


"구력(球歷) 얼마나 됐어요?"


운동 좀 해본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말이다.

여기서 구력이란 쉽게 경력을 말하는데, 얼마나 오래 해왔냐, 몇 년차냐, 뭐 그런 질문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N포털 국어사전에선 구력을 "공(球) 다룬 경력"이란다. 공 구자를 쓴 구력이니 자못 납득 간다만, 바벨, 덤벨 다룬 경력에도 왜 구력을 붙이는건지. 토달 것 없이 그렇다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나야 경력 많은 쪼렙이라 구력이라 할 것도 없다.

죽어라 들고 쪼던 때를 지나 이젠 '에고고. 좀 쉬어가자.' 할 줄도 알아 성장 없던 시간이 7년엔 껴 있다. 헬스장 가지 못할 만큼 아팠던 때도 있어, 7년간 운동 해왔지만 구력 7년이라 하긴 왠지 찔리기도 하다. 그래도 인정해 주신다면 냅다 7년이라 답할거지만.


구력에 집착하는 건 아마 경력의 인정일테다.

운동이란 게 그렇다. 10시간씩 30일 운동해 긴급 수혈한 근육이 30분씩 10년을 운동해 옹골옹골 들어어찬 근육을 이길 수 없다. 전자가 풍선 집이라면 후자는 벽돌 집일테다. 30분씩 1년 자란 세월보다야 10년에 더 큰 성장이 있음은 말할 것 없다. 누가 그랬다. 그래서 운동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 무시 못하는 구력이겠다.


결국 잘한 일이었다.

살찐 내 모습 보는 게 힘들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잘된 일이다. 지금 시작한 누구보다야 나는 7년을 앞섰고, 행여 늑대라도 쫓아와 "후~" 불어도 내가 쌓은 근육 집은 끄떡 없을 테니까. 켜켜이 담은 7년은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견고한 성이 되었다.




글에도 구력이 있음을 믿는다.

꾸준히 쓰며 더해가는 일만 남는다. 경험이 쌓여 나아질 일만 남는다. 좋아질 일이 기다려진다. 글 구력은 운동 구력과 닮아있어 이것에 보낸 숱한 시간과 힘은 모두 글력이 된다. 때가 오면 어디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구력 좀 됩니다."


나 같은 작가가 매일 쓰는 이유, 이제 헤아려 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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