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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Nov 23. 2020

"좋튀"에 대한 단상

좋아요 누르고 튀기

먹튀가 먹고 튀는 거라면, 좋튀란 “좋아요” 누르고 튀는 일을 말한다.(*작가 지어냄)


몇 번 좋튀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읽지 않고 하트만 누르고 간 경우가 그것이었다.

알게 된 때로 매꿈이 빠진 하트의 느낌을 받았다. 속이 텅 비어있는 좋음이라 어쩐지 허전한 감이 있었다.


이런 댓글도 받아 보았다.


“좋아요 눌러드렸으니, 제 블로그도 놀러 오실 거죠?”


좋아요를 자기소개의 스티커로 삼은 모양이었다. 여기 블로그 하는 내가 하트 누르고 가줬으니, 너도 내 공간에 와 주라는 일종의 초대였겠다.


어쩐지 내가 알던 하트가 아니었다.

좋튀에, 좋튀라도, 반갑긴 했으나 절절한 고마움은 아니었다.

곱게 차려놓은 글 밥은 맛보지도 않은 채, “툭”하고 좋아요만 누르고 가는 꼴이 어쩐지 가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먹튀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좋튀 또한 어딘가 튀었다는 냄새가 강했다.


그러다 나도 좋튀 몇 번을 하게 되었다.

읽을 틈이 잘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뭐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좋아요만 누르고 다음 글로 넘어갔고, 또 누르고 화면을 닫았다. 클릭 한 번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정도 틈은 낼 수 있었다.


요즘은 좋튀마저 할 수 없는 바쁨이 내게 있다.

나의 재능과 시간을 화폐로 교환해간 사람들을 위해 내어주어야 하는 시간들이다. 따라서 시간 대부분은 그들을 위해 써야 하고, 어떤 때는 시간을 마련해 그들에게 답해주어야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그들을 위해 내 시간을 내어준 셈이다. 때문에 글 쓸 시간이 퍽퍽퍽 부족하다. 읽을 시간도 팍팍팍 모자라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해야 할 나머지 것들이 떠올라 분주하다. 윤문이랄 것도 없이 주욱 써내려가 본다. 행여 월과 금,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무개를 위해 내가 보일 수 있는 작은 성의다. 아주 짧은 인사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쟈스민 잘 지내요! 11월 개바쁨!”

“내가 좋튀 못하더라도, 안부 댓글 못 달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개바쁨!”


좋튀도 사랑이었음을 배운다.

“좋아요” 꾸욱 눌러드릴 시간도 못 만드는 나를 보며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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