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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Feb 08. 2021

전세집 천장에 물이 샌다.

똑, 똑.

내가 빌려 살고 있는 전셋집 천장엔 가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나이는 못 속이는지, 잘못 지어진 건지

이사를 앞둔 요즘 유독 자주 들리는 소음입니다.


똑, 똑.

나에겐 글감이지만 성가심인 것도 사실입니다.

자는 사람 아랑곳없이 들리는 소리에 잠에 깰 때도 있거든요.

“빨리 이사를 가야지 원.”

전셋집이라 다행이라는 건, 이럴 때 느낍니다.


집 주인은 그랬습니다.

“돈이 없어서 새로 이사 올 사람한테 전세금 받아야 드릴 수 있어요.”

당연히 받아야 할 내 돈이지만, 집주인은 꼭 당연한 건 아니라는 듯 이야기 했습니다.

세입자인 나는 멘붕이었죠.

이사 갈 집은 이미 계약해 둔 상태였고, 물론 이 집의 전세금 되받는 즉시 새로운 집주인에게 주었어야 할 금액이었으니까요.


여기 3번의 계약 갱신을 하며 많은 하자를 알게 됩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떨어지는 물소리, 여름이면 몰려오는 하수구 악취, 습하여 쉽게 생기는 곰팡이, 결로. 나 대신 이곳에 터를 내려 살아갈 분에게 이야기 할 거리가 참 많아졌습니다. “나는 떠날 겁니다. 그러나 여긴 이러이러하니, 부디 결정에 참고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집주인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새로 이사 올 사람한테 전세금 받아야 드릴 수 있어요.”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당연하지 못할 수 있는 그 돈 때문에

나는 망설이게 됩니다.

셋 중 하나만 말해야겠고, 같은 말이지만 달리 표현해야겠고. 그렇게 이 집의 새로운 계약이 성사되길 바라야겠고.

전이라면 당연히 여겼을 일입니다.

“솔직은 무슨. 무조건 좋다, 살만하다 말하자.”

나만 생각하고 했을 행동입니다.


그러나 글 쓰며 달라진 나를 봅니다.

조금 더 나은 내가 글을 쓰길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보이는 글에는 전부 진심이길 바라고, 이왕이면 선한 영향만 미치기를 바랍니다. 사소한 일로 여겨 사소한 거짓말이 될 수 있는 것에도 나는 멈칫합니다. “그래도 해줄 수 있는 말은 해 줘야지. 숨기진 말아야지.” 글 쓰며 나는 이렇게 달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모두 쓰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뚝,뚝.

표현조차 힘든 두 음절로 나는 A4용지 한매를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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