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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Feb 19. 2021

써야 한다는 이유

(글 수업 진행 중 쓴 글입니다.)


보통은 퇴근과 동시에 하루 일과도 퇴장인데, 일과 내 마치지 못한 글쓰기가 있어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밤 열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딱 십오 분 쉬고 노트북 집어 듭니다. 조금 더 쉬고 쓸까, 싶었지만 쉼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 그러지 못했습니다. 바로 여러분하고 약속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지요.^_^


우리 함께 쓰기로 한 지 벌써 세 번째 날입니다.

한참 달아오르려 하는 차에 하필 수요일을 만났군요. 쓰고 사는 일 보다 중요한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오늘은 스킵 할까, 싶은 날이기도 합니다. 의지 따위 지켜 낼 에너지가 바닥이거든요. 유혹에 넘어 갈랑말랑 하는 날, 오늘은 여러분께 “왜”써야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글쓰기” 책 참 많습니다.

좀 써봤다는 작가가 하고 싶은 한 권이었을 겁니다. 지난 번 같이 읽기도 했었죠.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딱 고미숙 작가님다운 제목입니다. (읽고) 쓰는 것은 (거룩하고) 통쾌하다고요. 이 책은 이렇게 거룩하고 통쾌합니다.


“쓰는 일은 통쾌한가, 읽고 쓰는 일은 어떻게 삶을 구원하는가.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글 쓰면서 삶의 주인이 되는 일에 대해 힘과 확신을 겸해 써내려간다. 마치 글이 인생의 만병통치약인 듯 느껴지지만 읽고 쓰는 삶을 시작한 사람은 안다. 이것이 과장이 아님을.”

- 예스24 인문 MD 김경영 글 발췌 -


쓰며 삶의 주인이 된다고 합니다. 타인의 얼굴만 읽고 살아 내 삶은 진작 타인의 것이 되었는데, 쓰면서는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된다고요. 엄청난 일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누구는 다른 이유를 빌려 왜 써야 하는지 설명 합니다. 한 권, 스무 개 이상에 달하는 꼭지가 전부 “써야 하는 스무 개의 이유”였습니다. 대충 그랬던 거 같습니다. 책에서 침이 튀기도 했는데, 이만큼 좋은데, 왜 쓰질 않느냐는 핀잔 같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좋은 일이라 나누고 싶어 그랬겠죠.


(써 온)시간 대비 높은 밀도로 글 쓰며 지내 왔습니다. 그럴수록 하고 싶은 말도 늘어납니다. 견해라는 게 생겼거든요. 안목도 그렇고요. 만약 나에게도 “글쓰기”관련 출간 제의가 들어온다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나는 왜 쓰는 걸까.


나는 딱 하나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쓰는 것이 좋아 씁니다. 즐거워서 씁니다. 이 시간 나도 모르게 몰입이라는 걸 합니다. 프리지아스러운 나라도 노트북만 있으면 두 시간은 순삭입니다. 그게 좋아 쓰는 걸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습니다. 가끔마다 칭찬받는 기분도 좋지만요. 어쩌다 예쁘게 지어낸 내 글 보는 것도 즐거움이지만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겁니다. 통쾌하다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을 이해는 합니다. 통쾌한 시간이죠. 내면의 나를 바라보는 과정이라는 영식(가칭) 쌤 이야기를 대충은 알아듣습니다. 영식은 항상 옳죠. 그러나 모두 내가 쓰는 명확한 이유는 아니덥디다. 나에겐 나만의 쓰는 이유가 있더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왜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성하고 있는 “나”가 다르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글을 쓸 때도 그렇습니다. 써야하는 이유도 자기만의 “왜”를 가집니다. 고미숙 선생님도, 영식도, 미희도, 그리고 저도요. 강조하는 것은 그거면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자기만의 “왜”를 가지고 쓰면 됩니다. 그러니 딱히 이러니 글 쓰세요, 라고 말할 거리가 없습니다. 당신의 “왜”를 알 리 없는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허무하지만 그렇습니다.


(요즘의)내게 “글쓰기” 출간 제의가 들어오면 이렇게 쓸 것 같습니다.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식과 미희는 나의 선생님으로 뭉뚱그려 지칭하겠지만, 그러나 마지막엔 이 문장 한 마디를 붙일 것입니다.


“아시겠죠? 결국 써야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힘 빠지는 수요입니다.

나를 충전하러 가야겠습니다. 내일도 써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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