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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Apr 23. 2021

입안이 허는 줄도 모르고

결국 새벽 1시 30분에 일어나고 만 것이다.

보통이라면 숙면을 방해하던 마려운 오줌만 뉘이고 다시 누우면 되는 거였지만, 허기진 배가 어쩐지 초절식 하던 날의 고픔과 닮아 있었다. 배고파 깬 걸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욕구 중 으뜸은 배변욕이라, 우선은 마렵던 오줌부터 누이기로 했다. 뉘고 나면 식욕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리에 일어나 화장실부터 들렸다. 고작 이거 싸려고 잠에 깬 건가, 싶도록 작은 양의 암모니아를 배출했다. 볼일을 마친 나는 안방 가는 길목에 있어 스쳐야만 하는 부엌을 지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식탁 앞에 멈추어 섰다. 웬걸, 빠져나간 노폐물 자리를 허기짐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하던 그때를 떠올려 보건데, 단언컨대 배고픔에 잠 못 이룰 각이었다.


지난 주 시음용으로 받았던 쉐이크 한 포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쉐이크로 해결 될 각은 아니라 한참을 망설였다. 대신 고픔을 가시게 할 정도의 적당한 양과 칼로리의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런 일 분의 망설임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결국 한 포 뜯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 시간, 이만한 대안은 없어 보였다.


가루 탈탈 털어 놓은 컵 안에 200ml 가량 물을 넣고 휘휘 저어 그대로 들이켰다. 아이들은 삼단 분리되어 있었다. 가루가 채 녹지도 않아 일부는 음료가 되어 있었고, 일부는 떡진 머드 상태였고, 또 다른 일부는 그저 가루였다. 상관은 없었다. 무어라도 고픈 배 달래는 게 우선이었으니 삼켰으면 된 거였다. 그리고 다시 30초를 기다렸다. 상태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크게 가시지 않았다. 먹는다고 만족스러울 리 없지만, 분명 허기짐 가시는 용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쉐이크 건네 준 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봄은 평소 무엇을 먹고 사는 건지, 나와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 마시기 전과 마신 후의 내 배는 다르지 않았다. 결국 정수기 위에 얹어 있던 동해에서 가져 온 러시아산 초콜릿을 까고야 마는 것이었다. 맥주였다면 진작 까고도 남았을 터, 단 것에 큰 관심 없는 나라 한참이나 방치해 두었던 초콜릿을 드디어 깠다. 그러고 보니 불도 켜지 않고 있었다. 대충 먹고 다시 잠에 들 심사였기 때문이다. 깨지 않았던 듯 슬며시 잠에 들 요량이었다. 어둠과 닮아 있어 초콜릿인지 뭔지도 알 수 없는 그것의 상단을 대충 접어 세 조각을 입에 가져다 넣었다. 맛은 둘째 치고 이제는 가시기를 바랐다. 허기가.


그렇게 안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워 아무 일 없던 듯 잠에 들참이었다. 양치라도 했다간 잠에 깰지도 모를 일이었다. 입에 단내를 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은 오지 않았다.


핸드폰만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잘 수 없었다. 그래서 잘 수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핸드폰 침대 한 편에 엎드려 뉘이고는 하염없이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무엇을 쓸 것인가, 나를 쓸 것인가 나의 사람들에 대해 쓸 것인가 오직 현상에 대해 쓸 것인가, 그것은 과거인가 현재인가 미래인가. 오늘 나는 어떤 스토리로 인사 할 텔러가 될 것인가.


내가 잘 하는 쓰기와 부진한 쓰기를 가리기도 했다. 나는 나를 쓰는 것에 능하다. 특히 어제나 오늘 같이 최근의 나일수록 탁월해진다. 반면 관찰력과 기억력 모두가 약세인 나는, 과거를 소환해 쓰는 것에 젬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변형되고 왜곡기가 심한 기억력 덕분에 에세이가 소설이 되기 다분하다는 것을 느낀다. 덕분에 소설을 잘 쓰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아무렴 잘 쓰기 위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부터 해야 할 작업이 있어 남은 3시간이 고작 잘 수 있는 전부였지만, 참지 못하고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부엌을 거쳐 공부방으로 온 것이다.


결국 쓰고야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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