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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Dec 23. 2021

[1118]일일일발(견)_바리깡


매일 사소한 발견을

기록하려 한다.


'기록'하려 한다.

그러니까 '발견'하려고 한다.

하루의 발견.

(제발 끈질기게 연재할 수 있기를)





2021/12/23/목



"바리깡"





"자기야, 미용실 가지 말고 집에서 하는 건 어때?"

"집에서? 어떻게?"

"우리아내가 해주면 되지!"

"@_@??"




남자컷 30,000원 헤어샵에 데리고 다녔다.

원장님과 인연 때문이기도 했고,

예쁘게 잘라 주어서이기도 했다.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날, 남편은

30,000원짜리 바리깡 한 번 사면

몇 배를 아낄 수 있는 거냐며 집에서 잘라주기를 원했고

나의 동공엔 지진이 났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문제적 바리깡





어제는 3차 미용날이었다.

그러니까 고작 세 번째 밀어 본 날이었다.





여전히 나는 어설프다.

남편은 뭐든 괜찮다고 하지만 밀때마다 떨린다.

두려운 모양이다.

망치면 어떡하지,

단정히 자를 책임이 온전히 내게 맡겨져 그렇다.





바리깡 날은 조심성이 없다.

스치는대로 잘려 나간다. 브레이크란 없는 놈.

어려서 '땜빵'이라고 배워온 구멍이 몇 군데 생겼다.

나도 모르게 "헐!"하고 소리내었다.

분명 남편도 들었을텐데

모르는 척해주었다.





그 뒤로 "헐!"을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그렇게 완성된 나의 작품.









나의 남편이지만

훤칠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막 밀었는데

막 멋있다.





이대로 넘어가길 바랐건만

확대해 본다.

뒷통수를 볼 수 없던 남편은 적잖이 놀랐듯 했다.







태극무늬 마감처리.





태극무늬를 ㅡ자로 만들기 위해 한 번 더 잘랐고,

뒷모습을 본 남편은 거의 울먹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서 혼날 뻔.

그래도 마무리는 지었다.





Ps.

우리남편 미안해요.

하다보면 늘겠지요···?

까악까악까악.





1118



1118(1일1발(견))을 주제로 연재합니다.

매일 사소한 '기록'을 목표로 하고,

일상 '발견'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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