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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Dec 30. 2021

[1118]일일일발(견)_용돈


매일 사소한 발견을

기록하려 한다.


'기록'하려 한다.

그러니까 '발견'하려고 한다.

하루의 발견.

(제발 끈질기게 연재할 수 있기를)





2021/12/30/목




"용돈"





올해 가기 전 얼굴이라도 보자고 했다.

이대로 2021년을 흘려 보내선 안 될 것처럼,

그것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모였다.




만난지 채 2시간 지나지 않아

엄마는 피곤할 거라며 일찍 가라고 했다.




"뭘 이렇게 빨리 보내?"

"얼른 가서 쉬어. 택시타고 가고. 엄마가 택시비 줄게."




등떠미는 엄마 한 손에 봉투가 들려 있었다.

꼭 이것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것처럼.

봉투는 남편에게로 건네졌다.





"우리 사위, 새로운 시작 축하해. 많이 못 넣어 미안해.

그래도 버니까 줄 수 있는 거지 뭐. 기분 끝내주게 좋다!"




만 원짜리 20장이었다.

깨나 무리했다 싶던 건,

엄마 형편에 적지 않은 돈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밤이 지나면 6학년이 되는 엄마는 아직 당직제 근무를 한다.

노후 준비를 마치지 못해

노동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월 160만원을 받아 온다.

내가 엄마 몫만큼 벌지 않는 한, 계속 될지도 모를 일을

엄마는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준 20만원은 밤잠 설치며 번 160만원에서 떼어 준 거였다.






남편은 울상이 되어 한사코 받지 않으려 했다.

엄마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었을 거다.


나는 보탬이 되길 바란 엄마 마음을 알고 있었다.

손(솔)로몬의 지혜로

20만원을 반땡하여

10만원은 엄마에게,

10만원은 남편에게 쥐어주었다.

집을 나섰다.






언제봐도 돈은 상대적이다.
없고/있고 또한.
절대적 크기는
엄마가 떼어준 20만원 앞에 의미를 잃었다.
얼마의 0이 자기 것인들, 쓸모를 잃은 돈은 가치가 없다.



봉투 건네며 미소짓던 엄마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가진 건 많으나 나누지 않는 자가 모를 이 기쁨을

엄마는 안다.

그가 우리엄마라는 사실이 나를 쓰게 한다. 멋있어 말이다.





없이 자랐으나 없어본 적이 없는 나는

엄마를 닮았나보다.

고마운 일이다.





1118




1118(1일1발(견))을 주제로 연재합니다.

매일 사소한 '기록'을 목표로 하고,

일상 '발견'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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