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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Sep 04. 2020

마스크가 앗아간 외모


어딘가 못난이가 되어간다.

한 6개월쯤 된 거 같다.

이정도로 엉망이진 않았던 거 같은데, 묘하게 못생김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자들은 알 것이다.


"오늘 좀 괜찮은데?"

"흠. 왜 이러냐 얼굴 오늘."


볼 때 마다 다른 게 얼굴이다.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나 오늘 어때?" "어제도 오늘도 예쁜데?" 칭찬을 건지만 속 없는 소리일 뿐이다. 네가 알긴 뭘 알아, 집에서 나올 때 더 예뻤는데.


섬세하기도 예민하기도 해서 그런 거겠다.

묘하게 못생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 것도, 나도 여자라 그런 걸테고.




나의 힘은 어딘가 모르게 화장할 때 나오는 데, 여자의 변신은 무죄이기 때문일 거다.


그럼에도 마스크 쓰고 부터는 왠지 메이크업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가리면 장땡이니까. 코로나 전엔 이야기가 좀 달랐다. 여름에 열 다욧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분주했다. 드러날 수록 자꾸 감추게 되는 것. 가리고 싶어도 덮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빼야만 하는 살처럼, 마스크 없이는 얼굴에 드러난 점, 여드름 자국, 작은 눈 모두를 감추어야만 했다.


그러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고, 얼굴의 반을 가리게 되었다. 컨실러가 가려줬던 여드름 자국을 이젠 마스크가 가려주는 거다. 더는 화장이 불요해졌다. 심지어 메이크업 하는 날도 코며 볼에 닿는 마스크 면에 공들인 화장은 금세 지워졌다. 화장이 낭비가 되었다. 덕분에 지난 2020년 초에 샀던 화장품을 아직도 쓴다.



미용실에 들렀다.

코로나가 번지고 부터는 얼굴에 관심 없어졌지만, 머리는 손질해야 했다. 오랜만에 원장님과 조우다.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어요? 요새 코로나 때문에 아주 난리야."

"그러게요. 어디 외출도 않고 그냥 내추럴하게 살고 있어요. 화장도 안하고 다녀요."

"다 그러지 뭐. 오시는 여자 손님마다 그러잖아. 마스크 쓰고 부터 왠지 못생겨진 거 같다고."

"정말요? 나만 그런 거 아니었어요?"

"그럼. 눈만 드러내며 살다가 마스크 벗으면 깜짝 놀란데. 마스크로 가리고 살다 보니 관심이 덜해서 그런 거 같어."


동질감과 동시에 안도가 몰려왔다. 나만 특별히 못생겨진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마스크 부작용을 겪고 있는 거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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