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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an 19. 2023

출간 거절로 좌절하고 있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세요

작가님,     


꽤나 오랜만에 보내는 편지입니다.

이번 주 작가님과 짧게 나눈 메시지 내용이 아무래도 마음에 남았는지 이렇게라도 전해야겠어 노트북을 펼칩니다. 부디 진심에 훼손됨 없이 온전히 가 닿기를 바라며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최근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작가님 투고 작업으로 많이 지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다섯 번(출간하지 않은 책까지 합치면 총 여섯 번) 투고하는 동안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었고, 아마 제가 느꼈던 그것을 작가님도 맛보신 거라면, 아마 그것이겠지요. 전부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기대를 품고 처음 해본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만, 마음에 내내 걸리던 작가님 한 마디가 있습니다. 말씀하시길 ‘확신이 없어져서 투고를 멈추었다’고 하셨습니다. 계속되는 거절에 자신감은 바닥으로 추락했겠지요. 최악의 경우라면 나는 안 되는가 보다, 하고 넘어진 채 주저앉아 있는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저는 걱정이 됩니다.     



제가 반드시 말씀드리고 넘어가야겠다는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확신이 없어졌다’는 그 느낌은 새로이 정의되지 않는 한, 작가님 내면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다른 어떤 일에서건 영향으로 작용할 것을 압니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말이죠.     

작가님, 그래서 제가 이야기 하나 드릴까 합니다. 투고 거절된 이유,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한다면 확신이 없어진다거나 자기 자신을 깎아내릴 근거는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작가님은 출간 보통의 방식, 즉 ‘상업 출판’을 바라며 투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럴싸한 계약 응답은 받지 못했지요. 남들은 척척 받아내는 것만 같은 그 응답이 작가님에겐 가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이유가 뭘지 생각해 보셨을까요.     



답은 아주 명쾌합니다. 그것은 출판사 바라보길, 이 초고는 ‘상업적’이라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업 출판’이란 이런 것입니다. 저자가 인플루언서라면 그가 난생 처음 글을 써 봤다한들 책을 출간해 주기도,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에 딱 들어맞기만 한다면 글이나 기획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책을 출간할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말 그대로 상업화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초고의 결을 알아본 출판사 일부가 책을 내주는 경우도 미미하지만 있기는 합니다. 돈보다 더한 가치를 봐주신 거겠지요. 독자가 기다리는 책을 쓰기보다 내가 쓰고 싶은 책에 더 가중치를 두고 쓴 경우라면, 어쩌면 결이 맞는 출판사 찾기가 상업출판 될 확률이 더 높을 수도요(여기서 상업출판은 인세 받고 출간하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몹시 미미한 경우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보통 거절 메시지를 받을 테지요.     



그러니 상업적 잣대로 판단한 출간 거절에 상처받거나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일은 만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 봐야 상대적인 거절인걸요. 그럼에도 작가님은 대단하신 겁니다. 평소 쓰고 싶었던 주제로 책 한 권을 썼다는, 정말 소수만 해낼 수 있다는 그 일을 해내셨는걸요. 중간에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결국 해내던 작가님이신걸요.     



그리고 설사 상업출판이 안 된들, 다른 방법을 찾으면 그만 인 일입니다. 독립출판도 가능하고요 전자책 출판도 가능하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이번 책은 일단 재워두고 다음 초고를 쓰기 시작하는 것도 방법 하나고요, 펀딩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아니면 나 먼저 유명한 누구가 된 후 ‘실은 제가 이런 초고를 가지고 있는데요’하고 슬쩍 들이밀 수도 있는 거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초고에 대한 확신을 잃은 상태라면 두 번째 걸음을 나설 용기 또한 사라질 테고, 확신은 있으나 단지 전략을 바꾼 상태라면 얼마든 자신감 있게 두 번째 걸음을 시작할 테고요. 태도에 따라 두 번째 스텝이 달라지는 거죠.     



누구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고 처음은 대부분 개똥같습니다. 제 첫 책 보셨으려나요. 지금은 멘티들에게 용기를 주는 용도로 아주 요긴하게 활용 중인. 책 보고 웃고, 용기도 내세요. 응원이 될 몹시 쓸모 있는 책입니다.     


작가님,

처음 완성한 초고가 꼭 책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작가님 스스로 약해지는 계기가 첫 번째 초고는 아니었으면, 결코 퇴짜 맞은 이 상황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작가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상황적인 면이 훨씬 더 큰 역할을 하는 것뿐이니까요.     



꼭 전하고 싶던 말인데 역시나 저는 글 쓰는 사람인지라 전화보다는 글이 더 잘 어울려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전해 봅니다. 작가님, 제 염려가 너무 과하지 않았기를 바라요. 제가 믿었던 작가님 모습 그대로, 정말이지 기필코 이루어낼 ㅇㅇ으로. 그러기 위해선 뭐다?     



나를 믿는 마음, 무너지지 않을 용기.     



이 밤,

작가님과 첫 수업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2023년 1월 18일

손은경 드림.





위의 글은 어제밤 제가 책쓰기 멘토링을 했던, 애정하는 그를 떠올리며 쓴 편지글입니다.

이름을 지우고 '작가'라는 호칭만 남겼고,

실은 그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올리는 글이기도 합니다.

쓰고 보니 비슷한 상황에 놓인 뭇 당신을 일으킬 글 같아서요.

그래서 허락 없이 올렸음에도 그 또한 기뻐해 주리라 믿게 됩니다.


꽤나 깁니다. 그러나 도움이 되었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초보작가에게도 전달해 주세요(출처를 다는 것은 물론 예의입니다). 우리가 여태 글로 위로받아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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