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팔이, 손은경
인간은
인간에게서 건네진 언어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어서
그래서 위험할 때가 있어
- 하지 못할 거야
라며 너를 폄하할 때
-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아니
라며 네 가치를 부정할 때
반대로
믿으므로, 순진한 인간에게는 희망도 있지
- 온 우주가 너를 돕고 있어
- 할 수 있어
- 잘 될 거야
라며 쓰러진 너를 일으킬 때
단순하게도 인간은 믿어
- 정말… 그럴까요?
다시 확신을 구하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믿어
그리고 구원의 말은
누구로부터 온 진심이냐에 따라
불판에 오래 맞닿아 있던 호떡처럼
타들어 가던 우리를
익반죽 상태로 접어들게도 해
새로운 가능성과 만나게 해
여기부터 집중해야 해
있지, 여기서 ‘누구’는 다소 중요한 역할을 해
인간은 인간에게서 건네진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지만
믿음을 실재로 받아들이는 깊이는 달라져
그래서 존재는
나보다 커다란 사람이어야 하고
같은 길을, 나보다 먼저 걸어 본 사람이면
이왕 모든 이가 긍정하는 사람이면 더 좋지, 훌륭한 전개지
그래서 같은 말도
나에게서 나온 것과
그에게서 나온 것이
흑과 백처럼 다른 거야
자극과 지속과 변화가
달라지는 거야
가끔 생각해
존재와 언어, 이 둘을 끼고 사는
글을 쓰는 나는
뭘까
존재와 언어
그 양끝 단에 놓인 이 둘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
너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들을 해
하필 네게서 들었음 하는 그 지지를, 나도 기대하고 있어 그렇기도 하고
그런 너의 응원이라면
꼭 이루어질 것만 같은
이상한 기운, 믿음, 기쁨 같은 게 생겨날 것 같아서도 그렇고
그래서 다들 신한테 한 마디 듣고 싶어 간청하는 것 아니겠어?
종교가 없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대상만 다를 뿐, 누구나 ‘믿음’쯤 가지고 있을 테니까
믿고 싶은 게 있을 테니까
듣고 싶은 말도
그래서 믿는 것도, 그래서 듣는 것도
나는 오늘 엄마에게 딸이라는 존재로 이야기 할 거야
당신을 엄마로 만난 순간,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엄마가 우리 딸 미쳤나
할지 모르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