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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n 09. 2023

자존감의 원천은 '경험+x'다



책 이야기로 시작할까 한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쓴 데이비드는 그의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인간은 사실이 아닌 [믿음]을 근거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 믿음은 [동기]로서 작용한다.’ 여기서 동기란 앞으로 그가 겪을 경험이나 사건을 판단할 근거를 말한다. 쉽게 말해 믿음은 판단의 근거가 되어 다음 경험을 결정하거나 결정하지 않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그럼 믿음은 어디에 기반 할까?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유 없는 믿음은 없다. 믿음은 (과거)경험에 감정이 더해져 생긴다.’ 이는 믿음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개인마다 겪는 경험과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르다. 믿음은 한 개인의 주관적 의견에 불과하다.     




이제 좀 정리가 된다. 아, 믿음은 경험에 감정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주관의 산물이구나.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김에겐 몹시 잘생긴(그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 남자친구와 사귄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의 변심으로 얼마 못가 헤어지고 말았다. 이별의 진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김은 차였고, 슬펐고, 분노했다. 김의 경험에 감정이 더해져 어떤 믿음이 생겼다. 뭘까?     




잘생긴 남자는 연애 상대로 별로다, 라는 믿음.     




 믿음은 동기가 되어 다음을 판단할 근거로 작용하게 한다. 어떤 판단을 하느냐고? 잘생기고 완만한 성품의 남자가 김에게 다가오더라도 이렇게 말할 테지. ‘당신은 나를 얼마 못가 나를 거부할 거죠? 그러니 상처받기 전 내가 먼저 당신을 사양하겠어요. 흑흑, 잘 가요 훈남.’ 경험에 더해져 생긴 믿음이 다음 행동을 막았다. 그것이 사실인지 제대로 따져볼 겨를도 없이. 사실 당신의 믿음 자체가 사실인 줄로 알고 있어 그랬겠지만.     




그러나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믿음을 동기로 판단하는 이 체계가 꼭 나쁘게만 이용되는 건 아니며 때로는 쏠쏠히 이용해 먹을 만도 하다. 나는 그것을 [자존]에서 찾는다. 



    

우선 <스스로 품위를 지키는 삶, 자존>이라는 책을 쓰기도 한 [자존]에 관한 나의 입장은 이러하다.     




자존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있다. 동시에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그 환상 같은 뜬구름은 결코 ‘자존을 갖자고!’ 억지 주장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켜켜이 쌓인 자기 자신을 향한 믿음에서 온다는 생각. 그때 내면은 하나로 정렬되며 펼쳐질 세상에 대한 자신감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결국 자존이란 켜켜이 쌓인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인 것이다.     




다시 믿음은 경험에 더해진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그것으로 돌아와. 결국 당신이 자신을 향한 믿음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믿음 체계가 두터워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 방법이 있다. 여기서부터 잘 기억해두어야 한다. 믿음은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했다. 결국 자신을 향한 믿음이 쌓이기 위해선 경험과 감정이 두터워져야 한다는 말이다. 경험과 감정이 두터워진다는 표현은 달리 말해 경험과 감정을 풍부하게 할 것을 뜻한다. 즉, 자기 믿음체계를 강화할 경험과 감정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을 해나가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아주 사소한],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조차 ‘나를 구(위)하는 일’을 [해내면] 된다. 가령 일주일에 세 번은 헬스장에 가기 또는 일주일에 하루는 독서하기 같은 거 말이다. 대놓고 티가 났지만, 나는 두 부분을 강조해 말했다. [아주 사소한 일]이면서도 [반드시 해내는] 경험. 왜냐하면 이 조합에서 산뜻한 감정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경험에 감정이 더해져 믿음이 된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한 경험에 긍정의 감정(성취, 뿌듯함, 기쁨, 자신감 따위)를 느낀다면 이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믿음이 된다. 어려워서 포기할 바에야 작지만 반드시 해낼 수 있는 경험을 택하라는 이유.     




많은 이들이 자존에서 꺾이는 이유가 있다. ‘경험 중 포기’가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며 ‘역시 나는 안 돼’하고 단념하게 하기 때문. 그래서 시작은 (무조건 해낼 수 있도록)아주 사소할수록 유리하고 그때 산뜻한 기분은 가능한 왕창 만끽할수록 좋다. 그럼 당신에겐 믿음이 생길 것이다. 경험과 감정에 따라 생긴 새로운 믿음. 아, 나도 할 수 있네? 조정석 말이 맞았네?     




그렇게 믿음은 당신이 할 다음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다음에 또 다른 긍정적 시도를, 시도를 낫는다. 그러다 켜켜이 쌓인 믿음이 견고해지는 날 당신도 자존에 관한 한 마디 통찰이 생기리.     




“야, 너두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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