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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Jul 06. 2023

당신은 결코 게으르지 않습니다 : 행동과 게으름

더러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게으르다며 다그치는 이를 본다. 허나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진 나이기에, 나태한 인간 취급 하는 그에게 동조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입 꾹 다물어 침묵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 생각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결코 게으르지 않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행동해 왔고 그 결과 어떤 형태로던 삶에 흔적을, 본인에 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루도 온전히 쉰 날이 없다고 느낌이 그 방증이다. 10년 전 보다 넓어진 이해심 또한 그 방증이다. 그는 매일 분주하다. 회사에 가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관계를 맺고, 그러다 늦은 밤이 된 비로소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과가 없단다. 게을러 행동하지 않았기에 성과가 없다고 한다. 모두를 자신의 태만함으로 돌린다. 조금 더 바쁘게, 조금 더 치밀하게, 타이트하게 행동하지 못한 건 모두 게으름 때문이라며. 24시간을 48시간으로 쪼개 사는 돌연변이 군상을 보더니 자신은 24시간 중 16시간 밖에 살지 못해 그렇단다. 아아. 인생이란 평생 고3 수험생활이 아닐 순 없는가. 그의 대사가 야자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침묵으로 일관하며 실은 건네고 싶은 말이 있었다. 백지를 빌려 몇 수 전해본다.     






“저기요. 네, 당신이요.     




있지요.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있어요. 당신은 결코 게으르지 않아요. 오히려 성실히 행동하느라 매일이 분주하지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당신은 산천에 돗자리 깔고 드러누워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느라 아무것도 안 하고 쉰 날이 얼마나 됩니까? 아마 가물가물 할 겁니다. 그렇듯 당신은 삶에 늘 진심이었습니다. 최선이었죠.     



더군다나 과정에는 반드시 열매(성과)가 맺혔을 겁니다. 성숙, 성장, 깨달음, 경험칙, 무엇이든요. 단지 성과가 자신이 원하는 규모의 것이 아니었거나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것이 아니었을 뿐.     




그럼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요? 당신은 게으름 탓이라고 했습니다. 벅찬 행동에도 느껴지는 게으름, 이런 뭣 같은 감정을 야기한 근거는 아직 맺지 못한 성과. 시간을 사과 쪼개듯 쪼개가며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나 고뇌했겠지만, 아니요. 그건 답이 아니예요.




단지 당신은 자기 ‘관념에 알맞게’ 행동해 왔기 때문입니다.

관념의 크기와 모양에 알맞게. 꽉 차게. 부단히.




관념은 ‘나는 (   )한 사람이야’ 라는 내면 정의입니다. 이것은 우리 행동의 크기와 모양을 결정합니다. 누구나 내면에 새겨진 관념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유전적으로 살아 온 환경으로 경험으로 믿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저마다 다른 관념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관념의 현현이 바로 당신입니다. 그것대로 당신은 성실히 살아 왔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관념으로 박힌 ‘나’와 이상적 ‘나’의 모양과 크기가 있다고 칩시다. 관념의 나는 반지름 10m 크기에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적 나는 반지름 100m 크기에 별 모양을 하고 있을 테지요. 그 크기와 모양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래왔듯, 평상시처럼 관념에 맞추어 행동했지요.     




이제 조금 보이시려나요. 당신이 바라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바로 관념 때문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인간은 이상에 따르기보다 관념에 따라 살기 때문입니다. 관념이란 게 그렇습니다. 관념은 가깝고 이상은 멉니다. 관념은 습관이고 이상은 의도입니다. 관념은 과거이고 이상은 맛보지 못한 미래입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당신을 다그치던 게으름, 그 오해가 풀렸으려나요.     




그러니 이제 자신을 수식하던 나태함은 삭제해 주세요. 성실한 당신을 평가 절하 할 이유 있나요. 마찬가지로 게으름 혹은 나태함 뒤로 숨으려고도 하지 마시고요.     




대신 자신에 새겨진 관념을 바로 잡으세요. 이제는 동그라미 대신 별이 되세요. 당신을 통과한 모든 찰흙이 동그라미가 아닌 ‘별 모양’이 되도록 당신의 틀을 별로 바꾸세요. 그리고 행동하세요. 당신 행동 모두가 별이 되도록, 밤하늘을 당신으로 수놓으세요.     




이것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 마음의 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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