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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Aug 30. 2023

[논리 없는 글]이 되기 딱 좋은 첫 번째 이유


그러니 글이 논리 정연하지 않을 수밖에!




8월도 하루 남았습니다.

다들 8월간 계획했던 일 착착 진행되고 계신가요?^_^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쓰기 칼럼으로 돌아온 책 5권을 낸 작가이자 글방지기 손은경입니다.



한 번도 글쓰기 배우지 않았던 이들에게 쓰기에 관한 제 모든 통찰을 이해쉽게 전달함으로 글쓰기 자신감을 심어, 뭇 쓰고 싶은 모든 것을 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과 책쓰기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얻어낸 저만의 통찰을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글방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오마이뉴스와 네이버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 강연가, 멘토, (어린아이들에겐)선생님, 대표, ··· 뭐 많죠?



모두 사랑해 마지 않는 일이지만 가장 마음담하 하는 일이라면 '멘토'로서 역할일 겁니다. 책을 처음 쓰거나 글쓰기를 배워본 적 없는 분들에게 멘토십을 진행하며, 여기 제게 맡겨진 역할이 바로 멘토인데요.



그들은 온전히 저만 믿고 제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저를 따라 옵니다. 대단한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지요. 책임에 따른 희열이라면 그들이 자기가 알던 자신 이상으로 창작해 내었을 때.



뿌듯함에 심장이 쿵쾅거린다지요? 





그러나 여태 블로그나 기타 온라인 공간에 (글쓰기)멘토쉽 진행 방식이며 사례 등에 대해 포스팅하지 않아 아마 많은 분들은 모르고 계셨을 거예요. 이런 멘토로서의 저를·····(푸후훕ㅋㅋㅋ)



그러다 오늘에야 올리겠다고 마음 먹은 건

사실 멘토쉽 하다보면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은 [좋은 사례]가 많아 그렇답니다.

부분은 전체를 담고 있어, 일부 사례로 공감하실 분이 정말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요.



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포스팅한다는 게으름도 없잖아 있지만.



사족이 길었습니다.

하여 앞으로는 도대체 글에 뭘 수정해야 하나, 무엇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나 따위에 대하여 하나하나 사례 중심으로 포스팅하려 합니다.

글쓰기 초보 대부분이 실수하고 있는 그것에 관하여 말인데요.



그럼 과감히 사례 들어갑니다.



다 같이 어느 부분이 매끄럽지 못한지,

그렇다면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찾아 보세요!



손은경 글방



원문

//

(글쓴이 Y, 멘토쉽을 통해 글을 거의 처음 써 본 초보, 3회차 진행 중)


행복한 삶을 살겠단 의지를 따라 신을 향한 신념이 나만의 나침반이 되었다. 과거에 행복의 정의를 내 욕망에 맞췄을 때는 혼란 속에서 헤매느라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가 어느 정도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저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지만 만족한다는 것은 모자름이 없고 충분히 넉넉함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욕망을 이루는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짓은 어리석은 일이다.

//




다 읽어 보셨나요?

어때요? 어딘가 까끌까끌하지 않나요?



여기서 까끌까끌이란 글이 매끄럽지 않다는 뜻입니다. 읽으며, 글이 하나로 똑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말이 되는 거 같기도 한데 또 어쩐지 말이 안 되는 거 같기도 하는. 그 기분이 바로 매끄럽지 못해 까끌까끌한 글인데요.



이쯤 팩트폭력 하나 갑니다.



"이 글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나요?"



만약 못 하겠다면 잘 못 쓰인 겁니다.

핵심 없이 떠돌이 문장만 대여섯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니까요.



저도 사실 이 문단을 통해 Y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던 걸까, 처음엔 의도를 읽지 못했어요. 고백하자면 두어 번 글을 다시 읽어야도 했는데요. 참고로 문장이나 문단이 이해가지 않아 독자를 반복 읽게하는 중노동은 글쓰는 자로서 반드시 피해야만 합니다.

(독자 빡침!)



논리가 빠져 있을 때 등장하는 글의 형태가 바로 이러하겠고요.



멘티 Y가 보내준 글, 색칠된 부분과 빨간 글씨가 피드 내용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쓰인 걸까요?

단순히 논리가 부족해서?

그럼 논리는 왜 부족한 걸까요?

논리적으로 사고해 버릇하지 못하여?



모두 정답일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행복'과 '만족'과 '만족도'와 '욕망'과 '욕심'과 '감사'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하지 못해서라고요. 여기서 포인트는 [개념]입니다. 위 단어-만족, 욕심, 욕망 등-는 전부 [개념어]에 해당하며, 이는 오로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족을 손으로 잡을 수 없습니다. 단지 행복과 만족, 만족도··· 따위를 추상적인 어떤 개념으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흐리멍텅한 아이들인데요.



때문에 개념에 관하여 스스로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는 한 흐리멍텅하게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 머리에 [개념]이 분명히 서지 않았으니 글이 흐트러지고, 논리 정렬이 이뤄질 턱이 있나요.



그러니 논리가 없는 글이 쓰일 수밖에요.



어렴풋 이 여섯 단어 조합만으로
떠오르는 심상과 기분과 정의가 있기는 한데···.

그게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어요!

- 멘티 Y의 글쓰기 고민



추측하자면 아마 멘티 Y 가 글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였을 겁니다.

(찰떡같이 알아먹는 멘토)



1) 행복이란 인간의 궁극적 목표다. 나 또한 행복을 추구한다

2) 나는 행복이 내 욕망 달성에 있는 줄 알았다

3) 그래서 내 욕망을 이루려 무지 노력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았다

4) 왜 그런가 생각하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만족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었다

5) 그 대신 감사해야 한다(블라블라~)



행복과 욕망과 욕심과 만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하여, 그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거 같아요.

쓰고나니 굉장히 단순하죠?



개념이 내게 의미하는 바,

그것이 분명히 서면 글은 논리적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는 애써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손은경 글방



참고로 말하면 [개념]은 본래 흐리멍텅한 것이라 개념만 가지고 글을 쓰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일상 경험' 쓰기는 상대적으로 쉽고요.



대표적으로 개념만으로 점철된 철학책이 그렇습니다. 흐리멍텅한 그것을 분명한 개념으로서 정리한 이들이 글로서 논리정연하게 써내려간 게 바로 철학책이죠. 아무나 못 쓰는 거예요. 그만큼 깊이 고민하고 언어로 정리한 자만 쓸 수 있는 거니까요.



(멘티 Y가 글을 못 쓴 게 아니라 완전 어려운 글을 썼기 때문에 그렇다는 점 알아주시기를 바라며!)



손은경 글방


그래도 다행이라면 멘티 Y는 이제 개념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글쓰며,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 개념을 정의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글이 되려면 문장을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문장이 되려면, 개념을 문법에 맞춰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장은 생각의 최소 단위.

해당 개념에 관한 내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개념부터 반듯하게 정리해야만 하니까요.



사과가 뭔지 모르는데 사과에 대한 글을 어떻게 쓰겠나요.

마찬가지로 사랑을 정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랑에 대한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때문인지 글을 쓰다보면 예리하게 사고하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그냥' 쓴다면 글에 논리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글쓰기란 본래 어렵습니다만
그래서 재미있는 겁니다.

과정엔 성장이 함께하니까요!
-손은경-



여러분도 개념부터 정확히 짚고 써 보세요.

- 내가 생각하는 ㅇㅇ란 무엇인가

- 이 글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ㅇㅇ에 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 그것과 이것의 연관은 무엇인가

- 순간, 개념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나



어쩌면 글 쓰는 시간 그 자체로 철학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쓰기 멘토쉽 관련,

따로 공지없이 개인적으로 요청하신 분들 한정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하여 문의 있으신 분은 아래 댓글로 질문 남겨 놓아 주세요.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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