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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Nov 20. 2023

글쓰기 3달만에 작가만큼 쓴다

미리 경고합니다.



아래엔 대단히 흥분한 상태로 쓴 글이 실려있습니다. 살갗에 돋은 전율을 꾹꾹 눌러가며 썼음에도 감출 수 없었고, 때문에 여러 곳에 흥분이 도사리고 있으니 이 점 감안해 읽어주심 감사하겠사와요.



도저히 안 쓰고는 흥분과 평온함, 둘 사이 깨져버린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서(왜 우리 엄청난 꿈 꾸고 나면 꼭 가족한테 말하잖우. 그런 것처럼) 씁니다.



미칠 지경이라 말이요.



그러니

자, 같이 흥분하고 싶은 사람은 잘 따라오시오.




내게는 멘티가 있다. 멘토와 멘티라는 규정이 꽤나 거창하지만 아직 마땅한 언어를 찾지 못해, 나는 멘토로 그들은 멘티로 불린다.



멘티씨Y도 그 중 하나다.



멘티는 가끔 나를 놀래킨다. 가끔은 눈물나게 한다(진짜 울지는 않았지만ㅋ). 신의가 뭔지, 신뢰를 바탕한 찐한 우정을 나누다 보면 좀 그렇게 된다.



멘티씨Y는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다이어리만 써 봤다고 했고, (알죠? 그 다이어리) 그마저도 몇 년 전 손 놓은 터라 글이라곤 카톡만 남겼더 란다. 하물며 그는 십 오년 넘게 공부를 놓은 상태였다. 그의 말을 빌려 머리가 굳은 느낌이란다. 그래서 더욱 글쓰기에 자신 없어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나 믿고 따라 가겠다며 시작한 멘티씨Y였다.



(참고로 글 써야겠다는 계기는 '자청'씨였다고 합니다.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작가죠. 자청 글쓰기 지능론(?) 영향이 컸다네요).


자청, 내가 왜 거기서 나와?


지난 11월 9일은 그와 3달째 만나는 날이었다. 횟수로는 13회차. 멘티는 정해진 날까지 글 한 편을 써 내게 메일링 한다. 이를 받은 나는 한 음절 빠짐 없이 소상히 읽어 피드를 하고, 정해진 날 줌에서 만나 피드에 대한 자세한 코멘트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글쓰기 온라인 수업이다.



그날도 메일을 열어 오늘은 어떤 글이 써 있을까 입맛 다시며 읽었던 것같다. 그런데 이거 뭐지?



단정하게 다듬어진 수려한 글 한 편이 와 있었다. 첫 문단부터 흥분한 나머지(좋은 글이 써 있으면 나는 곧잘 흥분한다) 입틀막하고 읽었던 듯하다. '제발 기대를 죽이지 말아다오!' 하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와우!



고작 13번만에 1-2년 쓴 웬만한 누구보다

훨씬 잘 쓰는 것 아닌가!



(물론 처음 글은 엉망이다-_-; 그래서 놀라운 거겠지. 고작 3달만에 바닥에서 천장을 찍었으니까).



그랬던 그가 3달만에 '와~' 소리 나는 글을 데리고 왔다. 그날 미팅에서 나는 이 말을 그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곧 책 써야겠어요!'


쌍따봉


그 말도 잠시, 나는 곧장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띵호와 같은 효과를 뭇 글쓰기 초보에게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글방은 글쓰기 멘토쉽은 그러려고 만든거였다.



Q.

어떻게

글쓰기 처음 하는 사람

단 3달만에

1-2년 쓴 사람보다

잘 쓸 수 있게 된 걸까?



그간 살펴 본 바, 그는 이렇게 했다.




글쓰기 중요성 이해 : 그는 글쓰기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멘토쉽 중 전한 내 조언 모두 지지하게 받아들였고 삶에 적용하려 했다. 글쓰기를 맹탕으로 알았다면 귓등으로 흘렸을지도          


시간 투자 : 얘기 들어보면 글 한 편(우리 멘토쉽에서 글쓰기 주제는 자유로워도 분량은 정해진다. 다 이유가 있다. 보통 A4 2장) 쓰려고 50시간을 할애했단다. 보통은 글 한 편에 2일은 고민하더란다. 하루에 2시간 이틀해서 4시간이 아니라, 2일에 걸쳐 30시간. 이야기 들어보니, 글 쓰고 고치고 글 쓰고 고치고를 무한 반복했단다          


신뢰와 존중 : 멘티씨는 나를 순수하게 믿었다. 매번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만 믿고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 믿음에 부합하려 나 또한 최선을 다했고. 그런 우리 둘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나보다          

거르지 않기 :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네 번을 만났는데 단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보통 일 바쁘고 피곤하면 한 주 건너 뛰기도 하지. 나도 그런 멘티를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매 달 100% 완수!          


절절하게 : 멘티씨는, 소위 인생의 전환점에 있다. 자기 이야기기하며 울기도 할 정도로 위축됐던 상황. 사생활이라 말할 수는 없다. 비밀 유지가 원칙이니까. 여하튼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그는 절절했다. 그 힘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무엇보다 멘티씨Y는

나를 기깔나게 잘 활용했다.



우리 멘토쉽에서는 글쓰기와 별개로, 주어지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매번 해야한다. 답 중에는 다음을 포함한다. 멘티씨가 글 쓰며 느낀 감상 그리고 질문. 멘티씨Y가 유독 잘 한 점은 질문을 10000% 활용했다는 거다.



사실 이것이 아니면 글쓰기 과외 1:1로 글쓰기 피드 받을 이유가 없다. 적극성과 접근성. 그리고 이것은 무슨 말이냐. 결국 '나라는 멘토를 적극 활용' 했다는 말이다. 멘토쉽 초반 그에게 말했던 것처럼.



"멘토인 나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노하우가 좀 쌓였겠습니까.


요긴하게 쓰일테니 잘 활용하세요.


대신 멘티씨도 내가 더 탁월지고 싶도록

나를 채근해 주었으면 합니다.


다른 거 없습니다.

그저 진심 다해 성의껏 써 주세요."



흥나라흥 글방 - 글쓰기 멘토쉽


그런 멘티씨Y였다. 단숨에 잘 쓰게 될 수밖에 없었다.



수업은 수업료 지불받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가치가 아니다. 수업 제공자가 수업료 최소 10배 가치를 전하는 건 기본, 수업 제공자의 열린 마음과 수강자 태도에 따라 그보다 더한 가치를 가져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1:1 멘토쉽 비용을 책정하면서도 생각했다.



이건 책정된 비용일 뿐이지, 멘티가 가져갈 가치는 무한대겠다.

왜냐하면 1:1로 만나기 때문에 나를 온전히, 적극 활용할 수 있으니까. 활용하는 만큼 뽑아 먹겠구나. 그래서 이 수업은 절대 비싸지 않아.



아아.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리지?



멘티씨Y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글을 쓴 그는 수년에 걸쳐 이룩한 내 모든 통찰을 고작 3달만에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덕인지 몇 년을 써왔다는 그보다 글을 훨~씬 잘 쓰게 되었다. 남의 n년을 3개월로 줄였다.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 그의 읽으면 바로 안다. '아따 잘 쓰네!' 그런 그를 글방 스타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면 이는 욕심일까.



여하튼 그는 글쓰기에 진심이었고 그런 진심을 나는 매주 읽었다.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서 안달난, 그런 상태의 매주 지속이었다.




지난 주 멘티씨Y의 글을 받고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균형이 깨져버린 감정을 되찾기 위해 이 글 쓰게 된다. 어디가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데 아, 한 가지 점에서 성질이 난다.



이것을 수치화 할 수 없다



인간은 보통 수치화 된 것에 자극 받아 그것의 가치를 인정한다. 가령 이런 식의 수치다.



- 내 코칭 받고 조회수 10만 뛰었다!
- 내 수업 듣고 매출 5배 상승했다!
- 내 멘토쉽 듣고 책 100만권 팔렸다!



그러나 글쓰기로 멘티씨Y가 얻은 모두는 수치화할 수 없다. 삶 자체가 달라졌다는데, 술로 보내던 시간 대부분이 글이 되었다는데, 나는 이 모두를 수치화 하는 방법을 알 수 없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찰나생멸의 길목에, 그가 생에서 멸이 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그래서 글쓰기는 매번 서럽다. 삶의 변혁, 그것을 수치화 할 수 있는 부처나 예수는 어디 있는 걸까.



삶 자체가 달라졌단다.

술로 보내던 시간 대부분은 글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직업 자체를 바꾸기로 했으며,

본인과 비슷한 상황에 있던 아픈 이들을 도우려
두려움 이기고 책을 쓴 작가가 되겠다는데,

세상이 맡긴 자기 사명(책임)을 비로소 찾았다는데

그냥, 나는 이 모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오는 막막함에

안타까움만.

- 손은경



이쯤이면 전부 다 아시겠지만 나는 <흥나라흥>이라는 글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쓰기 피드가 필요한 이들과 1:1 글쓰기 멘토쉽도 진행하고 있다. 저마다 글 쓰는 수준과 강점/약점이 다르기에 유효한 수업. 멘티는 자기 글 보여주며 어땠는지 뭘 개선하면 좋을지 묻고, 매 번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제를 제안 받는다.



이런 글쓰기 수업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극도로 싸다면 싸고, 저렴하지 않다면 않다. 받아들이는 자가 준비되어 있느냐 아니냐. 가치와 비용은 오직 여기 기인한다.

헉 왕따시만하네


그러나 단언컨대 

멘티씨Y를 보면서 세 가지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나, 수업료 100배 그 이상의 가치를 얻어간다

둘, 확실히 피드 받으면 글쓰기 빠르게, 제대로 는다(쓴다)

셋, 글쓰기는 위대하다. 감히 수치화 할 수는 없다

- 손은경



하나 감동적인 것은 그에게 나는 멋진 멘토겠지만, 그 또한 나의 롤모델 멘티가 되었다는 것.



앞으로는 멘티씨Y 같은 이들과 글을 쓸 것이다. 그들을 탁월하게 만들고 싶어 안달 난 내 미친 열정을 미래의 멘티씨들에게 쏟아 부을것이다.



이 모두가 선생 잘 만나서라며

자기 수고는 소라게 마냥 집으로 웅크려 넣은 멘티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멘티씨Y가 받고 있는 멘토쉽은 이거입니다. 이만하면 자랑할 자격 있잖여? 안 그류??


https://blog.naver.com/bestjasmineever/22322874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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