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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Dec 27. 2023

카이막, 튀르키예 며느리가 전하는

제35화

외국인 남편의 나라, 튀르키예를 널리 알린 공신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둘의 팔을 들쳐 올릴 것이다.     




희극인 이용진

요리연구가 백종원     





우선 이용진, 그는 방송에 나와 “튀르키예 아이수쿠뤼이이임~” 하며 간살을 떨었더랬다. 그 바람에 튀르키예라는 저 멀리 동유럽국가가 잊혀 질 만할 때 불씨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 ‘역시, 아이스크림하면 튀르키예지!’ 살렙이라는 난초과 식물이 들어가 쫀득한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은 이제 머리에 떠날 수 없다. 인중에 그린 누운 3자 모양 수염에 킹받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수고 많았다는 점. 내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설탕 백선생. 백종원은 튀르키예 방문했을 적 눈 지그시 감은 채 카이막 음미하며, “이건 천상의 맛이융” 했던 공이 있다. 이후로 천 만 국민은 대체 카이막이 뭐냐며 카이막이 없는 한국에서 카이막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일부는 튀르키예에 직접 가 백선생이 잡쉈다던 그 카이막을 먹기도 했고, 또 일부는 한국에서 카이막 이미테이션을 만들어 얼추 비슷한 맛 효과를 누리고자 했다.     





여하튼 백선생 > 카이막 > 튀르키예라는 움직임을 만들었다. 튀르키예 대표(?) 며느리로서 이 점 심히 감사해하고 있다.     





그런 그는 어떤 면에서 희극인 이용진 보다 고맙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그의 유튜브 채널 속 코너 ‘배고파’에서 튀르키예에 방문했다. 튀르키예가 미식 나라라는 걸 선생은 아는 것이다. 선생은 역시나 카이막 한 덩어리를 때렸더랬다. 빵에 바른 카이막 먹으며 그는 연신 “음음 맛있어. 음~” 하는데, 그 한 마디가 미친 영향은 실로 기염이다. 다시금 범국민을 카이막에 빠지게….     





그래서 오늘은? 카이막 붐에 편승하고자 한다. 튀르키예 며느리로서 전하는 ‘나 혼자 카이막 대담’이다. 카이막 현실 이야기쯤으로 생각해도 좋겠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한다.     




튀르키예식 아침 식사 & 카이막



카이막이 뭐길래?



카이막(kaymak)이란 우유를 가열한 뒤 생겨난 지방막으로 만든 버터 같은 음식이다. 주로 꿀에 곁들어 먹어 ‘발(bal, 꿀을 뜻한다) 카이막’이라고도 한다. 남편 말로는 튀르키예 소 '만다(manda, 일종의 물소)'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카이막이 특히 맛있단다. 눅진하고 고소하단다.     





튀르키예에선 의외로 자주 먹지는 않는다



튀르키예에선 아침으로 빵에 잼, 치즈, 올리브, 토마토 샐러드(말린 과일과 견과류도 거의 등장)를 곁들여 먹는다. 잼과 치즈, 올리브는 각 2-3종류 이상 준비해 다양하게 발라(골라) 먹는 재미를 주는데, 간혹 카이막이 등장하기도 한다. 빵에 발라 먹을 일종의 반찬으로 올려지는 셈. 그러나 등장하는 법은 거의 없다.     





방문했던 모든 친척집 아침 식탁엔 카이막이 없었다. 반대로 우리 시댁 식탁엔 늘 있었다. 백종원 선생 덕에 카이막을 흡사 동경하던 나로 인해 엄마가 매번 준비해 주신 거였다(그러나 잘 안 먹게 되었다. 더 맛난 거 먹기도 벅찼다).     





그렇다면 간식이나 디저트로는? 글쎄, 그다지. 의외로 많이 먹지 않는다. 의외라고 해봤자 한국에서 상상했던 그 기대감 때문에 ‘의외’가 된 거겠지만.     





카이막은 튀르키예 디저트에도 숨겨져 있다



바클라바라(baklava)는 디저트는 꽤나 유명하다. 큐브 모양으로 생긴 패스트리를 시럽에 푹 절여 그 위에 피스타치오 가루나 호두 가루 등을 뿌린 과자나 빵 같은 디저트로, 한 번쯤 봤을 테다. 그리고 바클라바엔 카이막이 중간에 발려 있는 종류도 꽤 많다. 자세히 보면 패스트리 겹 사이에 발린 하얗고 뽀얀 그것이 카이막. 다만 시럽 단맛에 눌려 카이막 질감이나 고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없을 뿐이다.     





해서 하는 말은, 꼭 카이막 단독으로 드실 필요는 없다는 거다. 물론 카이막과 독대했을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미(味)각이 있지만 튀크리예 음식 어딜 보나 카이막은 숨겨져 있는 걸.     



Best baklava ever




튀르키예인에게 카이막이란?



“맛있지. 근데 왜?”    




 

크게 공경하지 않는다. 맛있지만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까? 음, 맛있긴 하지만… 하는 눈치다.

읎어 못 먹는 우리랑 다르다.     





잠시 카이막 질감과 맛을 표현하면, 질감은 꼭 크림치즈와 버터 사이 같다. 포크를 가져다 사악 잘랐을 때 묽기며 꾸덕함 모두가 딱 크림치즈와 버터 중간이다.     





맛은 생크림에 비슷한데 생크림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맛 봤을 식품 중 가장 유사한 맛은 역시나 생크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느끼하지 않다. 개인적으론, 오히려 입 안이 신선해진다. 신선한데 고소하게 농축된 생크림을 먹는 느낌이랄까. 우유 고소함이 강하고, 강한 것과는 달리 비린 맛은 없다.     





그래서 카이막이 무슨 맛인지 묻는다면 ‘먹어봐야 아세요’라고 밖에는 더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왜냐면 당신의 경험에 카이막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크림치즈와 버터와 생크림에 빗대어 가며 백 선생 ‘천상의 맛’이라 한 이 카이막을 아무리 설명해 봐야, 진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백종원 선생이 빵에 카이막 발라드시며 했던 모든 표현을 이해도하고 부정도 할 수 있지만(그 맛을 아니까), 호기심 어린 당신 표정이 호기심에서 앎으로 변하지 않는 건 그래서. 때문에 카이막 사이에 두고 우리 사이에 생긴 거리를 없애려 당신은 이태원에 가 카이막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 맛을 알고야 말아야겠으니까.





막상 튀르키예에 있을 때카이막은



잘 안 먹게 된다. 왜냐고? 카이막 보다 맛있는 음식이 훨씬 많으니까. 배불러서 에크맥(튀르키예에서는 ‘빵’을 에크멕이라 한다)에 카이막 발라 먹는 날은 거의 없다. 튀르키예는 중국, 프랑스와 함께 3대 미식의 나라다. 다만 ‘먹을 게 없어’ 보이는 이유는 면 요리가 거의 없어서다. 면을 사랑하는 한국인에게 튀르키예 음식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대신 빵이나 밥(필라프, 일종의 볶음 쌀밥)를 먹는다.     



피데 & 이름 까먹



여하튼 시댁에 있으며 매번 느끼는 건 나는 방금 떠 와 싱싱한 카이막이 눈앞에 있어도 먹지 않는데, 한국에 있는 지인은 흥분해 있다.     





“카이막 먹었어? 올 때 사다줄 수 있어?”     





그때로 나는 백종원 선생의 영향력을 절절히 체감한다. 그의 말 한마디가 뭐이라고, 거참. 튀르키예 카이막은 한국이 거덜 내것소!     





한국에서 만든 카이막과 현지 카이막 비교 했을 때



얼마 전 방송에서 백종원 선생과 그의 현지 가이드 하산은 말했다. 한국에서 만든 카이막은 전분이 들어간다고. 소위 원조가 아니라는 말일테다.      





튀르키예인 하산이 제 나름 자부하는 자국 음식 카이막이 한국에서 변질(?) 되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전분 덩어리로 전파되고 있을 때 그 슬픔이야 말로 무엇하랴. 미간 팔(八자) 모양으로 된 채 말하던 백종원 선생도 오호통재라 생각하던 듯. 그 둘을 거실 TV로 보고 있던 튀르키예인, 남편 올훈씨도 한 마음이던 듯, “맞아요” 하더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에서 만든 카이막을 굳이 내 돈 주고 사먹고 싶을 정도로 그 맛이 그리운 건 아니라, 하물며 중간에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시아주버님이 튀르키예에서 올 때 카이막 세 통을 사다주신 바람에 더욱 그립지 않게 된 터라, 먹지는 못해봐 비교할 순 없다.     



튀르키예 여행 갔다 'Helvaci Ali'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서 사 먹으세요. "이르믹 헬바즈" is 인생 디저트



다만 한국 카이막엔 전분이 들어갔다는 소식으로 짐작해 보아, 카이막 특유 신선함과 고소함은 없을 것이라고, 어쩌면 카이막 찾는 유일한 이유일지도 모를 이 둘이 없으니 맛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카이막에는 그 위에 뿌려지는 꿀이 신의 한수. 꿀 맛 좋기로 유명한 튀르키예산 꿀이 없는데, 그 맛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튀르키예에 방문하는 수밖에는!     

*이 글은 튀르키예 관광청과는 무관하게 쓰였습니다만, 협찬 들어온다면 감사히 수락할 의향 천퍼(%)입니다.




위는 네이버 연재 중인 글로, 원본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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