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섬+바다 9좌
※ 향일암 방문기는 여수 동백 꽃놀이(2018)로 대체합니다.
--------------------------------------------------------------------
2018년 3월 11일 일요일, 전남 여수 오동도(한국관광 100선), 향일암, 이순신 광장.
작년 봄부터 본격적인 전라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전라도를 정복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여수는 지난 6월에 디오션 워터파크와 거문도를 방문한 후 재방문이었습니다.
오동도와 향일암이 동백꽃 명소라고 들어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여수행 기차는 몇 대 없습니다. 원래 10일 토요일에 갈 예정이었는데, 겨우 2분 차이로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 날 다시 떠났습니다. 몇 번이나 고민한 끝에 감행한 눈물의 여행이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일요일의 도로는 한산했습니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차량이 많음을 탓해야 합니다. KTX를 타고 8:43에 출발했는데, 11:19에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했습니다. 자가용 타고 가도 약 2시간 30분 걸리는데, KTX가 더 느렸습니다. 중간중간 정차구간이 많아서, 지루했습니다.
일조량이 좋은 오전 시간을 이동하느라 다 까먹은 채, 시간에 쫓기는 당일치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여수 엑스포역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기온이 따뜻하고, 햇살도 좋았습니다. 여기저기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 온 모습을 보며, 마냥 부러웠습니다.
차를 대여했습니다. 여수 엑스포역의 저렴한 렌터카들은 이미 다 예약마감 상태이고, 겨우 한 대가 달랑 남아 있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쉐보레 말리부를 선택했습니다. 대여료가 값비싼 만큼 승차감도 좋아서, 운전이 꽤 즐거웠습니다.
여수 엑스포역에서 오동도는 가까웠습니다. 관광객들로 붐볐고, 오후의 주차장은 만석이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한 후, 오동도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엠블 호텔이 보였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수에 같이 여행오기로 한 동행과 1박 2일로 이곳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오지 못했습니다.
동백 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오동도를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오동도 입구에서 자전거 대여소를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자전거를 타니, 신이 났습니다.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동백나무와 조릿대의 종류인 이대를 비롯하여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룹니다. 오동도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데, ‘동백섬’ 또는 ‘바다의 꽃섬’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나, 어느 관광객이 이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대나무랑 비슷한데, 대나무는 아닌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뜻 봐도, 이대는 대나무보다 작고 약해 보였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향일암이 난코스인 것을 사전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체력을 아끼며 서둘러 오동도를 떠났습니다.
향일암이라는 명칭은 금오산의 기암절벽 사이에 울창한 동백이 남해의 일출과 어우러져 절경을 빚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합니다. 향일암의 특징이라면 커다란 돌들이 입구가 되기도 하고, 기둥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암자 곳곳에 석문이 있어서 키가 큰 사람들은 고개를 낮추고, 몸집이 큰 사람들은 몸을 웅크려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겸손해지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낙산사 홍련암, 남해 금산의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 여수 금오산 향일암)중 한 곳으로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고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이순신 광장에 도착하자, 커다란 이순신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광장 가장자리에서 기울어가는 오후 햇살을 받으며, 만개한 매화가 반겼습니다. 역시 남쪽은 빠릅니다! 매년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참 반갑습니다. 봄은 만나는 것은 늘 새롭고, 아름다우며, 가슴이 설렙니다.
진남관, 충민사, 아쿠아플라넷에 들렸습니다. 진남관은 보수공사 중이었고, 충민사는 잘못 찾아간 듯했고, 아쿠아플라넷은 공연이 이미 끝난 상태라고 해서 또다시 계획을 바꿨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수 맛집 한 곳쯤은 들려야 하지 않겠어?'
게장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습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비린내가 진동했습니다. 건물이 크고, 넓었습니다. 게장 판매장도 따로 있었습니다.
전라도 밥상은 인심이 후해서 좋습니다. 반찬 가짓수도 많고, 음식도 맛있었습니다. 게가 싱싱하고, 껍질이 단단했습니다. 어금니가 혹여나 다칠까 봐, 섣불리 씹지는 못했습니다. 직원에게 물으니, 가위 손잡이의 돌기 부분으로 돌려가며 자르라고 했습니다. 가위를 그런 용도로 쓸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신기능을 배웠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변수가 많아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수에 대해 더 알게 돼서 기쁩니다. 다음 여수행을 또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