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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Feb 27. 2023

부안 고사포 해변

국립공원 섬+바다_12

2023년 2월 24일 금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부안에 들렀다 군산에 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오후에 집을 나섰습니다. 부안에 간 김에 자연 휴양림과 내소사를 둘러볼까 생각했지만, 이 계절에는 어딜 가든지 황량한 풍경뿐입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사포 해변에 닿았을 때, 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착하고, 다정한 분입니다.

"통화 돼요?"

"아, 네! 말씀하세요, 팀장님."

"밖이에요?"

"네, 부안 바다 보러 왔어요. 혼자요."

"혼자 여행? 우와, 멋지다! 기혼은 그저 자유가 부러울 따름이네요."


전날, 회사에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표님이 팀장님에게 전화로 업무 지시 사항을 말하는데, 팀장님은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동료와 함께 내용을 듣고 있는데, 대표님이 유독 저만 꼬집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신입이니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으나, 씁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팀장님은 당황하며, 서둘러 이어폰을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뒷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 명이서 잘해 나갈 거예요. 저는 슈히 씨가 좋아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팀장님이 좋아요. 저기, 근데 왜 팀장님은 보육 교사 하시다가 진로를 바꾸신 거예요?"

"어린이집 교사는 근무 시간이 너무 길어요. 하루 열두 시간 이상 일한 적도 많아요. 강사는 자유 시간이 많아서, 십 년째하고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유아 교육은 너무 어려워요!"

"1년만 해보면, 금방 익힐 걸요. 사실 누가 가르치든 다 비슷해요. 거기서 거기야."

팀장님과 꽤 오래 통화했습니다. 곧 3월, 신학기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별수 없지, 뭐. 생존하려면 노력해야지! 지금은 힘들어도, 좋은 날이 오겠지.'


한낮의 봄볕은 따스했으나, 바닷가에 오니 해풍이 거셌습니다. 몰아치는 바람에 마음이 쓰라릴 정도였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니, 마음이 차차 안정됐습니다. 어떤 이가 자연을 찾는 이유는,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느끼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채석강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도중, 오디빵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때마침 출출하던 차였습니다. 

"오디 라떼 주세요."

"재료가 떨어져서, 지금은 안 돼요."

"안타깝네요......"

오디 쌍화차를 주문했습니다. 시큼한 맛이 났습니다. 오디빵과 곁들여 먹었습니다. 부안의 특산품이 오디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으니, 성공적인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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