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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Feb 28. 2023

부안 채석강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섬+바다_13

  부안 고사포 해변과 채석강은 근접합니다. 몇 해 전 5월, 가족과 함께 채석강에 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땐 하늘이 온통 우중충했습니다. 게다가, 어린이날과 주말이 낀 연휴였습니다. 종일 차만 타서, 지루했습니다.

  이번엔 그때와 다릅니다. 마치 가을 하늘처럼 청명합니다. 역시, 여행은 날씨가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인 서글펐지만, 일정을 마친 후에 부안 거주자 지인을 잠깐 만나기로 했습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의 주변을 둘러보니, 부안의 깃대종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이 생물은 노란 바탕의 몸에 검정 무늬를 지니고 있는데, 얼룩말을 연상케 했습니다.

'잉, 부안 종개 사이에서 사진 찍으면 좋을 텐데. 부탁할 사람도 없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조형물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한적했습니다. 평일의 여유로움을 만끽했습니다.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이 날개가 아픈지, 해변에 서있었습니다. 파도가 일며 바닷물이 쏴아아 쏴아아 밀렸다 나가기를 반복했습니다. 띄엄띄엄 보이는 관광객들과 동물들이 어우러진 해변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증이 벌써 끝났습니다.

  '이제 뭐 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여권에 도장만 찍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펭수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들어올 거죠?"

  '그래, 저기라도 들어가 보자!'

그렇게 탐방 안내소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습니다.

       

  채석강의 지형은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입니다. 돌출된 지형인 탓에 오랜 세월 파도와 해풍에 깎여 현재의 거대한 해안절벽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채석강은 지질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명승 제13호 및 국가지질공원 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 변산반도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안내문.


  그냥 확 당겨서 한국에 눌러앉은 게 벌써 40년이여. 참 거시기 허지. - 브라이언 배리(1945~2016)


  1968년 닭이봉 중턱에서 본 격포 어촌

닭이봉은 채석강을 우산처럼 받치고 있는 산 정상을 말합니다. 옛날에 산 아래의 격포 마을이 지네 형국으로 되어 있고, 닭이봉은 닭의 벼슬 모양을 하고 있어서 닭이봉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더욱 재밌는 것은 마을은 지네 모양이고 마주한 산봉우리는 닭의 벼슬 모양을 하고 있으니 마을에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이를 제압할 수 있는 족제비상을 만들어 닭이봉을 마주 보도록 하였더니 재앙이 물러갔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 브라이언 배리


  1968년 하섬

하늘에서 보면 새우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새우 하(鰕) 자를 쓰는 하섬은 약 3만 평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2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섬 중앙에는 마르지 않는 석간수가 있어 예부터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섬 주변은 천혜의 어살목으로 60~70년대까지만 해도 어살의 원조격인 독살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독살이란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여 바다 쪽을 향해 말굽 모양으로 쌓은 돌담을 말합니다. - 브라이언 배리


  소금꽃이 피는 바다, 곰소염전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천일염지인 곰소염전은 바다와 인접한 다른 염전과 달리 곰소만 안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줄포만에서 곰소만까지 화염(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을 만들어 남포리에 있는 사창(조선시대 지방에 설치된 곡식 저장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건모포(옛 포구)에서 쌀과 함께 서울 노량진으로 보내졌습니다. 지금의 곰소염전은 일제말기에 만들어졌으며, 해방 이후 천일염을 생산했습니다. 소금은 보통 촘촘한 바둑판 모양으로 갯벌을 다져서 만든 염전에서 3월 말에서 10월까지 생산되는데, 5, 6월에 소금 생산량이 가장 많고 맛도 좋기 때문에 이 시기가 염부들에게는 수확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곰소만의 입지 조건상 바닷물에 미네랄이 많기 때문에 소금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채석강의 유래, 부안을 사랑한 서양인 브라이언 배리의 이야기 등을 눈여겨보았습니다.

  '부안의 어떤 점이 좋아서, 이민까지 온 걸까?'

그가 전한 전설도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아까 먹었던 오디빵이 전시품으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새삼 반가웠습니다.


  다시 야외로 나갔습니다. 해변에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인어 동상인가? 사진 찍으러 가야지!'

촬영하기 위해 모래사장을 밟았습니다. 부드러운 모래들이 주르륵 미끄러지며, 몸도 따라서 훅 쏠렸습니다. 넘어지진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자극에 놀랐지만,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모래 감촉이 좋았습니다.

  여자 조형물은 과연 인어였습니다. 안내석을 보니, 노을 공주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바닷물에 글씨가 지워져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노을을 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문장이 흐릿했습니다. 

  '아쉬워라...... 확인할 길이 없네.'

  바람이 차가웠습니다. 서해랑길 띠지가 보였습니다. 블랙야크 인증지와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섬+바다를 모두 마치고 나면, 서해랑길과 남파랑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냐, 이제 인증은 그만하고 싶어! 제발, 그만!!' 

아무래도, 인증을 하다 보면 강박감과 부담감을 떠 앉게 됩니다. 밀린 숙제를 억지로 하듯 말입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많았습니다. 만나기로 한 지인은 직장인이라서, 회사를 빠져나올 수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채석강을 산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차장과 호텔이 보였습니다. 몇 해 전, 가족과 함께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생각하건대, 채석강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인가 봅니다. 혹은, 그간 다른 건물이 들어와서 발전하고 정비된 모습일런지도 모릅니다. 

  이정표를 따라 가는데, 집채 만한 검은 개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성격이 온순한지, 사나운지 확신이 없었기에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개와 눈높이를 맞추며, 오른손을 내밀어 보았습니다. 별 반응이 없습니다. 마침 아는 노래가 흘러나오길래, 한 구절 따라 불렀습니다. 개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사람을 안 좋아 하나? 아니면, 암컷이라서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건가......?'

  무관심한 개의 태도에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자리를 뜨려고 몸을 일으켰더니, 그제야 개가 짧은 꼬리를 흔들며 네 다리로 섰습니다. 개는 키가 크고, 늘씬했습니다.

  '응? 수컷이네!' 잠깐만 데리고 놀까? 마침 적적했는데.'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려고 주변을 둘러봤으나, 횟집에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목줄을 풀자, 개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달려들었습니다. 기운이 셌습니다. 몸놀림을 보니, 어린 듯싶었습니다.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잘 따랐습니다.

  개는 계단을 겅중겅중 잘 내려가고, 잘 올랐습니다. 관광객들의 이목이 개에게 집중됐습니다. 비록 견주는 아니었지만, 목줄을 쥐고 있으니 그때만큼은 진짜 대형견의 주인이라도 된 듯했습니다. 개의 목을 휘감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얼굴을 홱 돌려 버렸습니다. 

  '앞 좀 봐줘......!'

아무래도, 사진 찍기를 싫어하나 봅니다. 혼자라서 내내 쓸쓸했는데, 도베르만과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헤어질 땐,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인을 만나 그간 안부를 묻고, 헤어졌습니다. 가평 명지산을 함께 등산했고, 거제 외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는 어르신입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회식하는 날이라서, 팀장으로서 자리를 비우기 곤란한 듯 보였습니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차를 몰고, 홀로 군산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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