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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Apr 06. 2023

완도 금당도 삼랑산(220m)

사랑하기 좋은 계절

새벽 3시에 일어나 주행했습니다. 6시에 장흥 노력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해도 뜨기 전의 이른 시각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산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노력도의 금당도행 배편은 예약이 안 되고, 현장 발권만 가능했습니다. 승선료 3,600원(편도)을 지불했습니다. 바다로 할인권을 적용해 할인된 금액이었습니다. 06:30에 첫 배를 탔습니다. 배에 탄 후,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했습니다. 수돗물 색깔이 갈색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녹슨 물 같았습니다.

'웩......!'  


금당도 가학항에 7시에 도착했습니다. 마을버스가 보였습니다. 카드 결제는 안 되고, 오직 현금만 가능했습니다. 버스비 1천 원을 냈습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전화했던 사람이에요. 삼랑산 정상까지 가려는데, 어디서 내리면 될까요?"

"몽금포에서 내려서 쭉 직진하면 돼요."

"11시 배 타고 육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걱정하지 마요. 시간 충분해요. 내 걸음으로는 왕복 90분 걸려요."

손님은 혼자였습니다. 기사님과 담소를 나눴습니다.

"기사님은 섬에 사시는데, 어업 안 하세요?"

"어업이 힘들어요."

"그렇군요."

"원래 공무원이었는데, 은퇴했어요."

"아, 그럼 연금 받으실 테니까 일 안 하셔도 되겠네요."

버스는 곧 멈췄습니다. 목적지까지 금방이었습니다.

"다 왔어요. 여기서 내려서, 임도로 쭉 직진하면 등산로 나와요. 한눈팔지 말고, 그냥 계속 가면 가학재로 하산할 수 있어요. 선착장까지 그냥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예요."

"고맙습니다! 잘 다녀올게요."


과연, 삼랑산은 기사님 말씀대로였습니다. 헤맬 일 전혀 없이 줄곧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정상에 닿자, 진달래가 반겼습니다. 벚꽃은 끝물이었습니다. 흙바닥에 앉아 어제 남자로부터 받은 편지를 펼쳤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마음에 듭니다.



[산악회에서 알게 된 슈히라는 여자는 상당히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궁금했지만, 얼굴이 교묘하게 가려진 사진뿐이었다. 나도 열심히 등산을 다니지만, 그녀는 더 열성적이었다. 그녀가 궁금했다.

"아주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이겠지?"


무릎을 다치고, 잠을 못 자서 상태가 안 좋은 채로 그녀를 만났다.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한쪽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나고, 콧물이 멈추지 않았다. 힘겨운 하루가 될 수도 있었다. 그녀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배를 탄 후,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녀의 여유롭고 부끄럼 없는 태도, 알 수 없는 표정과 눈빛에 관심과 호기심이 일었다.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도, 기분을 알 수도 없었다. 그녀와 연애, 이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알 수 없는 줄타기가 시작됐던 것 같다. 그녀는 나보다 무려 다섯 살이나 많지만, 여자로 느껴졌다. 가정사와 힘든 시절을 들었을 때 좀 더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사연 많고, 아픔이 있는 여자는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자와 단둘이 섬에서 여행하는 건, 설렜다. 흥미로움이 가득해서, 아픈 무릎을 잊을 정도였다. 그녀의 여과 없는 말과 재밌는 일화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따먹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사과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과 표정, 손짓에서 나는 이미 깊은 늪에 빠져버렸다. 이미 그녀의 슬픔을 들어 우리의 감정은 같은 선상에 있었다. 그녀는 계속 질문을 해주고, 관심을 가져줬다. 행복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신비한 그녀, 언젠가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기까지 참 오래 걸리는 편이다. 등산을 쭉 다닌다면, 우린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참으로 매력이 넘치고, 아름다운 여성이니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을 가지고 건승하길!]



비록 혼산이었지만, 편지를 읽으니 외로움이 덜했습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하산 후, 선착장까지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혼자 왔어요?"

"네, 등산했어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백색과 하늘과 바다의 청색 조화로워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가항학에 도착하니, 10:30이었습니다. 여유 있게 11시 배에 올랐고, 무사히 노력도에 돌아왔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고흥 영홍도 좀바끝입니다. 순천인들과 합류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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