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국가 정원(1)

2023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

by 슈히

여수인과 함께 순천 정원 박람회를 가기로 했습니다. 전남 산악회에서 알게 된 서른다섯 살 남자인데, 안면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본래 아홉 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그가 열 시에 만나자고 해서 한 시간 연기했습니다. 아홉 시 이후에 서관 주차장에 가니, 이미 만차였습니다. 오천 주차장에 주차 후, 매표소까지 걸어갔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그에게 안내했으나,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미리 검색한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서관부터 관람하는 게 좋을 듯했습니다. 그러나, 안내원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서관보다 동관이 훨씬 볼 만하다고 했습니다.

"초면인 여수인과 구경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여태 소식이 없네요. 아니, 여수 살면 멀리서 온 나보다 미리 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말하자, 안내원이 걱정스럽게 대꾸했습니다.

"오긴 오시는 거죠? 굉장히 바람이 차네요. 지인에게 코트 벗어 달라고 연락해 보세요."

매서운 꽃샘추위에 사시나무 떨듯 떨며, 옷깃을 여몄습니다.

"코트는 저도 차에 있어요. 근데, 봄나들이에 코트는 어울리지 않아요. 가볍게 입고 싶어요!"

여수인과 약속한 시간이 됐고, 단체 대화방에 한 마디 남기고 입장했습니다.

"답 없으셔서, 혼자 입장......"

약 이십 분 후, 그가 답장했습니다.

"저 배를 놓쳐서, 늦어요. 여수 바다 김밥 사서, 빨리 갈게요."

미리 연락하지 않은 상대방의 무례함에 심기가 불편했으나, 음식을 사 온다는 말을 듣고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했습니다. 여수 바다 김밥은 줄 서서 한참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맛집이라고 빛날에게 들었습니다.

서관의 동물원은 비록 규모는 작았으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였습니다. 홍학들과 백조들이 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광경이 평화로웠습니다. 복슬복슬한 알파카들이 관광객들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갈색은 한 마리, 나머지는 흰색이었습니다. 안내문을 읽어 보니, 알파카는 불쾌할 때 침을 뱉는다고 했습니다. 신기하고도, 웃겼습니다.

'윽, 질식할 것 같아......!'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낯선 동물을 만나서 반가웠으나, 잡내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금방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밖에 다른 동물들은 청와대에서 온 풍산개, 참물범, 프레리독, 알다브라 코끼리 거북, 사막 여우, 미어캣, 코아티, 공작(백/청), 다람쥐원숭이 등이 있었습니다. 그중 풍산개, 알다브라 코끼리 거북, 코아티, 다람쥐원숭이들은 자느라 널브러져 있거나 어딘가 숨어 있었습니다.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미어캣이 똑같은 자세로 나란히 벽에 기대어 서있는데, 연인 한 쌍이 다가왔습니다.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머, 귀여워! 자기랑 똑같이 생겼네!"

깨가 쏟아지는 연인 옆에서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기온도 찬데, 마음까지 꽁꽁 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물원을 나와 호수 옆을 거니는데, 홍학 한 마리가 풀밭에서 열심히 걷는 중이었습니다.

"너도 혼자구나? 나도 혼잔데!"

말을 걸어 보았으나, 작은 생명체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속상했습니다.

열한 시경, 여수인은 바다 김밥을 사서 출발했다고 연락했습니다.

"후딱 갈게요. 죄송해요."

혼자 외롭게 관광하느니, 미워도 동행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인내심을 갖고 온화하게 응수했습니다. 게다가, 내가 연장자였습니다.

"괜찮아용. 조심히 오세용."

습지에는 싱그러운 연둣빛이 가득했고, 선배드와 벤치 등 갈색의 목조 휴식 공간이 많았습니다. 조화로워 보였습니다. 평지에 백조 두 마리가 다소곳이 앉아 있길래,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다른 관광객들도 하나둘씩 모여들었는데, 백조는 성깔이 난폭했습니다. 날갯짓을 하며 사람에게 달려들고, 자기들끼리 마주보며 꽥꽥거렸습니다.

'아, 시끄러워! 왜 저래?'

칠면조 한 마리가 나무 둥치에 앉아 있길래, 다가가 관찰했습니다. 다행히, 얌전한 놈이었습니다.

'맛있겠다. 아, 배고파! 여수인은 대체 언제 오는 거람?'

서관을 둘러보는 데 약 두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에코 지오 온실, 철쭉 정원, 편백 숲길, 가을 숲길, 수목원 전망대, 한국 정원 등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오, 순천 시화가 철쭉이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

정오가 되자, 여수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서문 주차장에 도착한 모양이었습니다. 전화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도 먼저 챙기세요. 꿈의 다리라고 있거든요? 거기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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