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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May 03. 2023

신안 자은도 두봉산(354m)

도명사의 고양이

  신안 흑산도에서 11시 10분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목포에 도착하니, 13시 10분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목적지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인근 섬 두 군데였습니다. 원래 B와 함께 등산할 예정이었으나, 그는 무릎이 아프다며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목포 운동방에서 동행을 구해 보려 했으나,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혼자 가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먼 곳까지 어렵게 발걸음 했기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하늘이 흐렸습니다.

  들머리인 도명사로 향하던 중, 벽화를 발견했습니다. 잠시 멈춰서 촬영했습니다. 담 너머에 동백 두 그루가 나란히 뻗었는데, 마치 인물의 머리칼처럼 보였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에 의하면, 실제로 이 집에 거주하는 노부부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다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B에게 사진을 전송하자, 그는 엽기스럽다며 웃었습니다.

  도명사에 주차한 후,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낮은 산이라서 금방 정상에 닿았습니다. 경치는 훌륭했으나, 날씨가 흐려서 썩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했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암태도로 이동하기 전, 용변을 보려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때, 구석에서 황토색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 고양이!'

내내 혼자였던 터라, 반가웠습니다.

  "안녕!"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다가갔습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생물은 달랐습니다. 처음 본 사람을 낯가림도 없이 친근하게 대했습니다. 태도가 어찌나 교태스러운지, 살살 녹아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사랑스러운 동물의 재롱을 보고 있자니, 외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산행이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나 이제 가야 되는데, 헤어지기 아쉬워서 어째?"

털북숭이 짐승이 애교스럽게 몸을 비비며 그릉그릉 소리를 내는데, 오래오래 머물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떠나야만 했습니다. 몸을 일으켰으나,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찌나 헤어지기 아쉽던지요!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란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연합니다. 앞으로 자은도 두봉산은 도명사의 고양이를 추억할 것 같습니다.


각시붓꽃
대구의산
연하산방
땅비싸리
예덕나무 특징: 특징이 새잎이 붉은빛을 띠면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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