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개도 봉화산과 엉터리 동행

by 슈히

늘 그랬듯, 동행이 필요했다. 온라인상에서 여수 동행을 구했다. 이천에서 근무하는 문경 출신인데, 생업을 현재 쉬는 중이라고 했다.

“그럼, 금요일에도 시간 되겠네요?”

“네, 가능해요. 순천에서 출발하려고요.”

“신분증, 생수, 간식 꼭 챙겨 오세요.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도 꼭 신고요.”

문경인에게 신신당부했다.

금요일 아침 일곱 시, 여수 연안 여객 터미널에서 집결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서, 칠흑같이 깜깜했다.

“전날 친구랑 술 마셔서, 늦잠 잤어요. 간식 살 시간이 없어요. 그냥 갈게요. 섬에 뭐라도 있겠죠?”

동행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뇨, 섬에는 아무것도 없을걸요…….’

초면인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할 순 없으니, 잠자코 있었다.

다행히, 편의점에서 김밥 두 줄, 빵 하나, 우유 세 개 등 간식을 넉넉히 산 편이었다. 마침, 집에서 귤도 넉넉히 챙겨서 가방에 네 개나 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둘이 충분히 나눠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여수 연안 여객 터미널의 또 다른 명칭은 백야도 여객 터미널이었다. 이곳에서 개도에 가서 등산하고, 배를 또 타서 금오도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동행 홍구 님은 여자보다도 피부가 더 하얬다. 처음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으나, 승선권을 보니, 오빠였다. 그런데, 그의 옷차림은 운동복이 아니었다. 치렁치렁한 청바지에 얇디얇은 캔버스화를 신은 채였다.

“운동복을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 온데간데없네요. 옷차림이 부끄럽네요…….”

개도 화산항에 당도했다. 하늘이 흐렸다. 들머리가 어딘지 확신이 없어서, 불안했다. 마을 주민을 붙잡고 물어봤다. 여차저차 등산을 시작했다.

지도를 살피며 나아갔다. 홍구 님은 평소에 등산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힘든 내색은 비치지 않았으나, 걸음이 느렸다.

“운동화 신고 오라고, 내가 말했잖아요.”

“그러게요…….”

“발이 많이 아프겠네요.”

경치를 보며, 간식을 나눠 먹었다.

“어떤 맛 우유 마실래요? 원하는 거 먼저 골라요.”

그에게 양보했다.

“바나나 맛 마실게요.”

“그거 초당 옥수수 맛이요.”

그러자, 그는 마카다미아 초콜릿 맛을 골랐다.

“잘 먹겠습니다.”

간식을 먹은 후, 부지런히 걸었다. 산비탈 경사가 꽤 심했다.

‘캔버스화 신은 발로 화산항에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은데. 어쩌지?’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한참 가던 중 그가 말했다.

“아까 간식 먹은 자리에 가방을 두고 왔나 봐요!”

홍구 님의 클러치 백은 원래 내 배낭에 들어 있었고, 그 배낭을 그가 메고 있었다. 그런데, 간식 먹느라 정신이 팔린 나머지 본인의 물품을 미처 챙기지 않은 것이다.

“배낭은 제가 멜게요. 다시 돌아가서, 짐 챙기세요. 그리고, 지금 헤어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요. 정상까지 혼자 다녀올게요.”

그와 헤어지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곧 정상에 닿았고, 청설모 두 마리가 냅다 나무에 오르는 모습을 포착했다. 울음소리가 괴이했다. ‘기기기긱 겍겍겍’하고 울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몸집이 더 컸는데, 암수 한 쌍 같았다.

마을과 화산항이 내려다보였다. 시계를 보니, 약 한 시간 남짓 남았다. 여객 터미널에 전화해 문의하니, 개도 초교로 하산하면 금방 화산항에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은 곧 사그라들었다.

하산 중, 홍구 님을 만났다. 그에게 다음 일정에 대해 의사를 물으니, 뭍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열한 시 배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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