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도 봉황산과 군평선이

by 슈히

금요일 밤, 밥줘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일 어디 가세요?”

“내일 시간 돼?”

“네, 돼요.”

“여수인들이랑 돌산도 봉황산 가기로 했어. 너도 올래?”

“그럴까요.”

토요일 아침 여덟 시, 죽포 삼거리에서 네 명이 모였다. 여수인 갱화 님과 스윔 님은 본명이 둘 다 여자 같지만, 남자들이었다.

등산을 시작하기 전, 갱화 님은 혼자 사라졌다가 조금 뒤에 나타났다. 흡연자인 듯했다.

굴다리를 지나, 임도를 걸었다. 서로 나이를 정확히 몰랐는데, 갱화 님은 가장 연장자였다.

“오, 동안이시네요!”

스윔 님이 갱화 님더러 칭찬했다. 밥줘와 스윔 님은 꼭 붙어 다녔다. 둘이 동갑이라서, 서로 친밀하게 느꼈나 보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엄습했는데, 고개를 들어 주위를 훑으니 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밥줘와 스윔 님은 하산할 때가 돼서야 뒤늦게 마구간의 소들을 발견했다.

“어? 아까도 소가 있었나?”

밥줘가 말하길래, 톡 쏘아붙였다.

“그럼, 아까도 있었지! 대체 뭘 본 거니? 스윔 님과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네! 엄청 친한 척하더니?”

들머리를 찾느라, 초반에 조금 헤맸다.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다행히, 곧 정상적인 등산로로 진입했다.

갱화 님은 블랙야크 명산 100 인증 중이라고 했다. 주로 혼자 다니는 모양이었다.

“블랙 다이아몬드 스틱 쓰시네요! 저도요. 같은 브랜드로 계속 쓰고 있어요. 저렴하고, 튼튼해서 좋아요.”

그런데, 그는 상당히 힘겨워했다.

“먼저 가세요! 저는 뒤따라 갈게요. 휴, 왜 이리 힘들지…….”

가파른 구간이 잠시 있긴 했지만,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금연하세요!”

냉정하지만, 현실적이고도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일기 예보에서는 한낮 최고 기온이 영상 8도였으나, 오전의 산속은 체감 영하였다. 오들오들 떨며,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오늘 입춘인데, 완전 한겨울이네!”

등산객은 우리들 뿐이었다. 스윔 님과 함께 앞장서고, 밥줘와 갱화 님이 한참 뒤에서 따라왔다.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통화를 마친 후, 스윔 님과 단둘이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로, 연애 등 다양한 화제가 오갔다. 하산 후 주차장으로 돌아갈 때, 스윔 님이 이렇게 말했다.

“등산하면서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니…….”

밥줘와 갱화 님에게 물었다.

“무슨 대화했어요?”

“여자 이야기요!”

갱화 님이 대답했다. 의외였다.

“우린 가족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한 수 위네요. 여자 얘기 뭐 했는데요? 알려주세요!”

궁금했다. 남자가 보는 여자란 과연 어떤지, 알 수 없다.

“여자들은 왜 그럴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아무래도, 유쾌한 내용이 아니었나 보다.

“부모님들은 대체 왜 그럴까, 우린 그런 대화했어요.”

맞장구쳤다.

드디어 봉황산 정상에 도착했다. 칼바람이 매서워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주변 풍경 감상하기도 잠시, 서둘러 촬영했다. 준비한 간식들을 풀었다. 블루베리 베이글, 햄 참치 샌드위치, 초콜릿 우유 등을 나눠 먹었다.

“귤은 못생겨서, 안 먹을래요.”

스윔 님이 말했습니다. 못생기고, 오래된 귤은 훗날 더없이 소중한 식량이 됐다.

정상석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부탁할 만한 등산객이 아무도 없었다. 갱화 님이 우리의 모습을 촬영해 주었다.

“여수 맛집 좋은 곳 있을까요? 너무 멀지 않으면 좋겠어요.”

요청에 따라, 현지인 갱화 님이 좋은 곳을 소개했다. 가수 S가 개인 방송에서 소개한 식당이라고 했다. 그런데, 스윔 님은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식사를 못 한다고 했다.

“저런! 같이 점심 먹고 해산하면 좋은데, 아쉽네요.”

안타깝게도, 스윔 님은 갱화 님이 사주는 공짜 밥을 얻어먹지 못했다. 갱화 님은 시외에서 온 우리를 손님이라고 생각했는지, 초면에 대접했습니다.

“오, 밥을 왜 사시는 거예요?”

갱화 님이 밥을 산다길래, 놀라서 물었다.

“그야, 뭐……. 산에서 간식도 주셨고…….”

“간식을 먹지도 않으셨잖아요.”

난생처음 먹는 아귀탕은 입맛에 쏙 들었다. 생선 살도 푸짐해서,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익숙한 음식인 아귀찜은 비교적 실망스러웠다. 너무 짜고, 매워서 손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뼈만 앙상했다. 밥줘는 서대회를 궁금해했다.

“깨끗이 발라 먹어야지! 살이 그대로 있는데, 이게 다 먹은 거야?”

“네, 이게 다 먹은 거예요.”

“이렇게 먹으면, 네 미래의 부인이 싫어할걸?”

눈을 흘겼다.

원산지 표시판에 ‘풍금쉥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사투리인 듯했다. 나중에 검색하니, ‘군평선이’라는 물고기였다. 백과사전의 설명을 쭉 읽는데, ‘샛서방’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남편에게는 안 주고, 샛서방에게만 몰래 주는 물고기라고 한다.

‘어, 샛서방이 뭐야?’

모르는 단어였다. 검색하니, 흥미로웠다. 물고기 박사 옥구슬 씨에게 알렸더니, 신기해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생물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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