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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Oct 21. 2023

군산 관리도 깃대봉과 시간 여행(1)

  부안에서 일정을 마치고, 군산으로 이동했다. 동선은 가까운 편이었다. 금요일 밤 하루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토요일 아침 일찍 군산 관리도 깃대봉에 갈 예정이었다. 부안을 떠나기 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숙소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연락이 와있었다.

  “조식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드실 건가요? 오늘 오후 다섯 시 전까지 답변 주세요.”

하지만, 이미 다섯 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앗, 부안 여행 중이어서 늦게 확인했네요. 지금 군산행이요. 조식으로 뭐 나오나요?"

  “빵과 과일이요.”

  “토요일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산행 갈 예정인데, 혹시 포장될까요?”

  “포장은 안 됩니다.”

  “산행 갈 때 간식이 꼭 필요해서 그래요. 제가 직접 포장해 갈게요!”

  “그건 곤란해요.”

의아했다.

  ‘손님의 편의를 최대한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닌가? 조식은 애초에 포함 항목도 아니었고, 무료로 제공되는 거라면서 오히려 기분만 상하게 하잖아! 빵과 과일이 대체 왜 포장이 안 된다는 거야? 그냥 단순히 귀찮아서 그런 것 같은 눈치인데…….’

언짢았다.

  “네, 알겠어요. 조식 안 먹을게요. 까짓것, 그냥 편의점에서 간식 사면 되죠. 괜찮아요. 그냥, 잠만 잘게요.”

  군산에 곧 도착했다. 숙소 인근에 주차한 후,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분식집에 부리나케 들어가 떡볶이를 주문했다. 잔뜩 굶주려서, 맛집을 검색할 기운도 없었다.

  ‘군산까지 여행 와서 고작 떡볶이라니! 혼자 왔으니, 별수 없지. 그냥 끼니만 때우자.’

  헐레벌떡 음식을 먹는데,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숙박비를 환불해 드릴게요. 다른 곳에서 숙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금요일 밤이라서,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요? 이미 다 예약 마감됐고…….”

  “슈히 님은 오늘 숙박 안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법이 어딨어요? 지금 이게 맞는 상황인가요?”

  “이만 오천 원의 백삼십 퍼센트를 환불해 드릴게요.”

  “삼만 육천사백 원? 이걸로는 어디서 숙박 못 해요. 모텔비는 오만 원 이상인데.”

  “그건 알아서 하세요.”

  “슈히 님을 오늘 손님으로 받으면, 제가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 그래요.”

  “제가 지금 따지러 가도 되는 건가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경찰이 출동하길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오.”

  “저기요, 사장님! 저는 조식 안 먹어도 된다고 했잖아요.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이유가 뭔가요? 지금, 엿 먹으라는 건가요? 멀리서 온 사람한테? 피곤한 사람한테, 잠을 다른 데서 자라고요? 잘 곳도 없는데요?”

  “그건 사정에 맞게 하셔야 될 것 같네요.”

  “이건 사장님이 변덕을 부리시는 거죠! 환불 안 해주셔도 되고요, 저는 예정대로 거기서 숙박하겠습니다. 경찰 대동하고 행패 부리면 되는 건가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어차피, 제 계좌 번호 모르시잖아요? 그렇죠? 그럼 환불이 안 되겠네요.”

  “메신저로 보내면 되죠.”

  “그거 거절하기 기능 있잖아요. 저는 거기서 오늘 묵겠습니다. 계약대로 하시죠!”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기가 막히네…….”

  곁에서 대화 내용을 듣던 분식집 사장님이 다가왔다.

  “손님한테 왜 그리 사납게 대하지? 그 여자, 그리 안 봤는데…….”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어요?”

사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갱년기 스트레스를 손님한테 푸는 거 아니에요?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먹던 음식을 마저 먹었다. 숙소 주인아주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인근 게스트하우스를 본인의 사비로 예약했으니, 거기서 묵으라는 내용이었다.

  성질 같아선 영업장에 찾아가 깽판을 놓고 싶었으나, 기진맥진해서 그만뒀다. 꼴도 보기 싫은 건 피차 마찬가지였으므로, 순순히 지시에 응했다.

  그날 밤, 울화통이 터져 밤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선잠을 자다 깨다 반복했다. 이른 새벽, 자리에서 미련 없이 일어났다. 휴대전화를 확인했는데, 문자가 왔다.

  ‘군산 관리도 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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