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여객 터미널에서 삽시도에 먼저 들렸다가, 고대도를 가는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한꺼번에 두 곳을 다녀올 수 있어서, 기뻤다.
새벽 다섯 시,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안개가 자욱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다. 하마터면 사고 날 뻔한 순간이 있었으나, 안전히 보령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동행과 만났다. 그는 서산 거주자인데, 오늘이 휴무라고 했다. 대화하다 보니 그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잠도 못 잔 채 온 거였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삽시도로 가는 승객들은 인원이 꽤 많았다. 어림짐작으로 서른 명 이상 되는 듯했다. 실내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소란스럽게 구는 무리가 있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으나, 소음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
베개가 없어서, 불편했다. 누워있지 말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그간 배에 타면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수면을 즐겼던 터라,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삽시도에 도착했다. 고래 벽화가 있었다.
“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지인가 봐요!”
반가워서, 소리쳤다. 흥미롭게 본 작품이었다.
보령 여객 터미널에서부터 내게 말을 건 아주머니가 이번에도 또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해요?”
아까는 삽시도에 갈 만한 곳이 있냐고 묻더니, 이번엔 목적지를 물었다.
“저도 초행길이라서, 잘 몰라요. 검색 한번 해보세요.”
귀찮아서, 성의 없게 대답했다.
늘 그랬듯, 초반에 들머리를 헤맸다. 이정표도 안내문도 아무것도 없었다. 한 운전사가 지나가다 갑자기 운전을 멈추고, 차에서 내렸다. 묻지도 않았는데, 길 안내를 해줬다. 보기 드문 선한 사람이었다.
큰 몸집에 까만 털을 지닌 어미 개와 엄마를 쏙 빼닮은 새끼를 만났다. 어미 개는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 앞발을 들어 흙 묻은 발로 덮치며 반기는데, 전혀 반갑지 않았다. 지저분했기 때문이었다.
‘주인은 있는 것 같은데, 목욕을 전혀 안 시키나?’
어미 개는 새끼와 나란히 달렸다. 새끼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어미 개는 우리를 한참 앞질러 갔다.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는데, 어미 개가 주둥이를 가까이 대며 음식을 탐했다.
태완 님이 간식을 한 개 주었으나, 어미는 떠나지 않고 계속 졸랐다. 갈색 눈동자로 애처롭고도 간절한 눈빛 공격을 보냈다. 그는 처음엔 어미를 내버려 뒀으나, 곧 역정을 내며 좇았다. 어미는 덤비거나 버티지 않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다행히, 말귀를 알아들었네요.”
“이렇게 강하게 안 하면, 계속 버텨요.”
황금 곰솔은 금방 나타났다. 엽록소가 적거나 없어서, 소나무 잎이 황금색을 띤다고 한다. 그러나, 황금색을 분간하기는 어려웠다. 하늘이 흐렸기 때문에, 선명하고 예쁜 사진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도, 비가 안 온 게 어디예요? 원래, 내일 비 소식이 있었는데, 사라졌더라고요. 보령까지 왔으니, 내일은 당진 대난지도에 가려고요.”
“어, 제가 근무하는 회사가 그 근처예요!”
“아, 그래요? 내일은 일정 어떻게 되세요?”
“출근해요…….”
태완 님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사 년째 근무 중인데, 억지로 다니는 기색이 완연했다. 내향성이라서 사람 상대하는 것이 달갑지 않으나, 관리자라서 늘 사람을 마주하는 모양이었다.
귤, 육포, 커피, 쿠키, 초콜릿 등 간식으로 요기를 했으나, 제대로 된 식사하지 못해서 자꾸 허기졌다. 태완 님이 고대도로 가는 배표를 몰래 끊어왔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그가 자진해서 한 일이었다.
“응? 왜 그랬어요? 가만, 바다로 할인받아야죠!”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혜택은 받아야죠!”
매표소로 다시 돌아가서, 재결재했다. 고대도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