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최초의 성지, 보령 고대도 당산

by 슈히

삽시도를 떠나는 배를 타서, 고대도로 향했다. 아까 삽시도 갈 때 탔던 배였다. ‘가자 섬으로’라는 배 이름이 희망차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못 본 창의적인 이름이었다.

고대도는 개신교 최초의 성지라고 했다. 먼 옛날에 외국인이 이 먼 곳까지 와서 신앙을 전파했다는 이야기를 접하자, 새삼 고대도가 유의미했다. 안내문의 God愛도라는 글자를 읽으면, ‘고대도’라고 들렸다.

당산은 고작 사십사 미터라서, 등산이 금방 끝나버렸다. 시시했지만, 삽시도와 통틀어 무려 이만 보나 걸었다. 어쩐지, 피곤하다 싶었다. 하늘이 흐려서, 더 기운이 없었다.

승객 대기실에서 배를 기다렸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관광객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부부 한 쌍과 아주머니 한 명이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태완 님은 있는 듯 없는 듯, 말이 없었다.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다.

“보통 나이 들어서 산을 찾게 되는데, 아가씨는 젊을 때부터 산에 다니는군요!”

“아, 여행 좋아해요. 여행 다니다 보니, 산을 가게 됐어요. 국내에 산이 엄청 많아요!”

뭍으로 돌아갔다. ‘자 섬으로’를 오늘만 연거푸 세 번 탔다. 태완 님이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제가 밥 살게요.”

“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저야 좋죠. 잘 먹을게요!”

동행 덕분에 호강했다. 우럭, 광어, 새우, 생합, 청어 등 각종 해산물이 상다리 휘어지도록 즐비했다. 그간 줄곧 섬을 다녀서, 해산물이 꽤 지겨웠다.

하지만, 동행의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먹었다.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둘이서 그 많은 양을 다 먹을 순 없었다. 신나게 먹는데, 모르는 번호로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여보세요?”

“오늘 몇 시에 입실 예정이세요?”

“지금 저녁 먹고 있는데, 저녁 일곱 시 이후에 들어가려고요.”

“파티는 참석하실 거예요?”

“음, 아뇨.”

우럭과 청어도 고소하고, 매운탕도 훌륭했다. 손대지 않은 새우 세 개를 포장해 달라고 사장에게 부탁했다.

“그걸 포장해 가려고요? 그러지 마세요.”

태완 님이 말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새우를 챙겼다. 지금은 배부를지 몰라도, 내일이 되면 오늘이 매우 아쉬울 테니까.

인근 마트에서 후식을 샀다. 상품 가짓수가 별로 없었다. 태완 님이 딸기 우유를 고르길래, 같은 걸 골랐다. 음료로 입가심을 하고,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사월에 꽃 피고, 따뜻해지면 또 만나요. 서산, 태안, 보령 인근으로요.”

보령항 근처 숙소로 향했다. 급하게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는 이만 원이었다. 옆 건물인 모텔은 숙박 사만 원이니, 절반 가격인 셈이었다. 마당에 주차하자, 체구가 작은 남성이 나와 말했다.

“여기 말고, 저 뒤에 주차하세요.”

주차선이 그려져 있는데, 다른 곳에 주차하라니 이상했다. 머리를 갸우뚱했다.

“왜요?”

“여긴 마당이니까요.”

“마당에 주차하면 안 돼요?”

되물었다.

“그냥, 그렇게 좀 해주세요!”

숙박비가 저렴한 이유가 이런 건가, 싶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건은 천 원 내시면, 대여해 드려요.”

입실할 때 안내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건도 안 주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어? 세상에!’

단돈 천 원이 아까워서, 수건을 빌리지 않았다.

“가져온 것 쓸게요.”

가진 수건이 전혀 없었지만, 어이가 없어서 그리 대답했다.

방문을 열었더니, 자그마치 열 개의 눈동자로부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다섯 명의 아가씨들이 모여 있었다. 셋은 바닥에 앉아 있었고, 둘은 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저녁 일곱 시 삼십 분, 다섯 명 모두 단장한 모습이었다.

“다들 파티 가요?”

말문을 열자, 일제히 관심이 쏠렸다.

“네, 파티 안 가세요?”

대답과 질문이 돌아왔다.

“내일 등산 가야 해서, 일찍 자려고요. 새벽에 출발해요.”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기씨들 셋은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들 둘이 다가왔다.

“몇 시에 일어나세요?”

“네 시요. 여기서 여섯 시엔 나가야 해요.”

“시끄러우실 텐데,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잠만 자면 돼요. 어쩔 수 없죠. 옷차림이 너무 얇은데, 안 춥겠어요? 밖에 추운데!”

입춘이 지났지만, 밤낮의 일교차가 아직 컸다. 아가씨들의 옷매무새를 살펴보니, 소재가 얇디얇았다. 한 명은 서울, 한 명은 익산에서 왔고 대학교 친구 사이라고 했다.

“왜 하필 보령으로 왔어요? 여기 볼 것도 없는데…….”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티하는 곳이라고 해서, 와봤어요. 이런 곳 처음이거든요.”

“아, 그래요? 관광보다 그냥 사람들 만나러 온 거로군요.”

“음, 별로 기대는 안 해요. 남자들 수준은 별로일 것 같아요.”

과연, 이성에 대한 기대는 늘 빼놓을 수 없는 관심거리이다.

밤 아홉 시경,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파티장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거슬렸지만, 피곤한 나머지 곧 잠들었다. 새벽에 두 번, 잠에서 깼다. 이십 대 중반 아가씨 두 명은 추위에 떨며, 작게 속삭였다.

이십 대 초반 아가씨들은 셋이 아니라 둘만 방으로 돌아왔다. 그중 한 명이 통화하는 내용을 들으니, 친구 하나가 낯선 남자와 어디론가 간 모양이었다. 잠결에 들은 내용이었지만, 흥미로웠다.

네 시,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깼다. 식사할 만한 장소가 없나 다른 방을 기웃거렸다. 마침, 비어있는 방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 혹시 누구한테 들킬세라 조마조마했지만, 개미 한 마리도 마주치지 않았다. 온 세상이 적막했다.

여섯 시, 짐을 모두 챙겨 방을 나섰다. 낡은 방문이 불협화음을 냈다. 어젯밤, 아가씨 중 한 명이 말한 것이 떠올랐다.

“뭐야, 오리 울음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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