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한산도 망산과 이순신 장군

by 슈히

통영항에서 일곱 시 배를 타고 통영 용초도로 출발했다. 용초도 수동산을 먼저 등산하고, 한산도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왔다. 약 사십 분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동산은 육·이오 전쟁 포로수용소가 있는 곳이다. 낮은 산이라서, 금세 정상에 닿았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웠다.

휴식을 취하고 있으려니,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산짐승치고는 몸집이 큰 것 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맞은편에서 오십 대 중반의 부부가 한 쌍 다가왔다.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들도 역시 한산도에 간다고 했다.

“호두항에서 배 타려고요. 이따 봬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하산하는데, 수풀이 우거져서 길이 험했다. 사슴 한 마리와 정면에서 맞닥뜨렸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으나, 네발 달린 짐승은 겁에 질려 꽁지 빠지게 도망가 버렸다. 너무 아쉬웠다.

고난을 겪으며 가까스로 호두항으로 하산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매점을 발견했다.

“식사 될까요?”

“라면 끓여 줄게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얼마예요?”

“오천 원이요.”

“혹시 휴대전화 충전될까요?”

“거기 충전기 쓰세요.”

실내 마룻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충전기를 끌어와 휴대전화를 연결했다. 그때, 방에서 할아버지가 나왔는데, 내복 차림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안녕하세요…….”

“뉘 집 아고?”

“아이 아니고, 손님인데요…….”

서른여섯 살에 아이라는 말을 들으니, 라면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 한산도 망산으로 향했다. 블랙야크 섬&산과 국립공원 섬+바다 인증지이며, 해발 약 삼백 미터 남짓한 낮은 산이다.

용초도 호두항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한산도 진두항에 약 삼십분 후에 닿았다. 용초도 수동산 정상에서 만난 부부와 합류해 등산했다.

하루에 섬 두 곳을 무사히 다녀왔고, 말동무도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힘든 구간은 특별히 없었지만, 망산 정상에서 제승당으로 하산하는 거리가 꽤 길었다.

“제승당은 별로 볼 거 없죠?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별 정보는 없더라고요.”

그러자, 부부 중 남편이 대답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겸사겸사 둘러보고 가요. 한 번쯤은 볼 만해요. 그리고, 한산도에 다시 올 일이 없잖아요.”

유료 입장인 줄 알고 가지 말까 했는데, 제승당 입장은 무료였다. 안내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천이십일년 칠월부터 무료화됐다고 했다.

제승당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산정의 활터였다. 쏜 화살이 바다를 가로질러 과녁에 닿는 모습을 잠시 상상했다. 잠시나마 이순신 장군과 선조들의 얼을 느꼈다.

제승당은 생각보다 넓었다. 한참 걸었습니다.

‘이러다 배를 놓치는 거 아니야?’

다행히 제시간에 맞춰 한산도를 떠났고, 통영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극도로 시장한 나머지, 인근 식당에 들어갔다. 사골 육수로 만든 짬뽕이라는데, 뒤늦게 검색해 보니 유명한 맛집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약 세 시간을 운전해 귀가했다.

‘응? 짐 어딨지? 왜, 없어?!’

통영에서 머물렀던 숙소에 급히 전화했다.

“사장님! 혹시, 숙소에 제 짐이 있나요?”

“네, 있어요.”

“짐 두고 온 걸 지금 깨달았어요! 왜 전화 한 통 안 해주셨어요?”

“다시 찾으러 올 줄 알고, 전화 안 했죠.”

“네? 그걸 알았으면, 제가 지금 집에 있겠어요?”

답답한 심정으로,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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