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히 Feb 29. 2024

그놈의 원칙이 뭐길래(상)

의료진들과의 통화

간호사 1: 뭐 때문에 전화하셨을까요?

슈히: 토요일에 갔어요. 월요일이랑 토요일은 손님이 많아서, 점 제거를 못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간호사 1: 그날 오시지 않으셨어요, 남자분이랑? 그날 직접 오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슈히: 지난 화요일에 통화했던 분 설명을 듣고 내원했어요. 손님이 많지도 않았고, 환자 달랑 한 명 있었어요. 손님이 없었는데, 토요일에는 점 제거 시술을 못 한다는 게, 그게 말이 돼요? 그렇잖아요!

간호사 1: 화요일에 통화를 누구랑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월요일과 토요일에는 점을 안 뺀다고 원장님이 정해 놓으셨어요.

슈히: 손님이 한 명 밖에 없었어요! 근데도, 그게 말이 돼요?

간호사 1: 그날만 손님이 없었던 거예요. 원래는 월요일, 토요일에 손님이 많아요.

슈히: 그럼, 의사 선생님한테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간호사 1: 애초에 안내할 때, 그날 점 제거 시술을 한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희는.

슈히: 그게 바로 융통성이라는 거예요. 환자가 한 명 밖에 없는데, 대기 손님이 없는데...... 거기까지 간 환자한테!

간호사 1: 저기요, 다른 병원에 문의하신 거 아닌가 여쭤봤잖아요.

슈히: 여기에 전화한 게 맞아요!

간호사 1: 그렇게 말씀할 리가 없는데......

(중략)

슈히: 오늘은 손님이 없으니까, 점 제거 시술 혹시 가능한지 접수자 입장에서 의사 선생님한테 여쭤보기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간호사 1: 월요일, 토요일엔 점 제거 시술을 안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정해 놓으셔서, 저희가 아예 말씀도 안 드린 거예요.

슈히: 그건 알고 있어요! 이미 설명 들었고. 근데, 그때 상황이 환자가 한 명 밖에 없었고, 대기 손님도 없었는데, 거기까지 간 환자한테 '오늘은 점 제거 못 한다.'라고 말을 해요?

간호사 1: 저희 규칙이 그러니까 그런 거고. 점 제거 연고를 바르고, 40분간 대기해야 돼요.

슈히: 아니,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잖아요!

간호사 1: 그리고, 두 분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슈히: 뭐라고요? 아! 두 명이 한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한 명 점 제거하는데 1분도 안 걸려요. 제 말이 틀렸어요?

간호사 1: 그건 환자 분이 판단하실 게 아닌 거 같아요. 점 크기에 따라서 다르니까요.

슈히: 제가 거기서 이미 점 제거를 두 번이나 해봤는데요? 1분도 안 걸려요, 진짜. 점 제거 안 해보셨죠?

간호사 1: 어떤 점이냐에 따라 다르니까, 그렇게 말씀드린 거고요. 토요일은 오전 근무 밖에 안 해서, 점을 뺄 수가 없어요.

슈히: 그게 말이 돼요? 환자가 한 명 밖에 없었고, 대기자도 없었는데?

간호사 1: 그 시간엔 환자가 없었던 거죠.

슈히: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간호사 선생님의 융통성을 말하는 거예요! 의사한테 말이라도, '진료 가능하신가요?'하고 물어봐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간호사 1: 융통성에 따른 게 아니라, 규칙이 있는 거잖아요.

슈히: 융통성이라는 단어를 몰라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게 융통성인데!

간호사 1: 규칙이 있으니, 봐드릴 수가 없는 거죠.

슈히: 아니죠! 융통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세요. 예외도 있는 법인데!

간호사 1: 애초에, 화요일에 전화를 누구랑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월요일 토요일에 점을 빼주겠다고 말하신 분이 없어요.

슈히: 분명히 이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요?

간호사 1: 저희가 받은 적이 없는데요.

슈히: 의사 선생님한테, 말이라도 한번 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간호사 1: 정해진 규칙이 있어서, 말해도 소용없어요.

슈히: 다른 분 바꿔 주세요. 대화 안 돼요.

간호사 1: 다른 선생님 바꿔 드릴게요.


간호사 2: 전화 바꿨습니다.

슈히: 지난 토요일에 내원했던 환자인데요. 환자가 한 명 밖에 없었는데, 점 제거 시술을 못 한다는 거예요.

간호사 2: 원래 원장님이 월요일, 토요일은 점 제거 시술을 안 하세요.

슈히: 그러니까, 그건 알겠는데. 그때, 옆에 계셨잖아요. 단발머리 간호사 선생님 맞잖아요.

간호사 2: 단발머리요?

슈히: 네, 파마 단발머리 아니세요?

간호사 2: 내가 단발머리인가......?

슈히: 제가 잘못 봤나요?

간호사 2: 그건 잘 모르겠고요......

슈히: 검정 파마 단발머리시잖아요.

간호사 2: 저희가 월요일, 토요일엔 원장님께서 바쁘셔서, 점 제거 시술을 못하세요.

슈히: 그때 대기자 한 명도 없었고요, 환자 한 명이 들어가는 거 제가 봤어요. 

간호사 2: 대기자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월, 토요일엔 원장님께서 점을 원래 안 빼세요.

슈히: 환자가 내원했는데, 그 상황에서 말이라도, '지금 환자가 없는데, 점 제거 시술 가능하실까요?' 이렇게 물어봐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간호사 2: 원장님께서, 아예 안 하신다고 하셨어요.

슈히: 화요일에 이 번호로 전화 문의했어요. 점 제거 가능하다고 해서, 토요일에 간 거예요.

간호사 2: 원장님 뵙고, 예약을 한 후에 저희가 점을 빼요.

슈히: 안내를 받고 갔어요. 원장님 얼굴도 못 뵙고, 다른 병원 가서 점 뺐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때 한가했고, 손님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간호사 2: 차라리, 원장님 바꿔드릴게요.

슈히: 아, 네네. 고맙습니다.


의사: 여보세요?

슈히: 네, 안녕하세요. 김현팔 의사 선생님이시죠?

의사: 네.

슈히: 예, 저 박서화라고 하는데요.

의사: 박, 누구요?

슈히: 박서화요.

의사: 아, 옛날에 온 적 있었지?

슈히: 예전에 거기서 점 제거를 저렴하게 한 적이 있어요. 지난 토요일에 오랜만에 점 제거를 하려고 내원했어요.

의사: 응.

슈히: 제가 분명히 이 번호로 문의하고 갔거든요? 토요일에 내원해서 접수하는데, '오늘은 점 제거가 안 된다.'라고 하더군요. 근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대기자 한 명 있었는데, 진료실로 들어갔어요. 그 상황에서 월, 토요일은 바빠서 점 제거가 안 된다는데, 이건 납득이 안 가잖아요. 대기자가 한 명도 없는데, 바빠서 점 제거 시술을 못 한다고? 

의사: 오, 그래서?

슈히: 다른 병원 가서 점 제거 시술을 받았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 뵈러 갔는데, 만나지도 못하고. 점 제가 시술이 불가능하다고 하니까. 이게 맞는 거예요? 

의사: 난 원칙이 그래요. 토요일은 오전 3시간만 진료해요. 그땐 환자가 없었을지 몰라도, 보통 1시간에 환자 15명을 봐야 돼.

슈히: 대기자가 한 명도 없는데요?

의사: 월요일, 토요일엔 아예 점 제거 시술을 안 해. 원칙을 세워 놨어요. 그건 병원 사정이지. 내 사정도 있잖아요. 그 시간에 점을 뺄 수가 없어!

슈히: 융통성에 어긋나는 거죠. 융통성 발휘할 줄 모르세요, 선생님? 더 이상 통화할 필요는 없는 거 같네요. 잘 지내세요.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완결] NO BRAND에서 생긴 일(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