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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Feb 29. 2024

[완결] 그놈의 원칙이 뭐길래(하)

부탁

  시간이 흐른 후, 담당 보건소로부터 답변 전화가 왔다.


직원 2: 그게 의료법상 위반되는 일은 아니에요. 병원에 전화해서 얘기는 해보려고 해요. 그런 상황이 기분 나쁘셨을 순 있는데, 저희가 뭐라고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슈히: 손님이 1명도 없는데, 바빠서 진료를 못 본다니 그게 말이 돼요? 너무 황당해서, 그냥 다른 병원 갔어요.

직원 2: 저도, 알아요. 어떤 상황인지도 알고. 기분 나쁘시죠. 근데, 병원은 그런 걸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요. 강제력이 없어요. 도의적인 차원에서만 주의를 줄 순 있어요. 전화해서 말해 볼게요. 앞으로 조심해 달라고는 말할 수 있어요.

슈히: 그걸로 만족해요. 왜냐하면 이걸로 손해배상 청구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른 병원 가서 점 제거 시술받았어요. 앞으로, 그냥 발을 끊으면 되는 거예요.

직원 2: 시간 내서 가셨는데, 속상하셨겠어요......

슈히: 네.

직원 2: 진료도 안 봐주고......

슈히: 만약 간호사들이나 의사 중 1명이라도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줬다면, 이런 상황까진 안 왔겠죠. '우린 잘못한 거 없어. 규정이 그런데?' 끝까지 자기들이 잘났대요.

직원 2: 제가 대신 사과 드릴 수도 없고......

슈히: 아니, 선생님 역할은 그냥 주의만 주시면 돼요.

직원 2: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슈히: 고맙습니다.


  며칠 후, 보건소에 재문의했다. 직원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슈히: 뭐라고 하던가요?

직원 2: 법상 제재할 순 없지만, 방문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안 되니까, 앞으론 신경 써달라는 식으로 말했어요. 알겠대요. 그냥, 그 정도예요.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 보호원에 의료 담당자와 통화했다.


슈히: 지금 소비자 보호원에 전화한 이유는, 이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에요.

담당자: 소비자원은 병원에 대해 시정 초치할 수 없어요. 실제로 진료 비용이 발생되거나, 의료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라면, 위자료 부분에선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슈히: 돈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 건의만이라도 좀 부탁드려요!

담당자: 그럼, 피해 구제 신청을 해주셔야 돼요.

슈히: 어떻게 하는데요?

담당자: 병원 관리 및 감독은 보건소에서 담당해서, 보건소에 문의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요?

슈히: 이미 통화했어요. 보건소에서도 역시 강제성이 없다고 답변했어요.

담당자: 저희는 의료 사고 배상을 위한 기관이에요. 해당 병원 진료 기록이 없으시잖아요? 

슈히: 네, 없죠.


  사건 발생일에 연세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점 제거 시술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안 직후,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의사를 만나면 응당 진료비를 결제해야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소비와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소비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즉, 한국 소비자 보호원에 구제를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소비자에 대한 적절한 응대와 병원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은 마치 달걀로 바위 치기 같았다. 두 번 다시 문제의 병원 문턱을 넘지 않는 것만이 현명한 소비자의 길인 듯 싶다. 어쩌겠는가? 한가해도, 의료진들이 돈 벌기 싫다는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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