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히 Mar 08. 2024

오작교는 어려워(상)

선의로 시작한 주선

  몇 년 전, 친구 솔기가 외롭다고 하길래 아는 오빠를 한 명 소개한 적이 있다.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으나, 선의에서 비롯된 주선이었다.

  "알고 지내는 편한 오빠 있음, 좋잖아! 안 그래? 꼭 사귀라는 건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둘이 알아서 잘 만나 봐."

  솔기는 함께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온 적이 있는 날렵한 친구였고, 상구 오빠는 산악회장이었다. 그들이 취미 생활을 즐기며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얼마 후, 상구 오빠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슈히야, 솔기는 어떤 남자 좋아해? 솔기랑 잘해보고 싶어!"

  "음, 솔기는 남자 몸매랑 운동 능력 봐요. 다부지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 선호해요. 솔기가 운동 신경이 좋아서, 자기보다 운동 잘하는 남자를 원해요." 

  "슈히, 네가 날 좀 도와줘. 나랑 솔기랑 잘 되면, 내가 밥 또 살게."

  그날, 그는 식사는 물론 후식까지 샀다. 그런 걸 바라고 둘을 소개한 건 아니었지만, 순순히 얻어먹었다. 안타깝게도, 당시 상구 오빠는 솔기의 취향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당장 운동 시작해서, 몸부터 만드세요. 지금으로선 무리지만, 노력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관건이에요."

  몇 달 후, 상구 오빠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일궜다. 그의 살짝 야윈 흰 얼굴은 평소 절제된 식습관을 짐작하게 했다. 또, 다소 달라붙는 재질의 셔츠 너머로 발달한 그의 어깨와 팔뚝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몇 개월 전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성과였다.

  "오, 몰라 보겠는데요? 운동 열심히 했나 봐요!"

  "집에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어. 슈히, 네 덕분이야."

  "와, 힘들었을 텐데. 대단해요!"

엄지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며, 그의 노력과 변화를 크게 칭찬했다.

  한편, 솔기는 상구 오빠와 여기저기 잘 놀러 다니는 듯했다. 늦은 시각에 남녀가 단둘이 찜질방에 가기도 하고, 바다를 보러 시외에도 다녀왔다. 잘 돼가는 눈치였다.

  '오, 이렇게 둘이 사귀게 되는 건가?'

  마침내 상구 오빠는 용기를 내서, 솔기에게 고백했다. 아니, 고백했다고 한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었다. 산악회원 한 명이 말하는 걸 들었다.

  "슈히가 상구한테 여자 소개했어? 둘이 잘 안 됐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잘 안 되다니?!"

  "몰랐어? 어어, 이거 내가 말했다고 말하면 안 돼?! 괜한 말을 꺼냈네......"

  솔기에게 즉시 연락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너랑 상구 오빠 일을 왜 난 모르고 있는 건데?"

  "슈히야, 미안...... 잘 안 돼서, 말 안 한 거야. 기분 상했어?"

  "주선자한텐 귀띔해야 되는 거, 아니니? 다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잖아!"

  "상구 오빠가 다른 사람한테 말했나 보네......"





매거진의 이전글 [완결] 그놈의 원칙이 뭐길래(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