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부족해
시간이 흘렀다. 상구 오빠는 다른 여자들을 몇 명 만났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사연을 들으니, 연인으로 발전하기가 어려운 듯싶었다. 물론,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성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귀기 전에 육체 관계도 해보라고 하던데, 난 그건 별로야. 마음이 안 가는데, 잠자리해서 그게 달라져?"
달리, 조언할 말이 없었다. 그의 소신 있는 발언을 들으니, 존중하고 지지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반반씩 공평하게 좋아할 순 없죠. 저랑 남자 친구의 애정 비율은 9대 1이에요. 제가 1이요."
"너도 참 이상해! 대체, 왜 사귀니?"
"사랑받는 게 좋으니까요?"
"아무튼, 여자 소개 좀 부탁해. 부탁할 사람이 슈히, 너밖에 없다. 소문내지 말고. 이런 거 다른 사람이 아는 거, 싫어."
"알겠어요. 괜찮은 사람 있음, 소개할게요."
말은 철석 같이 시원스레 했지만, 소개할 만한 여자가 없었다. 남자들이야 차고 넘치지만, 여자는 귀했다. 남자를 소개받을 의향을 물어도, 여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오, 아직은 괜찮아요. 지금은 혼자가 더 좋아요!"
이런 식이었다. 타인과 특히 이성과 서로 맞춰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들 아는 눈치였다.
"오, 남자 소개요? 남자 얼굴은 어떤데요?"
앞뒤 안 가리고 외모부터 따지는 여자도 있었는데,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이제 생김새 덜 보고, 성격이나 재력을 볼 때가 아닌가? 30대인데......? 그러는 넌, 절대적으로 예쁘니? 어휴......'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할 상대가 없어서, 산악회 단체 대화방에 토로했다. 여자 셋이서, 죽이 잘 맞았다.
"애인 없는 덴 다 이유가 있어요. 내 친구는 결혼 정보 회사에 유료 회원 가입해서, 남자 잘 만나던데."
"하여튼, 뭐...... 있어야지 만나지. 말만 할 게 아니에요."
"남자 소개받을래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네요."
"그분의 강점이 무엇인가요?"
"밥 잘 사줍니다."
"재력! 당장 소개받을게요."
상구 오빠에게 소식을 전했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새로운 만남에 들뜬 연말이었다. 고깃집에서 셋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