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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Mar 08. 2024

[완결] 오작교는 어려워(하)

연락이 곧 관심

[소개녀와의 통화 내용]


슈히: 통화 가능해요?

소원: 누구세요?

슈히: 슈히요.

소원: 아아. 어? 슈히 언니? 왜 번호 저장 안 돼 있지?

슈히: 문자 확인 안 하길래, 전화했어요.

소원: (웃음) 아, 죄송해요. 문자 언제 보내셨어요? 당혹스럽네. 언니 번호가 왜 없지?

슈히: 엊그제 했나? 월요일이요.

소원: 오늘 수요일 아닌가.

슈히: 상구 오빠한테 얘기 들었는데, 소원 씨가 연락이 느리다고.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러 그런 거예요? 

소원: 아니오. 그런 게 아니고, 남자 소개받았다고 반드시 교제하기엔 서로 신중함이 필요하잖아요.

슈히: 상구 오빠가 소원 씨한테 사귀자고 했어요?

소원: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어장 관리하는 게 아니라, 만나서 여러 가지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슈히: 연락이 잘 안 되니까......

소원: 제가 원래 연락이 잘 안 돼요. 상구 오빠한테도 그런 얘길 했어요. 나름 제 딴에는 노력했는데, 그게 안 따라준 거죠. 인스타 그램 DM을 엄청 많이 써요.

슈히: 그럼, 상구 오빠가 전화한 적 있어요?

소원: 아니오. 만날 때만 전화하고, 따로 전화한 적은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고.

슈히: 그럼, 통화는 괜찮아요?

소원: 오히려, 통화하는 걸 좋아해요.

슈히: 소원 씨가 인스타 그램 업로드하는 걸 보고, 무슨 생각했냐면. '음? 살아 있긴 한 것 같은데, 왜 내 문자는 확인 안 하지?' 

소원: (웃음) 아, 죄송해요. 이게 의도적으로 무시한 게 아니라, 하나에 집중하면 그 외에 것들을 놓쳐요. 정신산만 하고, 동시 다발적 수행이 어려워요.

슈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상구 오빠, 마음에 안 드는 거죠?

소원: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에요.

슈히: 그렇다고,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소원: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기준이 남자 친구로서 라면, 언니 말대로 아직까진 마음에 안 드는 거겠죠? 그런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기 때문에,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이실 테고.

슈히: 상구 오빠한테 물어봤더니, 소원 씨랑 연락 안 한 지 몇 주 됐다고 답답해하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한 심정을 본인한테 얘기해 봤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말 안 해봤대요.

소원: 네. 딱히 그건 내색하지 않으셔서요.

슈히: 저한텐 내색했죠. 그래서, 소원 씨한테 '상구 오빠 신경 좀 써줘요.'라고 말한 적 있잖아요.

소원: 맞아요. 그래서, 그 뒤로 신경 좀 썼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슈히: 사실 여자 소개해 달라는 남자들은 많은데, 남자 소개해 달라는 여자는 없거든요?

소원: 드물죠.

슈히: 여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남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데, 남자들은 마음먹어도 여자를 쉽게 만날 수 없어요. 

소원: 그렇죠.

슈히: 여자 개체 자체부터 귀하거든요. 어디 모임에서 여자 구하기도 어려워요. 아무튼, 아는 오빠들이 여자 소개해 달라고는 해요. 소개만 해주는 거지, 내가 무슨 결혼 정보 업체도 아니잖아요.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난 거예요.

소원: 그렇죠, 맞죠. 성인끼리 알아서 할 일이요.

슈히: 소원 씨가 만약, 상구 오빠한테 관심 있었으면 알아서 연락 잘했겠죠.

소원: 아무래도, 그렇겠죠.

슈히: 그런 걸 내가 참견할 순 없어요.

소원: 마음에 안 들어서 상구 오빠를 떼내려고 한 게 아니에요.

슈히: 키 큰 남자 좋아한다는 말 듣고, 상구 오빠는 아니겠다 싶었어요.

소원: 여자들끼리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가 원하는 외형은 아니었던 거죠. 손발 크고, 팔뚝도 굵고, 털이 많아도 돼요. 

슈히: 아아, 네.

소원: (웃음)

슈히: 내 남자 친구인데? 키 크고, 털 많은 사람?

소원: 오, 부러운데요?

슈히: 가져 가요.

소원: (웃음) 넘기세요. 언니 없는 자리에서 상구 오빠를 두 번 만났어요. 상구 오빠가 처음 만났을 땐, 말수가 진짜 없으셨잖아요.

슈히: 지루해했죠.

소원: 두 번째, 세 번째 만났을 땐 오빠가 다르시더라고요. 해맑게 웃으시기도 하고, PC방에서 같이 게임도 하고, 첫 만남 때보단 호감도가 올라갔어요.

슈히: 네.

소원: 아직 남자 친구로 사귀고 싶은 정도는 아니고. 기회가 된다면 더 만나 보고 싶다, 이거였는데. 연락이 잘 안 되니까.

슈히: 상구 오빠는 지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알겠다고 하고 말았어요.

소원: 언니가 소개해줬음 된 거지, 뭘 더 어떻게 하겠어요.

슈히: 상구 오빠는 까다롭지 않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다른 오빠는, 눈이 눈썹 위에 있어요.

소원: 눈이 눈썹 위......?

슈히: 눈이 높아요. 그냥, 놔둬야겠어요. 잘 될 거라고 생각해도, 어렵더라고요.





[소개남과의 통화 내용]


상구: 이틀 동안 확인 안 하는 건, 무신경한 거야.

슈히: 미안하다고는 해. 자기가 원래 그런 편이고, 산만하다고 변명해.

상구: 무관심한 거야.

슈히: 내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위치가 아니니까. 소원 씨한테 선생이나 상사도 아니고. 그렇잖아요?

상구: 음.

슈히: 그렇기 때문에, 그냥 관계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상구 오빠한테 전화 왜 했냐면, 마음 상해하지 말라고.

상구: 마음 상한 건 없어.

슈히: 아이, 그래도 마음 상했겠지. 어떻게 마음이 안 상해. 기분이 나쁜데.

상구: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 다른 남자들 이야기 늘어놓길래, 좀 아니다 싶었지. 연락이라도 잘 돼야 추진하지. 

슈히: 소통이 안 돼.

상구: 내가 그렇게까지 애쓸 필요 있어서, 그냥 내려놓은 거야. 어쨌든, 이렇게 됐는데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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