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예심 합격자 40팀
1차 예심에선 320팀 중 고작 40팀만 선발하고, 2차 예심에서 40팀 중 오직 15팀만 가려낸다. 그리고, 그 인원으로 본선을 진행하게 된다. 초반엔 객석이 가득 찼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공석이 생겼다. 참가자들이 우수수 탈락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더러 보였다. 차례를 기다리며, 객석에서 예심을 유심히 지켜봤다.
백발의 노인 도전자는 딸의 결혼식에서 직접 축가를 부를 예정이라고 했다.
"김동률의 <감사>를 부르신다고요? 그 노래, 재미없는데! 일단, 불러 보세요."
안경 쓴 PD가 지시하자, 아버지는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로 천천히 노래했다. 저음이 여유롭고, 듣기 좋았다.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 아, 집에 떼놓고 왔다고요?"
그러자, 객석에 앉은 딸들이 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전부 딸들이에요? 몇 명이예요? 여섯? 본선 때 딸들이 모두 올 수 있나요?"
놀라운 인원이었다. 딸 부잣집의 가장이 무대에 선다니, 응원도 강력할 것 같았다.
"교통사고 크게 당하셨네요...... 살아 계신 게 기적이네요."
구구절절한 사연을 참가 신청서에 적었나 보다.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특히 눈의 띄는 참가자는 면사포를 쓴 여자였다.
"신부인가 봐. 무슨 노래를 부르려나? 궁금하네."
"신부가 아니고, 미스 코리아 아니야? 띠를 두르고 있잖아."
"아, 그런가?"
다랑이 부정하길래, 일리가 있다 싶어서 곧 수긍했다.
무대에서 PD와 면사포녀가 나눈 대화를 들으니, 여자는 역시나 곧 결혼식을 앞둔 33살 여자였다. 그녀는 3살 연하의 남자 친구와 교제 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만났는데?"
"회사 거래처 직원이라서, 자주 봤어요."
"아, 오며 가며 알고 지내다가 누나가 꼬셨구먼?"
"네, 제가 먼저 고백했어요!"
당찬 누나였다.
"몸에 두른 띠는 뭐예요?"
"브라이덜 샤워요!"
"그럼, 본선 나오면 프러포즈할 거예요?"
"네, 그럼요!"
과연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됐다. 예비 신랑의 얼굴을 전국적으로 전격 공개하는 건가 싶어 호기심이 일었다.
특별하고 재밌는 사연이 없더라도, 볼거리가 흥미진진하면 합격이었다. 펜싱부 여중생 5명이 대표적인 예였다. 청소년들은 모두 단발머리였고, 한 묶음으로 단정히 묶었고, 편한 운동복 차림이었다. 중학생들이 부른 곡은 홍진영의 따르릉이었다. 엄청난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가사가 단순하고 가락도 흥겨웠다. 학생들이 노래하며,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대단한 묘기를 부린 건 아니지만, 일단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거, 진짜 칼이야?"
PD가 질문했다.
"네."
청소년들 중 한 명이 대표로 대답했다.
"혹시, 가짜 칼도 있어?"
"네, 있어요."
"그럼, 가짜 칼 가져와요. 진검은 곤란해. 요즘 심의가 엄격해서...... 고등학교 가서도 펜싱 쭉 하는 거야?"
"네, 저희 모두 같이 진학해요."
질문과 관심이 많은 걸로 보아, 누가 봐도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이윽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