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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03.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9)

백두산 유황 온천

  기념품점이 보였다. 입구에는 큰 나무들이 울창했는데, 나무 한 그루에서 서로 마주 본 다람쥐 한 쌍을 발견했다. 

  "다람쥐랑 사진 찍어줘!"

다람쥐들은 단순히 조형물이었다.

  기념품점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했다. 유독 다람쥐 관련 상품들이 많았다.

  '오, 귀엽네. 가만, 다람쥐가 여기 마스코트인가?'

다람쥐 가방이 탐이 났으나, 어린이들이 들고 다닐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백두산의 풍경 사진, 중국과 북한의 화폐도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가치 있어 보이지 않았다. 기념품을 하나쯤 간직하고 싶었으나, 살 만한 게 딱히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 

  기념품점을 나와 걷는데, 다리 아래 흙바닥에서 다람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 진짜 다람쥐다!"

다랑이 가방에서 북어포를 꺼내 다람쥐를 향해 던졌다.

  "과연, 먹을까?"

  "소주라도 줘!"

귀남 오빠가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아니, 소주를 왜 줘?!"

기가 막혀서 소리쳤다.

  이윽고, 어디선가 또 다른 다람쥐가 나타났다. 관광객들이 줄곧 간식을 줬는지, 다람쥐들이 꽤 가까이 다가왔다. 과거에 설악산에서 등산할 때 다람쥐를 흔히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버스를 타고, 또 장시간 이동해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었다. 추운 곳에서 떨었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저녁 식사는 무제한 삼겹살이었다. 여섯 명이 마주 보고 앉았다. 기쁜 마음으로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귀남 오빠는 술을 마시며, 세 어르신들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한 회사에서 현재 17년간 근무 중인데, 늘 퇴사하고 싶네요."

  두 어르신은 사업자, 한 어르신은 공직자였는데 모두 은퇴하셨단다.

  "노후 대비 든든히 해놔요. 100세 시대니까,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거든. 원한다고 아무 때나 막 죽을 수도 없고 말이야. 은퇴하고 나니, 할 게 없어. 그저, 여행이나 열심히 다녀야지."

어르신은 다음 달에도 단체 관광으로 외국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어느 나라 가시냐고 질문했다. 즉각 답변을 듣긴 들었는데, 생소한 국가여서 금방 잊었다. 기름진 음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여유롭게 식당을 나섰다.

  숙소에도 온천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가이드에게 물으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 온천이 있다고요? 처음 듣는 얘긴데. 진짜 온천 아니고, 물을 끓이는 목욕탕일 걸요."

물어물어 구경 갔다. 입장하자마자 직원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으라는 안내 같았다. 하지만, 중국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내가 귀머거리처럼 굴자, 찬물 끼얹은 듯 그들은 곧 잠잠해졌다. 

  수영장이 보였다. 무료 시설이라고 하니, 이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일정이 있었기에 급히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포장지에 곰이 그려진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랐다. 석류맛이었다. 다랑에게 한입 나눠줬다.

  "넌 살찌니까, 좀만 먹어." 

  귀남 오빠는 피곤하다며 온천에 가지 않았다. 장소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인근 호텔이었다. 단체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이동했다.

  수증기 불꽃이 일렁이는 호텔에서, 다람쥐를 또 만났다. 동물은 도토리를 앞발로 쥐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 조형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짐승의 먹이를 뺏는 듯한 손짓을 하니, 다랑이 웃었다.

  신발을 벗고, 집게로 집어 직원에게 맡겼다. 다랑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벌써 남탕으로 들어갔어? 어디서 만날지 약속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혹시, 내부에서 못 만나면 어쩌나 싶어 걱정됐다. 그러자, 곁에 있던 가이드가 말했다.

  "어차피, 들어가면 다 만나요."

  "아, 혼탕이에요?"

  "네."

  "그럼, 수영복을 입어요? 숙소에 두고 왔는데요."

  "아, 맞다! 가장 중요한 걸 잊었네!"

  그는 부랴부랴 손님들을 다시 불러 모았고, 새 수영복을 나눠줬다. 무료 제공이라고 했고, 가져도 된다고 해서 나중에 기념으로 챙겼다. 남녀로 나뉘어 입실했고, 샤워실에서 목욕을 마쳤다. 수영복을 걸치고, 야외로 나가 다랑과 재회했다.

  인상적인 점은 수압 마사지였다. 물로 흠씬 두들겨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두산 유황 온천욕은 강요에 의한 선택 관광이었기에,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예상보다 낭만적이었다. 외국에서 애인과 단둘이 달밤에 즐겼던 목욕은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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