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수신지] 기대되는 여성 만화가(하)

오직 출판으로만, 만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by 슈히

강연장에는 작가의 현재 연재 중인 작품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입구에 진열돼 있었다. 강연을 들으러 온 초등학생들 몇몇의 손에는 신작이 자랑스럽게 들려 있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작품을 다 읽고 온 야무진 독자도 있었다. 작가가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명확히 대답하는 청중이 있어서 그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본인이 연두랑 비슷하다는 친구 혹시 있으면, 손 들어볼까요? 선물 줄게요!"

작품의 등장인물 연두는 만년 2등인 중학생이다. 반장이자 1등인 친구 아랑을 제치고 싶지만,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지만, 그걸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완벽주의자이다.

'아!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에 그런 아이에 대해 간접 경험했지.'

친구로부터 들은 다른 반 학생인데, 연두와 비슷한 성격의 여학생이었다. 남몰래 무척 노력하면서, 남 앞에선 공부 안 한 척 연기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TV도 보고, 놀 거 다 놀면서도 시험 성적이 우수하다는 얘길 언뜻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외모도 꽤 반반했다.

'어휴, 뭐 하러 그렇게 피곤하게 산담? 다들 자기 인생 살기 바쁜데, 남 시선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는 유성 온천, 성심당, 유성 도서관 등 대전광역시의 실제 장소들이 등장한다.



수신지: 초중고 모두 대전에서 졸업했어요. Y고 다녔는데, 학창 시절 내내 줄곧 반장이었어요.



보통 반장들은 성적이 우수하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반장을 맡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드물다. 나중에 질문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에 대해 물었다.



슈히: 고등학생 시절에 반장이셨으면, 공부 잘하셨을 것 같아요. 만화가 외에 다른 장래 희망은 없으셨어요? 대학교 전공도 궁금해요.

수신지: 네, 화가가 꿈이었거든요. 그거 외엔 다른 꿈을 전혀 꾼 적이 없어요. 대학생 때 전공은 서양화예요.



망설임 없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그만 놀라고 말았다. 명확한 답변이 신선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자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났다.



수신지: 어린 학생들 앞에서 돈 얘기는 좀 불편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할 때 형편이 빠듯했어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죠. 열심히 작업해도, 출판사에서 받는 작업비는 제한적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대한민국 창작 만화 공모전 소식을 알게 됐죠. 단편이었고, 상금이 있었어요. 이걸 보고, 가난을 벗어나겠다고 마음먹었죠. 상금은 겨우 500만 원이었지만요.(웃음)

수상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당시에 작문 수업을 수강 중이었는데,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그때부터 시작된 이야기예요. 마침 이야기도 있겠다, 그림만 그리면 되니까 확 저지른 거죠. 그런데, 그게 정말 대상을 탄 거예요!

권위자들의 인정을 받은 거죠. 덕분에, 프랑스 만화 축제에도 갔어요. 2011년에 만화책 50권을 출간해서, 프랑스에서 전시했어요. 이후엔 생계유지를 위한 다른 일을 하느라, 손을 못 대고 있다가 2022년부터 이 작업을 재개했어요. 유명 작가 외에 보통 만화가들은 작품만 그려서 생계유지가 어렵거든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출판 만화로만 발표했어요. 과거 그 시절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학생이었던 시절엔 웹툰이 없었으니까요. 권당 작업 기간은 4개월 걸려요. 출간 후엔, 2개월간 홍보하죠. 모든 작업은 제가 해요. 작업, 출간, 홍보 모두 직접 담당해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편집자는 따로 있어요. 제가 한 작업의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이런 걸 발견해 주시는 분이 계세요. 오류를 바로 잡는 데 도움을 주시죠. 귤 익스프레스 출판사 마크는 껍질이 벗겨진 귤인데, 귤 까먹으면서 만화책 보는 의미로 그렸어요. 귤 먹으면서 보는 만화책, 좋잖아요?(웃음)



한편, 직접 책을 작업해 판매하는 일은 단점도 분명 존재했다.


수신지: 과감한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적이고 안전한 방법만 찾게 돼요. 책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훼손되면 곤란하니까요. 예전에 디자이너에게 책 표지를 마음대로 작업해 보라고 했더니, 참 멋진 결과물이 나왔어요. 그런데, 표지가 자칫하면 찢어지거나 깨질 것 같더라고요. 결국, 평범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개인이 발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채찍질하는 이가 없으니, 성장에 도움이 되진 않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작가는 자신의 일의 장점을 소개했다.



수신지: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적어요. 본인의 한계만큼만 작업하면 되니까요.



기대되는 여성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수신지를 기억하며, 앞으로 여성 만화와 여성 만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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