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경주 여행(4)

연꽃놀이와 교촌 마을 최부자댁

by 슈히

숙소를 나와 동궁과 월지 연꽃 단지로 출발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도로가 한적했다. 동궁과 월지 주차장에서 연꽃 단지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그냥 갓길에 차를 댔다. 연꽃 단지에서 본 사람이라곤 나를 제외한 3명뿐이었다. 혼자 온 남자와 둘이서 온 남녀였다.

백련의 우아함과 분홍 연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천천히 걸었다. 하늘이 흐린 점이 아쉬웠지만,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황홀한 연꽃길을 걸었다. 무궁화를 닮은 커다란 부용도 지천에 피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심코 아래를 쳐다보니 오리 3마리가 이동 중이었다. 가까웠다. 화들짝 놀라서 탄성을 지르니, 동물들은 두려워하며 도망갔다. 아마 그들도 나를 만날 거라고 예상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 잔디밭에 고인 빗물 때문에 양말과 운동화가 다 젖어버렸다. 신발이 망가지리란 건 예상했지만, 아침부터 샌들을 신으면 발과 다리가 장시간 피곤할 것 같아서 운동화를 신었던 차였다. 연꽃 단지를 나서며 샌들로 갈아 신었다.

교촌 마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운영하는데, 아직 시간이 한참 일렀다. 하지만, 갈 곳이 특별히 없어서 그냥 이동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아까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가열했기에 음식은 아직 따뜻했다.

'경주에 여행 와서 맛집도 못 가고, 이게 뭐람? 혼자라서 너무 비참하군.'

초라한 처지가 스스로 딱했으나, 어차피 이른 아침이라서 영업 중인 식당도 마땅치 않았다. 카레로 대충 배를 채우고, 교촌 마을을 누볐다. 흙탕물이 흐르는 강에 월정교가 우뚝 솟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안내판에 원효 대사와 요석 공주의 이야기가 있었다.



태종 무열왕은 궁리를 시켜 원효대사를 찾아 요석궁으로 맞아들이게 했다. 원효대사는 궁리를 보자 일부러 다리에서 떨어져 옷을 적시었다. 궁리는 원효대사를 요석궁으로 안내하여 옷을 말리게 하니 그곳에 원효대사가 머물게 되었다.

과부가 된 요석 공주가 요석궁에 있었고, 이 인연으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는 사랑하였고, 신라 십현 중 한 분인 설총을 낳았다. 원효대사가 떨어진 다리는 <삼국유사>에 유교라는 이름이 전하는데 1984년 월정교지 발굴 조 사 시 월정교지 바로 아래에서 확인된 나무다리터로 추정된다. 요석궁은 지금의 향교 자리에 있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아무리 과부라지만 일국의 공주와 종교인이라니, 조건이 상당히 기우는 거 아닌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어쨌거나 사랑했으니, 그걸로 된 건가? 뭐, 공주 마음에 들 정도로 원효대사가 매력적이었을 수도 있겠지.'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월정교를 지나며, 막걸리 옥외 광고를 봤다. 경주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최부잣집 가양주는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단다. 국내산 멥쌀 100%,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술이라고 한다.

대몽재 1779는 경주시 평동에서 직접 재배한 쌀과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숙성 방법으로 빚었으며, 월 300병 한정 생산된다고 한다. 어떤 맛일까 궁금했지만, 호기심만 간직한 채 지나쳤다. 동행이 없어서 누리지 못하는 것들은 특히 음식이 많다.

석류나무를 만나 잠시 멈췄다. 주황빛의 작은 석류 열매는 마치 문어 같았다. 팥빙수를 파는 카페와 빵집을 발견했으나, 영업시간은 늦은 오전이어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공용 화장실로 향하던 중, 삼색 길냥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암컷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도망갔다. 짐승의 야윈 몸매를 보자, 안쓰러웠다.

'잘 못 얻어먹고 다니나 봐. 불쌍해.'

내비게이션 지도상에는 첨성대 인근에 해바라기 밭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바라기는커녕 관리되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천천히 걸어서 첨성대와 석빙고를 봤다.



경주 석빙고


석빙고는 인왕동에 설치된 돌로 만든 조선 시대의 얼음 저장 창고이다. 여름에 사용하기 위해 하천의 얼음을 겨울에 잘라 저장하던 곳이다. <삼국사기>에는 이미 신라 시대에 관청에 명해 얼음을 저장하게 했으며 이 일을 담당한 빙고전이라는 기관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성한 잔디밭을 거니는 새 한 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난생처음 보는 새였다. 나중에 검색하니, 여름철새 후투티였다.

자가용 내부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최부자댁 앞으로 모였다. 오전 9시 20분경, 기존 운영 시간보다 10분가량 일찍 개방했다.



경주 최부자댁


경주 최 씨 종가로 월성을 끼고 흐르는 남천 옆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최부자의 집안은 도덕적 의무와 관용을 몸소 실천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2대 동안 만석지기 재산을 지켰고, 학문에도 힘써 9대에 걸쳐 진사를 배출하였다.

사당을 안채의 동쪽에 배치하지 않고 서쪽에 배치한 점, 기둥을 낮게 만들어 집의 높이를 낮춘 점, 집터를 낮게 닦은 점 등은 성현을 모시는 경주향교에 대한 배려로 최부자댁의 건축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멋진 가문이 있다니! 앞으로 최 씨를 만나면, 경주 최 씨냐고 물어봐야겠다.'

최부자댁에 들어서자, 고양이 2마리가 있었다. 반가워서 다가갔으나, 짐승들은 서둘러 자취를 감췄다. 관광 안내자의 인솔 하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최부자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했다. 안내자는 한국 남자였는데, 이국적인 외모였다.

최부자댁 아카데미와 향교도 들렸으나, 폐문 상태였다. 최부자댁 아카데미는 교육장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수업을 하는 건지 궁금해서 전화로 문의했다.

"공무원들 연수 기관이에요."

경주 타워와 솔거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 마지막 목적지인 경주 엑스포 공원으로 향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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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9_073830.jpg 석류꽃과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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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9_075244.jpg 월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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