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만 물놀이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물놀이할 수 있어서이다. 다른 계절에는 추워서 물놀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겨울에 온천욕도 물놀이라고 볼 순 있으나,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기 전까지 내내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더 강렬하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 짜릿한 워터 파크 등 물놀이를 즐긴다. 비록, 장시간 놀만큼 튼튼한 체력을 지니진 못했지만 말이다.
매년 여름에만 일시적으로 실내 수영장을 방문한다. 무더위를 식히기 위함인데, 혼자 놀기엔 심심해서 수영 동호회에 가입한다. 수영에 특별히 열정은 없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미련 없이 수영 동호회를 탈퇴한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다.
"슈히 님, 몇 년 전에 우리 다른 수영 모임에서 만나서 같이 수영했잖아요."
"아, 그래요?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저는 여름에만 잠깐 수영해요. 물이 차갑게 느껴지면, 못 버텨요. 추위에 취약해서요."
한편, 동호회라는 건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긴다. 그래서, 모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둘이 연애하던데, 결혼했어요?"
"네, 애도 낳았어요."
"우와, 정말요? 대박! 부럽네요."
예전에 다른 모임에서 안면이 있는 회원이 있길래, 한 연인의 근황을 물었다. 그들이 가정을 꾸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적잖이 놀랐다.
"슈히 님, J랑 친했잖아요. J도 딸 하나 낳았어요."
"네? J랑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우리 셋이서 같이 밥도 먹고, 카페도 가서 놀았잖아요. 기억 안 나요?"
"네, 기억 안 나요......"
I는 내게 J와 그녀의 남편, 어린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과거의 추억을 소환했다. J는 한때 친했으나,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지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수영 대회 같이 나가요."
내 생일 다음날, 비 오는 초여름이었다. 수영 동호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Y가 내게 제안했다. 함께하자고 권유한 그가 고마워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수락했다. 내 나이 38세, 이제껏 수영 대회라고는 참가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몇 년 전, 어느 수영 동호인이 지역 대회에 나가는 걸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 기록 경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과 노력과 피, 땀, 눈물이 필요한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한편, Y가 출전하고자 한 대회는 무려 전국 대회였다. 배럴이라는 회사에서 주관하는 수영 대회였고, 장소는 인천이었다.
'헐, 지역 대회가 아니잖아? 동네 대회도 나간 적이 없는데, 전국 대회라니? 엄청나다! 배럴이라는 제조업체도 있구나. 처음 듣네.'
그런데, 이 수영 대회는 접수부터가 까다로웠다. 수영 동호회에서 4인이 단체전을 나가기로 했기에,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단체전을 접수하고 결제까지 완료했다. 수영 대회의 접수는 단 몇 십분 만에 마감됐다. 마음 놓고 있었는데, 단체전에 참가하려면, 개인전부터 먼저 접수해야 된다고 했다. 그걸 뒤늦게 알고, 개인전을 접수하지 못한 채 며칠 전전긍긍했다.
혹시 취소자가 있으면 기회가 생길까 싶어, 눈이 빠져라 접수창을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취소표가 나왔다. 매의 눈으로 바로 낚아챘다. 개인전은 여자 자유형 50M, 단체전은 남녀 혼성 계영 자유형 200M였다. 대회는 접수일로부터 약 3개월 후였다. 걱정과 기대를 안고,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