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 벳푸 1일 차
8월 19일.
후쿠오카에서 벳푸로 1일 차.
오늘은 후쿠오카에서 벳푸로 이동을 하는 날이다.
오전 10시 50분 차였기 때문에 숙소에서 9시 30분에 여유롭게 출발했다. 마지막에 후쿠오카로 돌아와서 다시 이 숙소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아쉽다기보다는 그동안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행히도 텐진역이 숙소인 무로이 역과 가까웠기 때문에 텐진역에 금방 도착했고, 버스터미널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 건물은 M2, M3이 있는데 헷갈리지 않게 3이라고 적혀있는 층으로 이동해야 했다.
후쿠오카에 텐진역은 2개가 있다. 지하의 텐진역과 2층의 텐진역이다. 텐진 버스터미널은 이 2층 후쿠오카 텐진역의 위인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해당 번호로 가면 더 자세한 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한국어도 지원하기 때문에 처음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나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아 벌써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때까지 아침을 먹지 않았기에 버스를 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려 작은 도시락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이때까지만 해도 벳푸행은 아주 순조로웠다...
좌석은 생각보다 작지만, 오래 앉아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다. 쾌적하다. 오른쪽엔 USB 충전 포트가 있는데 급속 충전이 된다. 핸드폰이 생각보다 빨리 충전되어서 놀랬다. 앞에는 해당 목적지에 대한 간단한 브로셔들이 놓여있다.(이건 한글 지원이 안 돼있었다.)
고속도로위는 여유로웠고 차가 막히는 일도 없었고 차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으며, 차선을 잘 지키며 운전하는 덕분에 마음편히 풍경들을 바라보았고, 풍경들을 보다보니 생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오늘 있었던 일중 제일 고생한 일이 될지 몰랐다...
원래 블로그에서 검색하기로 벳푸를 가려면 "칸나와 구치"에서 내리라고 했었는데, 이건 온천을 갈 때였고, 나는 "벳푸 역"을 가야 했기 때문에 더 가야만 했었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내려버려 보니 시내버스와 벳푸 역은 보이지가 않았고... 결국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해보니
내가 가야 하는 벳푸 역은 생각했던 것 보다 한 4배는 멀어 보였다. 이것도 사전에 제대로 거리를 알아보지 않은 나의 잘못이 컸다. 다음부터는 다시 이렇게 알아보면 안 되겠다.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고 해도 너무 자유롭게 나를 풀어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소리가 나왔지만, 걸어가는 내내 풍경은 사진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젠장 왜 이렇게 도시가 이쁜 거요. 우울해할 필요도 없이 일단 목적지를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추억이라 생각하며, 15kg이 넘는 짐을 메고 30분 정도 걸었을까...
이래선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끝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분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3시간은 족히 걸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조금 더 걷다가 버스정거장이 나오기만을 바랄 수 없었다.
그렇게 20분 더 걷다 보니 벳푸 역으로 가는 버스를 발견했고, 버스가 서는 곳을 지켜봤다가 그곳으로 마지막 힘을 짜서 이동했다.
아... 정말 행복했다. 고속버스에서 내린 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잘 가요 나의 은인 버스... 버스 내부는 클래식하게 생겨서 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뭐든 잘 나올 것 같다. 빈티지하게 좋아 보였고, 너무 반가운 버스여서 그냥 마냥 좋았다. 그리고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 ㅠㅠ 반갑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니 어디 돌아다닐 힘은 남아있지 않았고, 오늘은 간단하게 벳푸의 다음 목적지인 "노베오카" 버스와 벳푸에서 갈 예정인 유후인 가는 버스를 알아보러 버스센터로 찾아갔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정보들은 예전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인터넷보다는 직접 센터로 가서 정보를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벳푸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지역별로 센터가 각기 운영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좌측은 오이타, 기타하마 등으로 이동할 때 가는 버스센터이고 우측이 바로 미야자키, 유후인, 노베오카 등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버스센터이다 나는 당연히 우측을 이용했다.
이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므로 여유롭거나 돈이 있다면 기차를 추천한다.
버스도 예매하고 유후인 가는 버스와 지옥온천행 버스 시간표 또한 확인해놨으니 공식적인 일정은 이걸로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더 돌아다닐 기운도 없었고, 배도 너무 고파서 벳푸 역 근처까지 구경을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작은 도시 벳푸의 첫인상은 정말 조용하고, 관광객들이 정말 보이지 않는 도시였다. 후쿠오카만 해도 한국인들과 많은 일본인들이 있었는데 이 곳 벳푸에서 머물다기보다는 온천만 다녀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벳푸 시내 한 바퀴를 돌고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처음 내가 도착했을 때 나를 반겨준 일본인 할아버지와 2시간 정도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 할아버지는 65세에 현재 자전거를 타고 일본 일주를 하고 있다고 하셨고, CCTV 엔지니어에 55세 은퇴 후 아내와 함께 6년 동안 캠핑카로 일본 전국을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살고 계시는 동네의 테니스 협회를 운영하고 계시는 멋진 할아버지셨다.
나름 한국에 대해서 몇 가지 알고 계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대화가 막히면 구글 번역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나는 선물로 할아버지께 그림을 그려드렸고, 내가 여행하는 이유를 설명해드렸다.
급하게 그렸기 때문에 정말 똑같진 않았지만 할아버지께선 좋아하시며 자기 보물로 간직하겠다고 웃으며 말씀해주셨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과자를 나눠주며 마저 이야기를 이어갔다.
완전 프리토킹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조금씩 대화를 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오늘도 여행의 묘미를 몇 번 느낀 것 같아 좋았다.많은 걸 보지 않더라도 이렇게 하루 동안 굴곡이 있는 여행이 너무 좋다.
내일도 재미있는 하루가 되기를!!
전철 - ¥260
아침 - ¥427
버스 - ¥240
저녁 - ¥849
노베오카버스 - ¥1,600
총 - ¥3,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