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푸 (유후인) 2일 차
8월 20일
벳푸에서의 2일 차.
오늘은 벳푸에서 유후인을 다녀왔다. 작년 후쿠오카 여행 때 지진으로 인해 유후인을 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벳푸에서 유후인이 가깝다고 하여 아침 9시 05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면 취소하려고 했지만 8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유후인행 버스는 지정좌석이 없고 선착순으로 앉기 때문에 혹시나 자리가 없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벳푸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여행객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오는 여행객들이 더 많은 듯하다. 여유롭게 맨 뒷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맨 뒷좌석에 여유롭게 앉아서 벳푸의 풍경을 보며 유후인으로 향했다.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은데 풍경을 보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유후인행 버스는 지옥온천도 들리기 때문에 같이 연계해서 버스를 이용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버스 커튼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프린팅 되어 있었는데, 일본은 뭐든지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어서 활용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이동하면서 잠을 계속 잤더니 벳푸와 유후인을 오가며 봤던 풍경 사진은 없다.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잘 도착을 해서 아침 10시부터 유후인 탐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버스터미널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침 일찍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관광객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벳푸에서 그나마 안보였는데 유후인은 일본인도 많았지만 한국인도 그만큼 많았던 것 같았다.
대충 역과 터미널 위치를 기억하고, 관광지도 한 장을 뽑아서 눈으로 스캔한 뒤에 쭉 뻗은 길로 직진하기로 했다.
유후인은 골목골목을 다니는 재미가 있는데, 일단은 남들이 가는 길과 다르게 가보자는 생각으로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어갔다.
길을 가다 아침도 안 먹고 시간도 점심 먹기 애매해서 가다 보면 보이는 A-COOP에서 생수와 주먹밥 2점을 일단 구입한 뒤 길가에 앉아 아점을 해결했다. 일본 만화에서 많이 보던 주먹밥을 길거리에서 먹어보는 게 뭔가 꿈이었는데, 이것도 이번 여행 와서 이뤄봤다. 길가에 앉아서 주먹밥 먹는 게 왜 이리 행복한지...
일본에서 도시락만 사 먹으면 영양가가 없을 것 같은데 사실 식당에서 밥을 사 먹어도 밑반찬이 많이 없기 때문에 도시락이나 식당밥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맛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곤 싶은데 뭐가 맛집인지 모르니 일단 대충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었다.
계속 걷다 보면 카페나 가게들이 계속 나오긴 하는데 거의 차가 다니는 길이라 관광객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부터는 사람의 모습보다는 차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듯하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걸었는데, 유후인의 길이 지도로 보면 복잡하게 보여도 단순해서 어디를 가든 어떻게든 관광객들이 다니는 길로 연결되었다.
쭉 가다 보니 제일 처음 보게 된 곳이 긴린코 호수였다. 사진에서 보았을 땐 엄청 큰 호수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그렇게 크진 않았다.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 긴린코 호수에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였던 것 같았다.
예전에 사진에서 봤을 때 저 집이 무슨 집인가 했었는데 한 바퀴 둘러보면서 보니 레스토랑과 숙소를 함께 운영하는 것 같았다. 뒤쪽에서 돌아가서 보면 그냥 일반 가게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호수 쪽에서 바라보면 참 그림 그리고 싶게 생겼다. 바로 옆에는 신사까지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긴린코 호수의 풍경도 꽤나 좋았다.
이렇게 신사 뒤로 넘어가면 오른쪽 사진의 뷰처럼 볼 수 있는데 이 풍경도 꽤나 좋았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긴린코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다닌 뒤에는 관광객들이 다니는 길로 가서 역까지 돌아가면서 천천히 구경하기로 했다. 슬슬 날씨가 더워지고 습해지면서 힘들었지만 유후인마을의 특유 느낌이 너무 좋아 계속 걷게 되었다.
내가 돈만 많았다면 이 휴우인에 있는 관광상품들을 하나씩 사보고 먹어보고 할 텐데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야 하는 가난한 여행객의 슬픔..
이쁜 가게들도 많았고, 활기찬 모습들이 많이 느껴지고 사고 싶은 것들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그런 유후인을 나중에 제대로 즐기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지금 이걸 즐기는 것보다 더 많은 날들이 남았으니 말이다.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었기에 유후인에서 사진은 정말 많이 찍은 것 같다.
그렇게 유후인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시간이 오후 2시가 다되었는데, 원래는 오후 2시 차를 타고 벳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뭔가 이대로 가기엔 아쉬운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4시 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아예 다른 쪽 길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관광지가 아닌 유후인마을 그 자체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4시간 동안 걸어 다닌 덕에 다 볼 수는 없었고, 적당히 돌아다니다 오는 걸로 스스로와 타협을 했다. 그리고 관광지로 가는 길을 벗어나는 순간 유후인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오는 길에는 거의 필름 카메라로 많이 찍은 것 같다. 필름에서 나오는 짬을 믿어보고자 나중에 필름 스캔했을 때 필름 사진은 나중에 정리해서 다시 올려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터미널 바로 옆에 커피집에 들러 아쉬운 대로 여기서 파는 롤 케이크와 아이스티 한잔을 한 뒤, 유후인을 떠나기 전에 유후인역까지 스케치로 담아낸 뒤에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사실 유후인을 제대로 즐겼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유후인의 분위기는 많이 느끼고 온 것 같다. 이렇게 조금은 아쉬움을 남겨둬야 나중에 다시 왔을 때 그때는 제대로 더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유후인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역시나 기절을 했기 때문에 거의 도착해서 잠이 깼고, 버스에서 내리면 처음 탔던 곳에서 다시 내려준다. 잘 가라 유 후린 버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바로 이 버스터미널 건너편에 벳푸 백화점이 하나가 있는데, 오늘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일본 백화점에서 도시락을 파는데 마감시간까지 안 팔리면 할인을 엄청 한다는 것이었다. 백화점이니 당연히 퀄리티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화점 식당코너로 가서 도시락을 찾아봤는데 교수님 말대로 할인이 엄청 붙어있었고, 시간이 지나가니 할인율이 점점 더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조금 더 기다렸다 살까 했지만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적당히 가격이 타협한 시점에서 도시락과 먹을 것들을 담아왔다.
원래 저녁은 식당 음식을 사 먹으려고 했지만, 일요일이기에 문도 닫았고 일단 도시락을 먹고 내일 저녁에는 위승용 님이 추천해준 냉면집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마침 숙소 근처니 기대가 된다.
저녁식사를 마친뒤에 씻고 정리를 한 뒤 본래는 숙소에서 안 나가고 쉬려 했지만 뭔가 너무 아쉽고, 이대로 하루를 보내기에는 불안했다. 그리고 오늘은 게스트 하우스도 조용해서 여행 온 4일 차에 조그마한 외로움이 찾아온 것 같다. 결국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숙소 근처인 벳푸 역과 터미널쪽을 다니며 야경을 찍었다. 무겁게 삼각대를 들고 왔는데 한 번도 안 쓰고 가는 것도 아깝기도 하고... 오랜만에 찍은 야경이라 어려웠지만 야경은 항상 옳다.
내일은 온천을 탐방하고 벳푸를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할 예정이다.
온천에서 뜨신물로 크...
유후인 버스 - ¥1,500
물 - ¥101
맥주 - ¥224
롤케이크 - ¥500
저녁 및 내일 아침 - ¥996
쵸파 - ¥1,080
아침 - ¥247
치즈 어묵 - ¥450
총 - ¥5,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