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푸 3일 차
8월 21일
벳푸에서의 3일 차.
벳푸에 고생스럽게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일 차 마지막 날이다. 본래는 유후인을 다녀와서 온천까지 같이하려고 했었지만, 온천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 오늘 온천에 시간을 쏟아붓기 위해 하루를 잡았다.
사실 어젯밤까지 게스트하우스에 단체손님이 있었는데, 너무 시끄러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에도 너무 일찍 깨어버리는 바람에 엄청 정신없는 아침을 맞이했다. 그러다 보니 나가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을 더 자고 싶었는데 11시부터 3시까지는 숙소를 비워야 하는 규칙상 억지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자리를 꽉 채웠을 땐 북적거리고 시끄러웠으나, 떠나고 나니 남은 건 역시나 정막함.. 폭풍이 갑자 기왔다 갑자기 지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미리 먼길을 떠나기 전에 이번에도 페이스북에서 추천받은 맛집의 위치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향했고, 처음 가보는 길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식당 확인하러 갔다가 막연하게 걸었다. 목적지도 없었다. 그냥 벳부 시내를 돌아다녀보자가 목표였는데,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덥고 습해서 나온 지 30분도 안돼서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었고, 너무 더워서 일단 피할 곳을 찾으려고 해변 쪽으로 갔는데 이놈의 해변은 뭔 공사 중인지 쉽게 들어갈 수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다. 결국 급하게 들어간 곳은 벳푸 타워.
타워에서 내려다본 벳푸 시내의 풍경. 날씨가 비올 것 같이 흐려서 그런지 우중충하다. 타워도 오래되어서 내부시설은 딱히 볼 게 없고 올라오는 사람도 5명 정도 안팎이었다. 기념품은 캐릭터로 된 기념품들이 많았고, 아래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는 것 같은데 그곳에도 사람이 있는진 모르겠다.
그리고 타워는 나가려는 도중에 일본의 20개 타워에 대한 도장을 받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벳푸 타워에 온 김에 기념품으로 구입하고 도장을 찍어갔다. 다 모으진 못하겠지만 기념품으로는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매번 들렸던 버스센터로 이동해 버스 1일 이용권을 구입한 뒤 온천지역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티켓을 구입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엄청 쏟아졌다. 물론 나는 비가 올 수 있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우산을 챙겼지만... 사진을 찍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에 힘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괜히 1일 승차권을 구입했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곧 그칠 비 같아 보여 일단 하고 싶었던 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가마도 지옥과 효탄온천을 향해!
일부러 목적지까지 버스를 타고 가지 않고 일부러 중간에 내려서 벳푸의 모습을 걸어가면서 보고 싶었다. 이렇게 다니면 더 기억에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걸었다는 그런 고생스러움이 더 많이 남는 것 같다. 그래도 평소 관광차 왔으면 보지 못할 풍경들이기 때문에 사진으로라도 꾹꾹 눌러 담았다.
중간에 마트에 들려 물도 구입을 했는데, 일본에 와서 제일 걱정되는 것이 후쿠시마인데, 이미 일본에 간 이상 뭘 더 걱정하겠냐만은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나마 물을 사거나 맥주 등을 살 때 재료 산지를 꼭 확인하고 있다. 그중에서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물. 앞으로 이 물을 찾아서 먹기로 했다. 번거롭지만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또 억지로 고생스러운 고생을 하고 도착한 온천입구 버스터미널이다.
왼쪽 사진은 벳푸 역에서 출발해서 도착하는 곳이고, 오른쪽은 다시 벳푸 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 곳이다.
내부에서 기다리면 에어컨도 나오고 일본은 이런 기반 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 같다.
여기서 위로 가면 온천 지옥들을 볼 수 있고, 아래로 가면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많이 나온다.
온천이 여기저기 뿜어져 나오는 동네라 그런지 엄청 후덥지근하고 하수도에서 연기가 나오는 동네.
어차피 곧 온천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땀 흘리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얼른 구경이나 하고 온천이나 하러 가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가마도 지옥에서의 사진들, 유황냄새가 많이 났고 한국인들이 꽤나 많이 찾는 관광지였다. 온천수로 만든 삶은 달걀은 꼭 먹어보길 바란다. 70엔이기 때문에 저렴하기도 하고 나름 맛난다. 여기서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들은 꼭.(이래 놓고 유후인의 크로켓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왔다 ㅠㅠ)
그렇게 가마도 지옥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대충 보면 30분 안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런 지옥이 7개 정도 있으니 막상 다 보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 나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효탄온천으로 향했다. 이곳이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곳인 모양이어서 나름 기대를 많이 했다. 또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온천욕이라 그 기대감에 발 아픈 줄도 모르고 걸어내려 갔다.
온천마을을 구경하면서 온갖 수증기들을 몸으로 맞고 비도 맞으며 도착한 효탄온천.
가격은 우리나라 찜질방과 비슷한 수준인데 일단 물이 온천물이니 믿어보고 들어가 봤다. 역시나 이곳도 한국말이 들리기 시작하고 어느덧 한국 대중목욕탕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보통 대부분 온천을 30~40분 정도 하고 나오는데, 이왕 간 김에 나는 2시간 정도 온천욕을 하고 나왔다. 물론 온천을 하면서 중간에 잠깐 휴식도 취하고 피곤해서 침상에 누워서 잠도 자면서 보냈다. 한국 대중탕 물은 엄청 뜨거운데 온천물은 생각보다 적절해서 너무나 편했고, 생김새도 거의 한국 목욕탕과 비슷해서 원래 온천이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름 첫 온천을 만족스럽게 즐겼다.
하지만 곧 조금 걷다가 다시 땀범벅이 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아까 왔던 길로 되돌아가 버스터미널로 가서 26번 버스를 타고 벳푸 역으로 향했고,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에 다시 내려서 마을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이렇게 그냥 사람 사는 풍경이 너무 좋다. 관광지도 좋지만 이렇게 마무리를 사람 사는 풍경을 봐야 꼭 그날의 일정이 끝이 난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만큼 돌아다니기에 발가락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다. '
숙소로 돌아온 뒤 짐을 조금 가볍게 한 뒤 바로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이제 슬슬 해가 질 때가 되어서 허기가 지기도 했고 밤이 되었을 때의 라멘집을 찍고 싶었기 때문에 시간을 적당히 맞춰 이동했다.
슬슬 불이 밝혀지고 가게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명한 가게였는지 사인들도 많이 보였다. 역시나 유명하면 한국인들이 손님으로 많이 보이기도 했다. 메뉴는 한글로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영어로 제공되는 것이 있어서 그나마 알아볼 수 있었다. 이곳은 일요일은 휴무에 평일은 저녁 8시까지 운영한다.
본래 라멘집이라 라멘을 먹었어야 했지만, 나는 냉면과 교자를 시켰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벳푸에서의 마지막 날이기에 저녁을 먹고 나서 삼각대를 들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벳푸 타워로 향했고, 타워에서 야경 찍기는 사실 실패했지만(밤에 이쁠 거라 생각했던 타워는 생각보다 별로다 ㅠ, 그래도 분위기를 즐길 분들은 밤에도 올라가도 좋다), 그래도 벳푸에서는 아쉬움 없이 여행을 마치는 것 같아 스스로 만족스럽다.
야경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번 벳푸에서 지냈던 로지 우라 게스트 하우스!
버스티켓 - ¥900
물 - ¥95
내일 아침 및 간식 - ¥443
썬크림 반창고 - ¥537
타워 - ¥360
저녁 - ¥850
스탬프 - ¥300
계란 - ¥140
수건 - 100
빨래 - 400
총 ¥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