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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erkimbob Aug 27. 2017

규슈지방 여행기 10일 차

미야자키 > 가고시마 1일 차

8월 26일

미야자키에서 가고시마로 1일.

벌써 미야자키의 3박 4일 일정이 끝나고 오늘은 가고시마로 이동하는 날이다. 어제 정리를 하다가 일찍 기절을 해버려 아침 6시에 일어나버렸고,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정리를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아침 8시부터 엄청 덥기 때문에 미리 어느 정도 해놓지 않으면 힘들었다. 

날씨가 짜증 나긴 해도 이렇게 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이한 건 바람은 엄청 잘 분다. 집안이 찜통일 뿐...


어제 저녁에 사놓은 오늘 아침. 200엔의 행복이다.
숙소를 떠나기전에 마지막으로 인증샷 한 컷/ 주인분들은 밤을 새셨다고 자고 있을테니 알아서 체크아웃하라고..

이 숙소는 정말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친절함을 빼면... 애매하다. 만약 여름에 오지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 밤에 문을 닫지 않고 있으면 불빛 때문에 벌레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데 밤마다 벌레들과의 사투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데 막상 잠은 또 잘 온다. 그리고 밤에 불을 다끝고 노트북 불빛으로 작업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나름 느낌 있었다. 하지만 역시 더위와 벌레에 전혀 방어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일본 라이더 할아버지께서 나를 보더니 엄지를 세워주셨다. 호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계속 손짓을 하시길래 나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같이 엄지를 들었다. 그러더니 만족하셨는지 신호를 받고 저 멀리 사라지셨다. 아침부터 뭔 일인가 싶다. 


어쨌든 버스터미널로 도착해서 가고시마행 티켓을 구입했다. 2700엔 정도 하는데 오늘 지출의 반이상을 먹어버렸다. 시간은 3 시간 좀 넘게 걸리는 듯했다.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면서 미야자키에서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았다. 여기 와서 쩔쩔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나니... 아쉽다. 미야자키 또한 볼게 너무 많은 지역. 다음에 미야자키만 길게 와도 좋을 듯...


가고시마를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가고시마에 대해 공부 좀 하고, 버스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했다. 여기는 고속버스에 무료 와이파이가 서비스되는 것이 가끔 있는데 생각보다 빠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최강국인 줄 알았는데 일본도 와이파이 서비스는 잘 돼있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가다 옆자리에 앉으신 일본 할머니께서 내가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 신기해하셨다. 한국에서 1000엔 정도 한다고 하니 엄청 싸다며, 자기도 갖고 싶다고 말씀하셨지만 내 걸 드릴 순 없었다... 바람을 같이 공유해드렸는데 그렇게 좋아하시고 신기해하셨다.


일본의 휴게소.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 엄청 작다.
3시간 30분정도 걸려서 도착한 가고시마!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 아케이드 상가들을 지나 바닷가 근처까지 10분 정도 걸어가면 이번 가고시마의 숙소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걱정하던 정도는 아니었고, 가격이 싼 만큼 번화가와 교통이 편하진 않다. 근처에 버스가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조금 걸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숙소 외관과 1층 로비. 이곳은 24시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밤에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하기엔 괜찮아 보였다.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을 바로 안 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체크인을 일찍 하고 미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기존 게스트하우스는 자리를 지정해줬는데 이곳은 선착순으로 눕고 싶은 곳에 누우면 그만이었다.


이번의 내 자리는 창가쪽 1층! 오래되었다는 후기때문에 걱정했는데 깔끔해서 괜찮았다.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할지 알아보고 짐을 다시 정비한 뒤에 일단 가고시마 교통패스를 구입하러 가기로 했다. 본래는 가고시마 중앙역까지 가야 했지만, 페리를 타는 곳에서도 판매한다고 하여 위치를 알아보니 다행히도 숙소 근처였다. 10분 정도의 거리를 일단 걸어가기로 했다.


NHK건물 지역마다 NHK 건물을 보면 비슷한 컬러에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NHK 건물을 지나고 해상공원을 지나면 바로 큰 선착장이 보인다. 겉보기엔 엄청 크고 뭔가 많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내부로 들어가 보면 텅 비어있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어 보인다. 이곳 2층으로 올라가서 배 타는 입구 옆에 이렇게 작게 창구가 마련되어있다. 이곳에서 교통패스를 구입할 수 있는데 나는 2일권 (1500엔/ 1일권은 1000엔)을 구매했다. 


이것을 구매하면 가고시마 시내의 전철, 버스, 사쿠라지마행 페리, 사쿠라지마 버스 등을 한 번에 다 이용할 수 있다. 당일에 어느 정도 돌아다닐 건지 생각해서 구매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티켓을 구입하면 근처 관광지 등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도 들어있으니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생각했다. 구입 후 자신이 사용할 날짜를 긁으면 된다. 일본의 교통패스는 다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오늘은 가고시마 시립 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무엇을 전시하는지는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가서 괜찮은 전시면 구경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미술관이랑 박물관등은 대부분 붙어있으니 혹시나 일정을 짠다면 가고시마는 조금은 편하게 짤 수 있을 것 같았다.

메인은 바로크 시대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나는 예전에 보았으니 패스하고 무료로 관람을 할 수 있는 전시가 있어서 전시를 보러 지하로 내려갔다. 미야자키에서 봤던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작품을 전시한 전시로 난 오히려 여행 다니며 이러한 소소한 전시들이 더 재미있었다. 어차피 바로크 시대의 미술작품은 언젠가 한국에서도 다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보고 인상 깊었던 작품 3개. 왼쪽은 보이는 7개 단어에 맞춰 글을 쓰고 상황에 맞는 그림을 그린 책이었고, 가운데는 공룡들을 그린 작품들이었는데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고, 오른쪽 그림은 무슨 의도인진 모르겠지만 저 작품을 보고 어떤 방식의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이 들어 담아놨다.

미술관을 한번 둘러본 뒤 이동한 곳은 가고시마 근대문학관/메르헨관이였다.


근대문학관과 메르헨관이 같은 건물에 들어가있다. 티켓도 따로 구매해야한다.
잘은 모르지만 동화책 삽화를 그리는 작가의 전시를 하고 있었다.

본래는 전시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어떤 작가인지 궁금해졌고, 일정에는 없었지만 온 김에 한번 보고 가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것 같은데, 작품 사진을 전혀 못 찍게 해서 그림을 다 담아올 수 없었고 특별히 허락된 그림이 있었는데 이 3점뿐이었다.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다양한 동화들을 작업했는데 각 동화의 내용마다 그림 스타일을 약간씩 다르게 해서 잘 맞춰 그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책을 한 권 사고 싶었지만 더 이상 추가 짐을 만들 수 없어서 한국 와서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메르헨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나는 동화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동화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양하게 녹여내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것도 미리 알았으면 안 왔을 텐데...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전시를 만족했기 때문에 구경한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예술 관련 전시관 구경을 마치고 중앙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중심가로 이동했다. 바로 근처에 있는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가면서 생각을 해보니 오늘 인증숏을 찍은 게 하나도 없었다. 결국 급하게 공원에서부터 인증숏을 찍고 발걸음을 빨리 옮겨 중앙역에 가기 전에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구글지도에서 라멘을 검색해서 나온 음식점. 잘 모르고 그냥 들어갔다.

어떤 라멘집인지도 모르지만, 들어가 보니 유명해 보이는 분들의 싸인들이 쭈욱 나열돼있었다. 구글 후기에 보면 줄을 서서 먹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가 아직 저녁시간 전이였는지 여유롭게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기본 라멘과 다양한 종류의 라멘들이 있었는데 나는 이 집만의 특식 라면과 밥 한 공기를 주문했다. 라멘 맛은 조금 짭쪼름했지만 나름 맛있었다. 이치멘 라멘과는 약간 다른 맛!


가고시마가 라멘으로 유명 한진 몰랐는데 길거리를 걸을 때 라멘집이 제일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체인점부터 작은 가게나 가고시마에서만 운영하는 라멘집들이 많았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그렇게 라멘집들을 찾다가 나처럼 배고프고 가난한 여행자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볼 수 없으니 항상 음식을 먹을 때 신중해야 하는 그런 마음이 갑자기 슬프게 느껴졌다.


한 그릇과 밥 한 공기를 깨끗하게 비운 뒤 전철을 타고 가고시마 중앙역에 도착해 인증숏부터 한 장 찍고 야간투어 버스를 타기 위해 4번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이 야간투어 버스는 매주 토요일에 19:00,20:00 2번밖에 운행 안 하는 아주 특별한 버스였다.

내가 정말 운이 좋은 게 알고 온 것도 아닌데 날이 토요일이라서 바로 볼 수 있었다. 오늘 원래 편히 쉬려고 했지만 이 버스 하나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렇게 생긴게 야간 시티투어 버스다.
1시간정도 가고시마 시내를 돌아다닌다.
여기서 15분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놓치면 한시간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보내야한다.

야간 시티투어버스는 정말 레어 한 버스라서 일부러 토요일에 오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다. 원래 저 정상에서 15분의 시간을 주는데 사실 부족하다. 한 30분은 줘야 하는데... 다들 급하게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다. 원래는 여기서 여유롭게 사진 좀 찍고 내려가려 했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여기서 한 시간 동안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게 힘들 것 같아 몇 장만 찍고 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급하게 셀카를 찍었다.
아쉬우니깐 동영상도 하나.
이렇게 버스가 기다리는데 시간되면 떠나니 놓치기 싫으면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열심히 설명중이신 안내원 아주머니. 노래도 하신다.
온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 각 관광지등을 설명해주시면서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0:00 버스를 타는 관광객들 늦게 탔으면 큰일날뻔했다.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와서 큰 마트에 들려 내일 아침/저녁 음식과 간식거리를 미리 구입했다. 숙소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내일 다시 나와서 사가지고 가기엔 너무 귀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이 중심가에서 편안하게 쇼핑도 하고 다 할 텐데 이게 참 힘들다. 


집에 가기 전에 전철역에서 사진을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내일은 화산섬에 갈 건데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일찍 쉬는 걸로...



가고시마 버스 - ¥2,780

버스패스 - ¥1,500

물 - ¥95

내일 아침/저녁/간식 - ¥1,139

저녁 - ¥960

미술관 입장권 - ¥600


총 - ¥7,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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