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2일 차
8월 27일
가고시마에서 2일.
오늘은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사쿠라지마 섬으로 가기로 한 날이다. 사꾸라지마 섬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섬으로 현재까지도 화산이 살아있는 섬이다. 그로 인해 화산재가 떨어지거나 피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섬이 조용한 날이었다.
Sakurajima ferry Kagoshima Port가 숙소가 가까워서 금방 걸어갈 수 있었다. 가고시마 포트에서 사꾸라지마까지 15분 간격으로 페리가 있고 섬까지 가는데 15분 정도 걸리니 배 시간에 너무 급해서 갈 필요가 없다. 티켓 금액은 160엔인데, 가고시마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티켓 또는 요금은 사쿠라지마 섬에서 내릴 때 제출하니 일단 타기로 한다.
15분만 타는 페리치 곤 꽤나 크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아무래도 섬 자체를 구경하려면 버스보다는 차를 타고 구경하는 게 제일 좋긴 하다. 페리 내부는 가락국수를 파는 식당과 기념품과 과자 등을 파는 매점 이렇게 2개가 있고, 나머지는 다 좌석이다. 풍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위층으로 가면 된다.
나오는 입구에서 이렇게 요금 정산을 하고 바로 앞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관광지와 버스시간표를 알아볼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1시간 주기의 셔틀버스를 놓쳤기 때문에 10분 거리에 있는 사꾸라지마 방문 센터를 가라고 추천을 받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섬 전체를 볼 수 있는 관광버스가 2회 운행되는데 패스로는 볼 수 없고 따로 구매해야 한다. 코스가 그만큼 길어서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선착장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는 자동차 렌털과 자전거 렌털 샵 그리고 편의점이 보인다.
선착장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계속 걸으면 사쿠라지마 방문 센터가 나오는데 가는 길에 편의점들도 있고 작은 신사도 있고 선착장 근처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우리나라 펜션처럼 생긴 집들이 모여있었다.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2,3층에 거주하는 모양이었는데 아마 화산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보이는 건물인데 정확히 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산품과 여러 가지 섬에 대한 과거 기록 등을 볼 수 있는 곳 같았다. 지도에는 박물관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와 비슷한 건 볼 수가 없었으니 일단 센터로 다시 향했다.
이 섬은 아직 활화산인 곳이라서 이렇게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재해를 대비하고 있는데 이 센터에서도 그러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섬의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잠깐 머물렀지만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산섬에서 어떻게 생명이 싹트는지에 대한 과정이 잘 설명돼있어서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센터에서 시간을 보낸 뒤 셔틀버스를 타고 섬 관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버스를 타면 전망대에서 10~15분 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내려서 구경을 해보니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더 구경하고 싶다면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햇빛을 피할 곳이 많지 않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바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른쪽 사진처럼 버스가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각 전망대마다 시간이 다르고, 버스 기사님께서 남은 시간을 알려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노히라 전망대에서는 화산의 꼭대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위에서 가고시마를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 건물 안에는 관광상품과 음료를 파는 곳이 있으니 여유가 있으면 들려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끔 화산 꼭대기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조용했다. 구경을 한 뒤 나는 여기서 혼자 한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없어서 15분 동안 충분히 즐긴 뒤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갔다.
선착장 근처에 있던 가 고사 미 섬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인테리어가 특이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주인아저씨가 나와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해주셨고, 나는 본능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번 들어가서 음료수 한잔 하고 나올걸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면 한번 지내보고 싶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어서 오게 된다면 알아봐야겠다.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조금 쉬고 배를 타기로 했다. 그때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광객과 그녀가 데리고 온 강아지인데 14살이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머리에 병이 생겨서 곧 죽을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슬퍼졌지만 강아지가 너무 착하고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요청하고 허락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를 바란다.
돌아가는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라 배안에 있는 이 가락국수 집에서 가락국수 한 그릇을 시켜먹었다. 알아보니 이 가락국수가 그렇게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배를 타는 사람들은 다들 먹는다고 한다. 맛은 면은 다 똑같은데 이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이 배를 탄다면 한 그릇은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배를 탄 사람들은 다 한 그릇씩 들고 먹고 있었다.
다시 가고시마로 돌아와서 선착장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에서 시티뷰 버스를 탔다. 시티뷰 버스는 해안 버스와 시내버스 콘셉트 2가지가 있는데, 둘 다 회차지점이 센간엔이기 때문에 센간엔에 가고 싶다면 시티뷰 버스를 타면 된다. 이 버스는 가고시마 유명 관광지를 한 바퀴 도는 버스이기 때문에 그냥 타고 한 바퀴 돌아도 괜찮다. 센간엔을 돌아서는 가고시마 중앙역으로 가니 나쁘지 않다. 패스가 있으면 무료!
센간엔에 온 이유는 이 스타벅스를 보기 위해서다. 사실 커피를 즐겨마시진 않지만 일본에 이렇게 건물이 이쁜 스타벅스 지점은 찾아가는 편이다. 후쿠오카의 다 이자후 스타벅스도 그렇고 일본의 스타벅스는 보러 가 볼만 한 것 같다.
일본의 스타벅스 메뉴.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고 나는 우리나라에 없어 보이는 듯한 메뉴를 시켜보았다. 위의 가격은 세금이 붙지 않은 가격이니 한 10% 정도 금액이 더 붙는다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음료를 시식하라며 나눠줬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일본의 스타벅스가 다 이렀는지 모르겠는데 왼쪽에서 주문을 한 뒤 바로 오른쪽으로 넘어가 내가 받은 영수증을 보여줘야 그때 바로 제작이 들어간다. 처음엔 그것도 모르고 영수증을 받고 멀뚱히 서있다가 내 음료가 안 나오길래 멀리서 보니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다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허... 결국 나도 뒤를 따라 줄을 선 다음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를 나와서 보니 근처에 해변이 보여 그곳으로 이동을 해보았다. 이곳 해변에서 바라보는 사꾸라지마 섬과 바다들이 멋있어 보여 사진을 찍고 가기로 했다. 바닷가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좋았다.
해변 구경을 마친 뒤 버스 올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다시 향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에 비를 많이 맞진 않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바로 갈까 하다가 가고시마 중앙역에 내려 구경을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가고시마 중앙역 앞에서 행사 중이었던 대 바겐세일 이벤트. 생활용품 등을 정말 싸게 판매하고 있었는데, 내가 캐리어를 끌고 단순히 관광여행 왔다면 몇 가지 사갔을 것 같다. 가방들도 그렇고 생활용품들도 싸고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타코야키 기계 가 3만 원이라니!!!
이곳 가고시마에는 사진처럼 동상들이 세워져 있는데, 내가 보고 싶었던 사카모토 료마의 동상. 군대에서 료마의 일대기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일본 개화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었는데 이게 사실 우리나라 침략과도 연계되는 부분이 있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료마 그 인물이 행한 일들을 보면 대단했기 때문에 인물로서만 좋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지 매번 료마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 드라마가 나오고 있다.
오늘은 숙소로 일찍 돌아왔는데 비가 오기도 했고 쉬고 싶었다. 무엇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씻고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 침대에 눕거나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거나 한국 예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제 미리 구입한 도시락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내가 좋아하는 소사이어티 게임 시즌2 1화가 시작해서 시청하고 사진 정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나갔다.
가끔은 치열하게 구경하고 싶을 때가 있고 가끔은 그냥 이대로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 2개가 항상 고민이 되기 된다. 이 멀리까지 와서 유명한걸 안 보고 간다면 손해잖아?라는 생각을 전에는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진짜 남는 여행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늘도 게스트하우스에 일찍 들어와서 쉬고 있는데 밖에 나가지 않고 그냥 숙소 침대에서 누워있는 사람도 봤고, 책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을 가서 볼 것이 있다면 보러 가겠지만 그것을 정하지 않고 왔을 때는 그냥 가만히 돌아가는 구경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바라보는 입장이 아닌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을 다시 보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일 갈 이부스키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딱 한 가지 보고 싶은 건 일본의 땅끝이라고 불리는 곳이 가깝다고 하여 가볼 예정이다. 그것 말고는 그냥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다.
물 - ¥108
기념품 - ¥100
가락국수 - ¥450
스타벅스 커피 - ¥637
빨래 - ¥400
총 - ¥1,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