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 이부스키 1일 차
8월 28일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로 1일.
오늘은 가고시마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이부스키라는 도시로 이동하기로 한 날이다. 이부스키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지만 일본 열도의 끝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에 해당하여 우리나라 해남 같은 느낌의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이부스키를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규슈지방의 밑에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숙소가 마침 이부스키 밖에 없어서 이곳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체크아웃이 12시라 숙소에서 꽤나 여유롭게 나올 수 있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거의 5시간을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고 날씨도 평소보다는 덜 더워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이부스키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3시이기 때문에 가고시마에서 천천히 출발해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남규슈 대학생 서포터스 비슷한 걸 하는 것 같았고, 금연지역을 저렇게 불투명한 유리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투명 유리로 안이 다 보였을 텐데 이것도 일본만의 배려인 것 같다 생각했다. 오른쪽 사진은 가고시마 중앙역으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정면에 JR레일 패스를 구입/교환하거나 예매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들어가서 한국에서 미리 사둔 레일패스를 교환하였고, 날짜는 오늘이 아닌 쿠마모토를 갈 때의 날짜로 정해두었다. 쿠마모토를 갈 때 거의 8000엔이 들어가는데 패스는 7000엔이기 때문에 일단 절약되는 건 확실하고 이날 이부스키에서 출발하는 것 까지 합치면 꽤나 절약할 수 있다.
일단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이부스키까지는 1000엔이 들고 지정석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1000엔 표를 구입해서 타면 된다. 시간은 역 승무원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주니 너무 겁먹지 말자. 대체로 한 시간에 한대씩 있는 것 같았다.
오후 1시 기차를 기다리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일본 학생들이 단체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월요일인데도 이렇게 오후 1시에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부러웠다....
나 중학생 때도 5시까지 수업했던 것 같은데... 그 덕에 자리는 거의 학생들로 꽉 찼는데 대부분 1,2 정거장 가서 내리는 것 같았다.
전차를 모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흔들거리는 열차에서 중심을 잡으며 한 땀 한 땀 삐뚤삐뚤 기사님을 그려드렸다. 항상 손으로 수신호를 하며 매뉴얼대로 일하는 기사님의 모습. 일본인들의 각 직업별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1시간 20분 정도 가다 보면 이부스키에 도착하는데, 열차에서 일본의 풍경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 해안을 따라가기 때문에 중간에 일본의 바다를 보며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이부스키는 중앙역부터 그동안 지났던 역들과 다르게 조금 큰 역이다 보니 개찰구가 따로 나와 있었다. 이부스키에 도착 후 바로 안내센터로 가서 숙소까지에 갈 수 있는 교통에 대해 안내를 받고 1일 프리패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부스키 또한 작은 동네라서 버스의 텀이 생각보다 많이 길다. 항상 시간표를 숙지하고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오늘은 숙소 주변만 돌아다닐 것이라 1일권을 구입하지 않았고, 내일은 관광지 한 바퀴를 돌아볼 예정이다.
이부스키 역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한국인이 안 올 것 같은 이곳에도 한국어로 된 안내판과 지도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이렇게 한국어로 안내돼 있는 거 보면 관광에 대한 정성이 느껴진다. 중간에 길을 가다 유명 관광지에도 한국어가 다 적혀있기 때문에 편하다.
이부스키 역을 건너 바로 있는 버스센터와 정류소. 시간이 잘 맞아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고, 이렇게 버스센터가 있는 곳에서는 안에서 기다리면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버스를 타곤 4 정거장 정도지만, 걸어가려면 20분을 족히 걸어가야 하는 숙소. 짐이 너무 무거워서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야 했다. 예전에 벳푸에서의 고통을 생각하면 100엔을 내고 편하게 가는 게 낫다고 결론을 지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숙소.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것이 아주 좋았다.
숙소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것 같았다. 들어가니 오늘 게스트가 나와 일본인 한 명뿐이라 넓게 이용하라는 주인의 말. 하지만 주인이 아주 깔끔한 분이셔서 해야 할 것들이 좀 많았고, 현금으로 숙소비를 받아서 지금 남아있는 돈에서 지출이 크게 나가버렸다. 그런데 다음 숙소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환전할 한국돈을 가지고 오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현금 지출이 많아져 앞으로 남은 여행에서 어떻게 돈을 나눠 써야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 했다.
주인과 이야기를 다 마치고, 내가 아직 아침과 점심도 안 먹었다는 말에 근처에 작은 마트 겸 도시락집으로 안내해줬다.(그것도 옆에서 같이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추천해주셨다) 이곳은 도시락과 마트를 겸하고 있었는데 도시락을 주문하면 한솥처럼 바로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고 맛 또한 괜찮았다. 물론 마트에 비하면 조금 비쌌지만, 일단 배고팠고 집주인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후딱 구입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에는 모래찜질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조금만 더 가면 사진에서 보이는 이호텔에서 1일 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굳이 멀리 역까지 다시 안나가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 버스 또한 이곳 또는 숙소 앞에서 타면 되기 때문에 위치는 최고였던 것 같다. 내일 부지런히 다니기로 하고 오늘은 근처만 걸어 다녀보기로 했다.
20분 정도 조금 안되게 걸어가면 빅마트가 나오는데 이곳은 안에 오락실도 있고, 꽃가게도 있고 생활용품도 있고 정말 말 그대로 슈퍼마트였다. 거의 백화점과 다름없는... 가격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기억에 제일 남는 건 오락실이 생각보다 컸었고, 그곳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게임을 하는데 손자가 옆에서 열심히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뭔가 사람 사는 곳이기는 한데 집들이 거의 띄엄띄엄 있기도 하고 진짜 관광지 말고는 뭐가 없는 이부스키였다.
주로 봄, 가을, 겨울에 추위를 피해서 이곳에 온다고 하니... 이렇게 더운 여름에 온 내가 이상한 것이었다.
간단하게 오늘과 내일 먹을 것을 구입한 뒤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족욕탕이 생각나 들렸는데, 그동안 봤던 족욕탕 중에서 제일 깨끗했다. 아무래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싶다. 날씨는 더웠지만 피곤한 발을 살리기 위해 잠깐 족욕을 즐겼다. 아따 좋은 것~~
어느덧 시간은 해가 질 시간이 되었고, 해가 점점 지면서 바다는 더 빛이 났고 하늘은 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바닷가에서 한 시간 정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더위가 싹 날아가버렸다. 바닷바람이 이래서 좋구나~ 싶다.
계속해서 며칠째 35도와 엄청난 습도를 경험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무거웠던 배낭 또한 조금씩 가볍게 느껴진다. 물집이 크게 잡혔던 발가락 또 굳은살이 되어가면서 걸어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어진다. 그러한 익숙함을 느낄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가고 곧 집에 갈날을 세고 있다. 아마도 이곳 이부스키를 벗어나면 남은 곳은 쿠마모토와 나가사키 그리고 후쿠오카인데 다 큰 도시여서 시끄럽고 복잡 복잡한 곳을 다니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물론 그만큼 교통은 편해서 다니기엔 좋겠지만...
내일은 이부스키 투어를 하면서 땅끝길을 걸어보려 한다.
부디 덜 더웠으면...
이부스키 티켓 - ¥1,000
가고시마 전차 - ¥160
이부스키 버스 - ¥140
관광버스 티켓(1일 패스) - ¥1,100
저녁 및 아침 - ¥920
간식 - ¥395
숙소비용 현금 - ¥5,000
총지출 - ¥8,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