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3일 차
9월 1일
구모마토 3일 차.
오늘은 아침부터 큰 고민에 빠졌었다. 아소산을 가야 할지... 구마모토 도시를 구경해야 할지... 아소산 가는 버스 시간 전까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가지 말자고 결론을 지었는데, 자꾸 눈앞에 아소산이 아른아른거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소산 가는 버스시간을 알아보았는데 웬걸... 40분 뒤에 버스 한 대가 아직 남아있는데 이 버스만 타면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아침밥을 먹고 부랴부랴 씻은 뒤 나갈 채비를 했다. 남은 시간은 40분. 내가 이 버스를 타면 아소산에 가라는 계시인 것이고 놓치게 되면 아소산과 인연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일일 패스권으로 부랴부랴 아소산을 가는 버스인 오이타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벳푸행과 오이타행 버스를 타면 아소산 역에 정차하는데 버스는 이렇게 2대를 타면 된다. 본래 구마모토역 > 아소산역으로 가는 기차는 지진 때문에 더 이상 이용을 못하고 벳푸, 오이타 역 > 아소산 역으로 가는 기차는 운행을 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구마모토 시내의 버스 터미널 정류장 지도이다. 각 번호별로 가는 지역과 위치가 정리되어 있다. 보통 다른 지역은 24,25,26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되겠다.
겨우겨우 10분 전에 도착해서 표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가만 보니 왕복 티켓으로 조금 더 싸게 팔고 있는 걸 발견했다. 표를 끊지 않고 타면 2600엔 정도 되는데, 왕복표를 끊어놓으면 한번 가는데 2100엔으로 저렴하게 탈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돌아올 거라면 왕복표로 싸게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고 오는 시간표도 확인하고 아소산 역에서 아소산으로 가는 버스 시간도 확인한 뒤 26번 플랫폼에서 아소산 역 가는 오이타행 버스를 탔다.(겨우겨우 세이프)
2시간 좀 안되게 도착한 아소산. 내리자마자 아소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벳푸, 오이타, 구마모토 등에서 아소산 가려고 모인 사람들. 다행히 버스도 자리가 많이 남아 여유롭게 갈 수 있었다. 아소산 역에서 아소산까지 잠깐 산을 오르는 것만 해도 왕복 교통비 1000엔이 넘게 든다. 일본의 교통비는 정말 어마어마한데 나는 여행객이니 입장료라 생각하고 버스를 탔다.
아소산은 2017년 2월부터 화산활동이 감지되어 로프웨이를 잠깐 중단한다고 하니 올라갈 수는 없었다. 이 또한 아소산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꼭대기까지 갈 수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아소산 주변에 펼쳐진 풍경들을 보면서 위안 삼았다.
대신에 아소 슈퍼 링이라는 홀로그램을 입힌 쇼를 하는데 웬만하면 안 봐도 될듯하다. 나는 JR규슈 레일패스가 있어서 100엔을 할인받았는데 잠깐 5분 아소산 설명을 보는데 꼭 안 봐도 될 내용이었던 것 같다.
언제 화산활동이 벌어질지 몰라 안전모도 구비되어있는 아소산. 일본이 준비하나만큼은 철저한 것 같다.
이곳에 도착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못 느꼈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유황이 코를 찌르고 기침이 연속으로 나왔다. 본래 아소산이 유황이 많이 나와서 호흡기 질환 있는 분들은 삼가달라고 하거나 오래 못 있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적응되긴 했지만 와... 가까이 있는 게 아닌데도 이 정도면 꼭대기로 올라가면 얼마나 더 심할지...
아소산 로프웨이에서 차도로 계속 쭈욱 내려가면 휴게소 같은 곳이 나오는데 걸어서 한 40분 정도 되는 길이였던 것 같다. 시간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길을 따라 아소산 산등성이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으며 걸어갔다. 다른 관광객들도 다들 걸어서 휴게소 있는 곳까지 걸어가며 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중간에 길을 걸어가다 보니 헬기가 자꾸 주변을 왔다 갔다 했는데 알고 보니 돈을 내면 탈 수 있었다. 가격은 대략 5~10만 원 정도를 내고 근처 한 바퀴 도는 것 같았다. 역시나 이를 이용하는 건 중국분들. 호탕하게 헬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걸어서 50분쯤 걸으면 아소산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를 타면 한 정거장이지만,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에 걸어가는 게 풍경도 볼 수 있고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시설의 휴게소를 생각하면 안 되고 꽤나 노후되고 운영하지 않는 곳도 보였다. 이곳의 특산품이나 기념품 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음식은 생각보다 가격이 꽤 비싸서 먹지 못했고, 음료수 하나만 구입해서 나왔다.
휴게소와 바로 맞은편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휴게소에서 커피나 밥을 먹으며 이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곳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지만 막차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근처를 걸으며 사진을 찍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저 언덕까지 거리상 가까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꽤나 멀었다.
구경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비교적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뒤 아소산 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내려갈 때에는 사진에 보이는 이 곳에서 줄을 서면 된다. 예전에는 버스가 많이 다녔던 것 같은데 최근 화산활동이 심해지면서 버스 운행 수도 줄인 것 같아 보였다. 늦게 줄을 서면 서서 가거나 못 탈 수도 있으니 미리 줄을 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참고로 막차는 3시 10분인데 이것을 타고 가야 늦지 않게 아소산 역으로 가서 3시 50분 버스를 타고 구마모토로 돌아갈 수 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흰색 건물은 아소산 화산박물관인데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아소산 역으로 내려와서 아소산과 역을 배경으로 한 컷 찍었다. 산에서 내려오니 날씨가 더 좋아진 것 같은 기분... 짧기도 하고 정상을 못 간 것이 못내 많이 아쉽긴 했지만 아소산을 보고 온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다음에는 더 일찍 와서 조금 더 오래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거의 기절하다시피 자면서 왔는데 퇴근시간에 겹쳐서 인지 예상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일본은 차가 막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퇴근시간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막히는 것 같다. 본래 6시에 도착했으면 들를 곳이 있었는데 이미 문을 닫아버린 상태라 구마모토역 근처에 있는 라멘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구마모토 라멘을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Kokutei 熊本拉麵 黒亭이다. 일본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라멘을 팔고 있다 그래서 이곳도 지나칠 수 없었다. 가격은 저렴하게 먹으면 저렴하게 먹고 제대로 먹으려면 2만 원 가까이 내야 했기에 나는 맛만 보고자 저렴한 세트로 먹기로 했다.
보통 식사시간 때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서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내가 갔을 때에는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다. 슬슬 혼밥도 익숙해지니 야무지게 한 그릇 싹 비우고 계산하고 나왔다. 구마모토 라멘의 맛을 평가하자면 나에게는 그냥 한번 시켜 먹을 만한 정도인 것 같았다.
오늘이 구마모토의 마지막 날이기에 몸은 피곤했지만 이 도시의 야경을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은 구마모토 아케이드 거리로 가서 그 긴 아케이드 거리들을 이곳저곳 목적 없이 그냥 걸어 다니며 일본의 번화가 구경을 했다.
길을 걷다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청년을 만났는데 일본을 여행하면서 버스킹을 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 보았기 때문에 신기해서 구경이나 해볼까 했지만 마지막곡이었는지 한곡을 부르고는 byebye를 외치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이분에게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유튜브 채널 주소를 알아내어 구독 버튼을 눌렀다.
나중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화질이나 음질이 좋은 영상은 많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구마모토를 다시 간다면 이분이 하는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https://www.youtube.com/user/yatuomigana/videos
숙소로 돌아와 방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식당의 강아지를 보고 가기로 했다. 나는 강아지를 한 번만 더 보고 갈 수 있겠냐고 주인분에게 요청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도 주인분에게 보여주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너무나 귀여웠던 미니 푸들의 이름은 까먹었지만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했으면 좋겠다.
음식도 맛있었고, 친절했고, 강아지도 귀여운 이 숙소와 식당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날은 나가사키로 이동!!
어느덧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밖에 남지 않은 여행.
아소산 왕복 버스 - ¥2,160
아소산 버스 - ¥1,240
구마모토 라멘 - ¥880
콜라 - ¥140
아소산 홀로그램 - ¥400
쵸파 기념품 - ¥300
간식 - ¥213
총 - ¥5,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