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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erkimbob Nov 07. 2017

규슈지방 여행기 19일 차

나가사키 3일 차

9월 4일

나가사키 3일 차.

오늘은 전부터 정말 가고 싶었던 군함도에 가는 날이다. 어렵사리 표를 구한 만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졌고 그렇게 좋았던 날씨는 거짓말처럼 구름 끼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로 바뀌어져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게 되면 그날 군함도 투어는 취소가 된다는 공지가 있었기 때문에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일단 가기로 했다.


어제 표를 예약했던 곳으로 가면 이렇게 배를 탈 준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쪽에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군함도 캐릭터 표지판이 서있었다. (저걸 볼 때마다 귀여워 보이긴 했지만... 정말 이걸로 이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보면 대단할 뿐...)


어제 예매를 받아준 직원분 대신 새로운 직원분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나 혼자다 보니... 내 이름과 친절하게 한국말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한국인이 많이 찾기도 한다는 의미)

아침일찍부터 입구에서부터 관광객 줄이 길게 이어져있었고 이 관광객들 중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군함도 내부로 들어가는 티켓은 300엔이고, 페리 가격만 4000엔이다. 이게 뭔... 상술인가 싶었다 보통 페리 한 시간 타는데도 1000엔 정도인데 말이다. 비가 오게 되면 군함도까지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페리만으로 돈을 엄청 번다는 걸 볼 수 있다... 뭐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다시 관광객 모드로 돌아가서 일단 안전한 군함도 투어가 되기를 바랐다.


페리를 타게 되면 정면에 이렇게 모니터로 군함도에 관한 설명을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주로 보이는 건 일본인들의 생활과 군함도가 만들어진 과정과 역사 등이었다. 이 곳에서 한국인이 징용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 또는 한국인들이 같이 일했다는 내용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주로 전쟁이 끝난 직후 일본인들만 남아 있는 모습들 위주로 보여줬다.


이 곳 근처에서 군함 또는 큰 배들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전쟁이 나던 시절 군함도에서 석탄을 캐고 이곳에서 군수물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운영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나가사키가 근대에 중심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너무나 좋은 위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배를 타고 달리니 드디어 군함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오기 전까진 비바람이 계속 불어 못 올라가나 걱정했는데 이곳에 도착할 때쯤 비바람이 많이 약해져 군함도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배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 모두 군함도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진기를 꺼내어 너 나할 것 없이 찍어대기 시작했다. 이 군함도가 인공적으로 만든 섬이기에 좋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기술 자체로는 정말 대단해 보였다. 또한 군함도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한 모습과 크기였다.


군함도 영상
군함도에 올라와서 찍은 영상. 더 가까이 갈 수는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사진을 열심히 찍었던 것 같다. 군함도는 크지만 이곳을 볼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고 매우 작았다. 이유는 아마도 건물이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보여주지 못하는 무엇인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마음은 뒤로 한채 군함도의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군함도에서는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면서 설명을 들으면서 다시 이동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가이드가 설명을 하면 이렇게 중간중간 다른 가이드분들이 그 당시 사진들을 보충자료들로 보여주었다. 역시나 여기에도 한국인들의 이야기와 사진은 없었다. 군함도의 건축과 그 당시 이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씁쓸하지만 한컷은 남기고.
이 웅장하면서 슬픈 기분이 드는듯한 장소
짧은 투어시간이 아쉬워서 열심히 찍었다.

거의 30분 정도의 투어가 끝이 나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날씨도 좋지 않았기에 군함도의 모습이 더 우울하면서 분위기가 슬프게 다가왔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못했으며 한국인이 살았던 그곳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비가 오기 때문에 군함도의 모습을 내 스케치북에 담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나 혼자 마지막까지 군함도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페리에 탑승하게 되었다.


군함도를 떠나는 페리. 다음에 다시 오겠다.
페리를 타고가다 보이는 모습들.

돌아오는 배에서도 군함도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는데 화가 날 정도로 잘 만들었다. 군함도가 일본인들에겐 그런 이미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내리기 전에 군함도를 3회 방문하면 1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3번이나 와야 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 챙겨가기로 했다.


배에서 내린뒤 한컷.


군함도 관련 상품들 중 배지와 카스텔라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뒤 그곳을 빠져나왔다. 카스텔라 아이스크림은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먹어볼 만한 것 같다.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아서 걷고 걸어서 점심을 먹기 위해 나가사키에서 유명하다는 토마토 라멘을 먹으러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곳의 이름은 모르지만 지난번에 이곳을 들릴 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길래 한번 알아보았는데 공식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나가사키를 방문하는 마니아들에겐 유명한 곳이었다. (지도 첨부)


다행히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티켓으로 뽑아서 먹을 수 있는데 이곳은 한국말 지원이 되지 않는 곳... 점원에게 물어보면 알려주긴 하지만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일단 제일 유명하다는 토마토 라멘과 밥과 교자를 추가로 시켰는데 밥 같은 경우는 토마토 라멘을 시키면 저렴하게 한 그릇을 추가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곳은 화요일에 휴무다!


토마토 라멘이 무슨 맛일까 엄청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꽤나 괜찮았다. 약간 국물 많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는 느낌이었는데 달달하면서 짭짤한 맛이 너무나 좋았고, 특히나 그렇게 느끼하지 않은 게 너무 좋았다. 양도 생각보다 많았기에 저렴하게 일본의 특유 라멘을 먹을 수 있는 곳 같았다.  다음에 누군가가 나가사키에 방문한다면 짬뽕보다 이 집을 추천한다. 이 많은 양을 싹싹 비우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시장을 다니다가 발견한 카메라 집. 이쁜 카메라 관련 상품들과 사진기 필름 등을 판매하는데 돈이 없었기에 구경만 하고 나왔다. 이렇게 일본에는 사진 관련된 굿즈를 파는 가게들도 많이 보였다. 


다음에 찾은 곳은 3대 카스텔라 집으로 유명한 쇼오켄이다. 다른 카스텔라 집들은 한국에도 들어왔기 때문에 맛을 볼 수 있지만 쇼오켄 같은 경우는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기도 하고 예전 나가사키를 방문했을 때 맛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맛보고 싶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작은 카스텔라와 차 한잔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 점도 너무나 좋았다. (지도 첨부)


쇼오켄을 나와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초콜릿 카페. 사실 로고가 너무 이뻐서 사진만 찍고 가려다가 안에 인테리어 또한 이쁘게 되어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했는데 역시나 숨어있는 맛집이었다. 이렇게 걷고 여행하는 묘미는 왠지 한국인중에서 나만이 알 것 같은 장소를 발견했을 때인 것 같다. (지도 첨부)

초콜릿으로 된 다양한 카페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따로 초콜릿만 구입할 수도 있었다. 또한 케이스가 초코를 이용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써 이런 제품은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도 추천한다.


그렇게 가게를 나와서 바로 앞에 천이 흐르고 있었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나가사키에서 유명한 장소인 메가네 브릿지였다. 이 천을 중심으로 여러 다리들이 있는데 지어진지 꽤 오래된 다리라는 것이다. 이 천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건물들도 많고 료마의 길이라는 곳도 있기 때문에 맛보고 눈호강도 할 수 있는 코스인 것 같았다.


중간에 쉬면서 그림한장.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다리가 물에 비치면서 안경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메가네 브릿지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안경다리 배경으로 영상하나.
중앙 인증샷은 어디를 간든 빠질 수 없다.
나가사키 료마의 길. 료마가 걸어갔던 길이라고 한다.

사카모토 료마가 걸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길인데 어떻게 보면 일반 일본의 시장길과 다를 게 없지만 료마 자체가 워낙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일본인들과 관광객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일본의 느낌을 느끼고 싶다면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가사키 아트 뮤지엄. 최근에 지어진 것 같은데 건물 디자인이 꽤나 멋스러워서 놀랬던... 이날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시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바로 전날 전시가 마감이 되어서 그냥 일반 미술 전시를 보기로 했는데 운이 좋게도 공짜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항상 카메라를 안내 센터나 사물함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서비스. 아무래도 전시에 집중할 수 있게 하거나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그렇게 전시를 보고 나면 어디를 가든 놓여있는 설문 지함. 대부분 이 설문지를 다 작성해서 나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미술관을 한 바퀴를 돌고 옥상 테라스도 올라가서 나가사키 시내를 둘러본 뒤 숙소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정말 많은 걸 본듯한 기분 아닌 기분이 들었다. (이 날 미술관 돌아다니다가 핸드폰 액정 깨 먹은 건 비밀...)


오늘도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저녁도 푸짐하게. 
나가사키 전차역 앞에서

이렇게 오늘 일기를 쓰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곳을 보았다. 분명 여행할 때는 짧다고 느껴졌었는데... 비도 오긴 했지만 운이 좋게 돌아다닐 때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여행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려다가 생각해보니 나가사키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예전에 찍지 못했던 야경을 찍고 싶어서 비를 맞으며 야경사진 몇 장을 건진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날 저녁에는 일찍 쉬려고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숙소에서 한, 중, 일, 네덜란드 이렇게 4개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사진을 못 남긴 것이 아쉽다. (이때 다들 일본어와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나와 중국인 친구가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네덜란드 사람이 각국의 다른 사람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웃긴다고 했던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곳에서 만났던 한국인 남자애는 후쿠오카에서도 또 만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후쿠오카 여행기에서 쓰도록 하겠다.



카스텔라 3개 - ¥1,782

카스텔라 1개 - ¥584

토마토 라멘 - ¥1,098

저녁 - ¥246

맥주 - ¥253

카스텔라 아이스크림 - ¥300

군함도 기념품 - ¥400

전차 - ¥120

초콜릿 - ¥430



총지출 - ¥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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