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3,4일 차 그리고 한국
9월 7일
후쿠오카 3일 차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사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동생과 그 옆에서 자고 있던 예비 직업군인 동생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그렇게 날씨가 좋던 일본이었는데 가기 전날이 되니 비가 꽤나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남자 3명이서 밥을 먹으러 간 곳은 한 동생이 강력 추천한 야 오이켄. 사실 체인점이기 때문에 어디 가든 먹을 수 있는 곳이지만 나도 먹어본 적이 없던 곳이라 궁금해서 같이 따라가게 되었다.
가격은 저렴하게 먹거나 조금은 비싸게 먹을 수도 있는데 밥과 반찬들이 무한 리필되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일본에서 마지막 아침이기 때문에 제일 비싸 보이는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렸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 혼자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일본에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혼자 먹어도 딱히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식사를 끝내고 난 뒤에 부산 사는 동생을 공항으로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고, 예비 군인 동생과는 캐널시티(지도)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늘 나는 주목적이 쇼핑이었기 때문에 마침 비도 오고 딱 좋다고 생각했다.
전에 여자 친구와 왔을 때에도 캐널시티만 구경하는데 꽤나 시간을 보냈던 것이 기억나서 다 돌아보진 않고 필요한 곳만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 캐널시티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무인양품!! 그전에 여자 친구가 러시를 좋아해서 선물을 사기 위해 러시부터 들렸다.
이제 캐널시티 정도는 구석구석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기억을 더듬어 러시로 이동했다. 이번에 러시를 방문했을 때 새로 나온 제품들도 많이 보였는데 일단 비누는 기본적으로 구입한 뒤에 추가로 다른 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마스크팩에 관심을 보이니 엄청 섬세해 보이는 남자 직원분이 다가와서 계속 테스트를 해보라며 권유하길래 마지못해 했는데 생각보다 피부가 매끈해지고 보습효과가 뛰어나서 바로 제일 인기 있는 제품을 추천받은 뒤 계산해버렸다.
러시를 나와 그다음은 무인양품으로 향했는데 캐널시티의 무인양품이 잘 꾸며져 있던 기억이 나서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었다. 무인양품 카페도 있고 서점도 있고, 가구를 이케아처럼 전시해놓은 전시장도 있어서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할 것 같다.
물건값은 한국이랑 비슷해서 살 필요성을 크게는 못 느꼈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 게 무인양품 제품들 같았다. 특히 따로 나오는 서적 같은 경우 무인 양품답게 심플하고 간결하게 책 디자인이 되어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구 인테리어들을 보면 온 집안을 무인양품으로 통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는데 그렇게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디자인들인 것 같다.
캐널 시티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러 가다가 보게 된 화장실 픽토그램. 각 화장실의 사용구 분과 그 안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픽토그램을 구분해서 나타냈는데, 이쁜 것보다 참 실용적으로 디자인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서 찍게 되었다.
캐널 시티를 떠나기 전에 여자 친구한테 추천받은 파르페 집. 전에 왔던 타코야키 바로 옆집이었는데, 가격이 저렴한 파르페를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오게 되었다. 거의 기본이 300엔 정도인데 크기도 크지만 과일들도 알차게 들어가 있어서 캐널 시티에 왔다면 한 번은 사 먹어볼 만한 것 같다!
빈자리에 앉아서 쭈그려 파르페를 맛나게 먹고, 캐널시티를 나올 때쯤에는 운이 좋게 비가 그쳐서 다음 먹방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음 먹방 목적지는 어제 지나쳤던 치즈케이크 전문점이었는데 구글 지도에서 평이 너무나도 좋아서 꼭 사 먹어보겠다 생각했던 곳이었다.(지도) 당일 케이크를 다 판매하면 더 이상 판매 안 하는 곳이었는데 점심 좀 지나서 갔는데도 이미 하나밖에 안 남아있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구매했다. 가게 안은 엄청 작기 때문에 어디 앉아서 먹기는 힘들어 보여 바로 나와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후쿠오카의 만다라케. 도쿄에 가면 더 큰 만다라케가 있다는데... 한번 가보고 싶은 곳. 그나마 후쿠오카와서 한 번은 가보는 곳인데 정말 오래된 장난감과 게임기, 그리고 만화책 등을 판매하는 곳이라 평소에 찾기 힘들었던 옛날 제품들을 운이 좋다면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프리미엄 가격이 붙은 것들은 꽤나 비싸다. 다행인 건 현금을 대부분 사용하는 일본에서 비자카드가 먹히는 곳이라서 혹해서 큰돈을 쓰게 될 수도 있는 곳 중 하나다. 정말 매니악한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눈 돌아간다!
그다음 이동장소는 바로 마블 전시!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마블 전시를 일본 여행 와서 보게 되었다. 그전에 왔을 때에는 포스터를 발견하지 못해서 언제 하는지도 몰랐는데 후쿠오카에 다시 도착하니 이 포스터를 보고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꼭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간을 쪼개서 전시를 구경하러 갔다.
전시장 내부는 아예 촬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찍지는 못했고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언맨 모델들과 사진 한 장 찍은 것이 전부다. 이 전시를 보기 전에는 마블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기본적인 마블의 역사 스토리와 각각의 캐릭터 스토리, 그리고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의상과 아이템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전시의 퀄리티보다 가격이 꽤나 비싸다고 생각은 했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전시를 볼 수 있었다는 것과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에서 꽤나 괜찮은 굿즈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전시를 보고 나온 뒤에 마지막으로 이치멘 라멘을 저녁으로 먹고, 집에 가지고 갈 선물들을 좀 구입 한 뒤에 지난번 만났던 후쿠오카에서 일하면서 산다는 형의 집으로 초대를 받아 그곳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마지막 날 정말 많은 것을 했구나 싶다....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제대로 된 사진도 못 남겼지만 일본의 아파트 같은 곳에 직접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고 구조도 알차게 쓸 수 있게 되어있는 것에 놀랐다. 형과는 간단하게 맥주 한 캔과 몇 개의 안주거리로 배를 채운 뒤 일본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플스 4프로도 직접 구경해봤다. 형과 짧고 아쉬웠던 시간을 뒤로 한채 숙소에 너무 늦게 들어가면 안 되기에 일찍 헤어졌다. 형한테 후쿠오카에서 너무 많이 얻어먹었기에 다음에 한국에 오시면 내가 대접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정리를 좀 하고 새벽에 나와 돈키호테로 향했다. 오늘의 마지막 쇼핑이었는데 낮에 너무 사람이 많아 도저히 쇼핑을 할 수 없어서 사람이 적은 새벽에 가서 여유롭게 쇼핑을 했다. 강아지들 줄 선물들도 사고, 퀄리티 좋은 일본 생활 용품들도 구매했는데 사실은 예상에 없는 지출이었지만 마지막 날이다 보니 거의 10만 원어치를 구입했던 것 같다...
폭풍 쇼핑을 하고 야경을 보며 한 바퀴를 돌다가 우동집을 발견해 그릇 뚝딱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는데, 그렇게 긴 3주의 규슈 여행 마지막 밤이 정말 많이 많이 아쉬웠다.
돌아가는구나...
9월 8일
후쿠오카 4일 차 > 한국으로
어제 그렇게 비가 왔는데 떠나는 날인 오늘은 정말 거짓말처럼 너무너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돌아가기 싫어지는 날씨였지만, 돈도 다 떨어지고 몸도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공항으로 가는 전철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후쿠오카공항역에서 내린 뒤 1A 출구로 나가면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데 후쿠오카에 도착했을 때 내렸던 그 장소에서 다시 타게 되면 공항으로 가게 된다.
후쿠오카에 도착했을 때 버스 탔던 바로 그곳에서 다시 내리게 된다. 이렇게 공항으로 도착하면 실감하게 되는 여행의 끝...
어떻게 애매하면서 길었던 3주간의 솔로 규슈 여행이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은 거의 쇼핑만 하느라 거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구경만 해서 여행기를 써야 하나 마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하려는 분들에게 마지막까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썼다. 개인적으로 다른 곳은 몰라도 치즈케이크만큼은 꼭 먹어봤으면 한다!
이렇게 여행기를 제대로 마무리한 적도 이번이 처음이고, 남들에게 글을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쓰면서도 부족한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참 재미없는 글들을 커버하기 위해 그래도 정보와 사진으로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뭔가 이곳에 후기처럼 글을 쓰고 싶지만 그것은 마지막 후기 페이지를 써보려고 한다.
허접한 여행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