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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Feb 11. 2019

4년 뒤의 미래, 여기서 확인하세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4YFN 탐방기 [1편: 데이터 분석]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피시방에서 '배틀그라운드'를 하고 '인어교주 해적단'이 추천한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가 앞장서서 카드로 계산하자  친구는 ‘더치페이 하자’며 '토스'로 3만 원을 보내주었다.  나는 곧장 들어온 돈을 '뱅크 샐러드'에서 확인하곤 도대체 만기가 오지 않는 적금에 넣었다.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타다'를 불렀다. 차 안에서는 '틱톡'으로 구독한 영상을 보며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둘러보았다. 이제 집에 가면 오늘 겪은 일을 '브런치'에 꼼꼼히 쓰고 자야지.


이 시시껄렁한 이야기에 등장한 모-든 서비스는 4년 전 오늘인 2015년 2월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훌쩍 변해 고작 4년만에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들이 한 사람의 일상을 촘촘히 채워 넣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4년의 세월이 더 흘러 2023년이 되었을 때, 과연 어떤 서비스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을지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인데, 혹시 1분 미리 보기 서비스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을까.


'공인인증 해방!' 토스는 정확히 4년전인 2015년 2월 출시되었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4YFN(Mobile World Congress 4 Years From Now)는 바로 이렇게 4년 뒤의 미래가 궁금한 꿈돌이들에게 짤막한 예고편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이름부터 4YFN = 지금으로부터 4년 뒤) 이 행사에서는 미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전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서비스를 4일간 자랑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스타트업 천하제일 무술대회라 보면 되겠다.


자신만만한 창업가들이 우글우글대는 이 스타트업의 성전에 내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도 우연치 않게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대학생 배낭여행 시절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곤 불구대천의 원수라 여겼던 바르셀로나에 업무차 방문하려니 기분이 참 알쏭달쏭하다. 하지만 비싼 항공권(150만 원), 살인적인 숙박비(평상시의 6배!), 말도 안 되는 전시료를 내고 참가하는 행사이니만큼 한 명이 가서 얻어오는 지식이 수백수천 명에게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르포’를 작성해볼 요량이다. (사실 누가 시키는 사람은 없지만...(쭈글))


사진만 봐도 인싸들의 세상인 것 같다


이 르포는 앞으로 총 4-5편에 걸쳐서 작성할 예정인데, 1편에서 써 내려갈 내용은 ‘4YFN 참여기업 전체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다. 잔칫집도 뭐가 맛있는지 알고 가야 잘 먹고 온다는 옛말(어머니 말씀)이 있다. 수백 개의 업체가 출전하는 국제 전시회도 전시회 구성이 어떻고, 무슨 기업들이 참여하는지 안다면 더 많은 것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4년 뒤 출현할 서비스들이 어떤 종류인지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보여주는 유리구슬' 관찰처럼 흥미진진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4년 뒤의 패권을 노리는 ‘야심작’들의 구성을 분석해 보자!


분석 쪼렙은 주피터를 킵니다


먼저 전시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출전 업체가 몇 개인고' 살펴보니 2019년 2월 10일 기준으로 702개의 업체가 등록되어 있다. 이걸 일일이 클릭해서 확인하려면 마우스도 나도 녹초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지라 간단한 Python 웹 크롤러를 작성해 데이터를 전부 모아보기로 한다. 한 시간 정도 코드를 뚝딱뚝딱 만들어 출전 업체 리스트를 읽어 내니 702개의 회사가 빼곡히 들어찬 엑셀 시트 하나가 탄생했다. CPU의 중노동이 깃든 이 소중한 엑셀 파일에는 ‘출전 업체 이름, 행사장 위치, 업종, 상세 설명, 이메일, 전화번호’ 등이 담겨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은 댓글에 남겨주시길)

첫 번째로 해볼 분석은 출전 업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업체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산업들이 스스로를 ‘유망하다’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업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지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요즘 대세, 그리고 4년 뒤의 대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상단에 있는 모빌리티, 리테일, 헬스케어가 벌써 50% 정도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모빌리티 관련 사업(전동차/카풀/자율주행 등)이 15.7%로 1위를 차지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카카오 카풀이 택시업계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은 확실히 전 세계적 트랜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유통 리테일(온라인 커머스/ 배송 서비스 등) 사업이 13.3%로 2위에 올랐다.  얼마 전 쿠팡이 수천억 원을 투자받았다던데 과연 유통 분야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듯하다. 또 하나, 헬스케어 업종(모바일 건강관리/ IoT 의료 기술 등)의 약진이 뚜렷했는데, 일일이 서비스를 들여다보면 온갖 신통방통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유전자 분석 등)


에너지, 핀테크, 5G 비중은 현저히 낮다


반면 제조, 에너지, 핀테크 업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훨씬 낮았다. 5년 전쯤 핀테크 관련 기술이 ‘뜨거운 감자’였던 때와는 조금 달라진 모양새인데, 이제 금융 영역이 ‘따뜻한 감자’ 정도로 변화한 것 같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5G와 관련 업체들이 아직 매우 적다는 사실이다. (1.8% 수준) 세계의 수많은 통신사가 5G가 불러올 새로운 미래를 멋지게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아직 스타트업들은 5G에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업체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분석해보았다. 개별 업체들의 소개 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모두가 5-10 문장에 걸쳐 ‘우리는 어떤 업체구요, 뭘 하고 있구요, 꿈은 뭐예요’라는 식의 소박하면서 동시에 웅장한 자기소개를 적어 놓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자기소개에서 ‘자주 쓰는 단어’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올해 출전한 업체는 대략 이렇습니다’를 뽑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주 간단한 자연어 처리 과정(Stemming Lematizing 등)을 거쳐 이들이 쓰는 단어들을 ‘구름 형태’로 만들면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온다.


분석적으로 별 의미는 없지만 직관적인 워드 클라우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Platform’과 ‘Data’다. Mobile 서비스 업체들이 출전하다 보니 결국 모두 ‘Data 기반 Platform’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업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개의 단어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았다.


답은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인가 보다


결국 이 내용을 조합해 보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올해 MWC 4YFN 출전 기업들은 'Data'를 활용해 'Mobile' 'Platform'을 구축하려는 'New'한 'Startup'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User'를 도와 혁신적인 'Experience'를 'Make'하는 업체들]이라는 문장을 만들 수도 있겠다.

마지막 데이터 분석으로는 업종별 추천 리스트 10개 업체를 뽑아보았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전부 적기엔 내용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추천 업체들은 직접 방문해보고 실제 알짜배기 업체들만 추려 다음 편에 적어볼 계획이다. 그럼 이제 한량 특파원은 고통스러운 12시간 비행을 떠나보려 한다. (비행기 타는 것 세상에서 제일 싫어함) 부디 이 무사안일주의자에게 순조로운 여정을 기원해주시길. 다음 편은 저 먼 이국의 땅, 바르셀로나에서 작성해 볼 생각이다. 아스타라 비스타!(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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