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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n 23. 2019

브런치, 다음엔 좀 더 즐겁게 만나요!

소수의견: 서울 국제도서전 브런치 부스 관람 후기


‘오빠! 코엑스 도착하면 브런치 부스부터 가는 거야!’, 토요일 점심, 서울 국제도서전에 가기 위해 집 앞 버스를 타는 중이었습니다. 옆자리에 계신 여자분이 신이 난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 상대방에게 저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죠. ‘아니, 집 앞에서 저런 말을 듣는다고? 이거 사람에 깔려 죽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이 현실인 것을 확인하는 데는 딱 45분이 걸렸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책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ㄷㄷ)


아니 이 줄 실화야?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처음으로 오프라인 소풍을 나왔다는 브런치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부스는 전반적으로 정말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또 브런치가 평상시 주창하는 ‘글쓰기 빼고 잡다한 건 다 없애’라는 미니멀리즘도 전시 공간 곳곳에 구현되어 있었지요. 저 또한 올해 회사에서 전시회 복(?)이 터져서 부스 운영만 3번을 했었는데요. 이렇게 인파가 폭발하는(?) 전시를 4일 동안 계속하면 담당자가 얼마나 죽을 맛일까 싶어.. 동병상련의 마음도 조금 들었습니다.(슬픔)

이번 국제도서전은 인터넷에서만 보던 브런치를 실물로 접할 수 있다는 면에서 무척 신기하고 뿌듯한 행사였습니다.(짝짝) 하지만 사실 저는 이번 전시가 아주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는데요. 그래서 이번 전시 관람기와 그때 느낀 아쉬운 점을 여기다 찬찬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전시회에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은 ‘아 이런 전시였구나' 간접 경험을 하셨으면 하고, 전시회에 다녀오신 분은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생각을 공유해주셨으면 하고, 혹시 브런치 팀이 보신다면 꼼꼼한 관람객 피드백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관람했어요


우선 브런치 부스에 도착하면 이곳에서도(...) 엄청난 인파를 마주하게 됩니다. 먼발치에서 브런치 로고를 보고 ‘설마 저게 줄?’ 이러면 그게 줄입니다.(ㅇㅇ) 아침 일찍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맨 뒤에 줄을 서면 아주 서어-서어-히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전시 기획팀이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출간 작가들의 ‘작가 후기’가 줄 옆에 하나씩 배치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루한 대기시간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된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응 또 줄 서


아무튼 이렇게 20분 정도 기다려 (보통 10분에서 길게는 30분까지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부스 내로 입장하게 되면 맨 처음에 프런트 가이드 분이 나와 안내를 해주십니다. 보통 브런치 인스타그램 팔로우하는 법(이것 때문에 5년간 저항하던 인스타 처음 깔아봄..)을 알려주시고 8개 글쓰기 장르 중 자기가 맘에 드는 테마 하나를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두라고 하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에세이 장르를 골랐습니다. 혹시나 제가 아는 분이 나올까 해서요.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크게 3가지 공간이 있는데요. 하나는 사진 존, 하나는 출간 서적 존, 마지막은 큐알코드 존입니다. 먼저 사진 존의 경우는 겁나 예쁘게 꾸며진 서재(?)에서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작가처럼 컨셉을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죽기 전에 이런 서재 하나 꾸민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은..)


인생.. 성공... 서재.. (메모)


두 번째 출간 서적 존은 브런치를 통해 출판까지 등정(!)하신 작가님들의 책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사람은 편안히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바 테이블도 갖춰져 있는데요. 하지만 올망졸망한 눈빛으로 대기줄에 서있는 사람들을 본 뒤에 거기 앉아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철면피는 거의 없습니다. 다들 스르륵 한번 둘러보고 후다닥 출구로 가십니다.


대단하신 분들..


마지막 세 번째는 큐알코드 존인데요. 바로 여기서 입장 할 때 테마를 생각해놓으라고 했던 이유가 나옵니다. 부스 한복판에는 칵테일 바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서 계신 가이드분께 ‘저는 (늘 마시던) 에세이요’ 하고 말씀드리면 마치 잔 하나를 내어주시듯 브런치 에세이의 주소가 담긴 큐알코드 하나를 선택해주십니다. 사실 저는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음..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퇴장하게 되었습니다.


호옹...




이런 점이 아쉬웠어요


전시 콘텐츠에 브런치의 핵심가치가 담겼다면 더 좋았겠습니다.


제가 파악한 이번 전시 부스의 목적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기’와 ‘사진을 통한 온라인 버즈 만들기’였습니다. (애초에 부스가 너무 예뻐서 사진 찍으면 다 인생 샷으로 나오니 인스타 장소로는 최적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으로 서비스 전시회의 흥행도를 측정하는 정량 지표일 텐데요. 하지만 전시 부스의 주목적으로 잡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랑스러운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점을 오프라인 체험에 녹여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전시 동선은 이런 방식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전시 구성을 브런치 작가가 되는 과정을 따라가듯이 꾸며보는 건 어땠을까요? 이번 방문객들을 보면 브런치의 슈퍼 팬도 많았지만 ‘그냥 독자니까’ 오신 분도 많았고 ‘브런치를 잘 모르는데 팬층에 끌려서(?) 온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 앞 관람객은 브런치 독자인 딸이 브런치를 모르던 엄마를 데리고 왔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모두 나중에 예비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일텐데요. 이분들을 위해 ‘현재는 책까지 내신 작가님들’이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될 꼬꼬마 무렵, 어떤 지원서를 썼는지’ 보여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개 첫걸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으로써 말입니다.


그와 더불어 이 과정에서 짧게나마 글쓰기 체험을 넣는 것은 어땠을까요. 예를 들어 사진 존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비해 놓은 아날로그 타자기에 짧은 문장을 하나 치면 그것을 QR코드 바에서 책 모양의 엽서로 뽑아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그때 쓴 문장을 브런치에 모은 후 브런치 팀이 선별해서 업로드해주는 것도 좋은 방식이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글을 QR코드로 소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가 썼던 글이 ‘엽서 출판’되거나 누군가에게 읽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브런치의 멋진 핵심가치가 훨씬 더 잘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부스를 따라가며 작가가 되는 과정을 형상화


방문객 후기를 모았다면 더 좋았겠습니다.


이번 전시에 방문했던 사람의 80%는 일반적인 대중이 아닙니다. 달리 말하면 평일이나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 입장권을 구매하고, 적어도 1시간 이상 기다리며 브런치 부스를 찾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브런치에 정말, 정말 깊은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아마 저와 동일한 시간대에 함께 대기하신 분들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이런 사람은 작가이건, 혹은 독자이건 브런치 입장에서는 가장 소중한 팬층일 겁니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볼 수 있는 창구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능한 의견 표출이라고 한다면 저처럼 근처 카페에서 방구석 장문을 쓰거나 인스타그램에 한줄평을 올리는 것 정도일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관람객 버즈를 분석하라고 하면 인스타그램 키워드로 워드 크롤링을 해서 업로드된 의견을 모아 보는 것 정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SNS 버즈는 정말 ‘버즈’ 이상의 의미 있는 후기는 잘 나오지 않는지라 서비스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의견을 받아보는 것이 소중합니다.


기왕 방문했던 사람들이 행사장에서 짧게나마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서비스 입장에서 굉장히 소중한 사금파리들이 가득 모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전시가 끝나고 나가는 출구에 단말기를 3대 정도를 구비해 놓고 ‘브런치에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혹은 ‘오늘 전시 어떠셨나요?’ 등의 의견을 물어보았다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지 않았을까요. 더불어 전시가 끝나고 행사를 복기하거나, 후기 공지를 쓸 때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서 데이터 분석 리포트로 정리했다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더 뜻깊은 후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관람객이 나가기 전에 의견 모으기




그 외에도 ‘굿즈 구매 코너가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작가분을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등등의 생각도 들었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담당자분이 무척 가슴 아픈 일이 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생각은 하셨겠지만 예산과 장소, 관람객 규모가 발목을 잡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너무 일찍 끝나서 아쉽..


아무튼 쓰다 보니 아쉬운 점만 잔뜩 써놓은 것 같지만 종합적으로 무척 공들인 것이 느껴지는 소중한 전시였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서비스가 이렇게 쟁쟁한 출판 업계 관계사들 사이에서 가장 멋진 부스로 우뚝 서있는 것을 보니 저까지 마음이 참 뿌듯했구요. 앞으로도 브런치가 원하는 핵심가치를 잘 이룰 수 있길, 그리고 그 과정에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길 응원하겠습니다.


관람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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