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 우리 리포트 좀 보고 가세요!
올해의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를 출간했다.
2022년 다이어리가 쏟아지는 연말,
혼자 당당하게 '아직은 2021년'을 주장하는
푸르스름한 책자를 보자니 감개무량하다.
집필진으로서 지난 6개월의 창작과정을
1) 발단, 2) 전개, 3) 위기, 4) 절정, 5) 결말
5단계로 술술 풀어보고자 한다.
그럼 스타트!!
입사하고 3달쯤 지났을 때였나.
2021 모빌리티 리포트를 만들 목적으로
서비스 별로 ‘글깨나 쓰는’ 담당자를
한 명씩 보내달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하루도 안되어 그 담당자는 내가 되었는데,
문제의 발단은 입사 초기 자기소개였다.
1) ‘취미로 브런치를 해요’로 시작한 말이
2) ‘재 브런치 작가라던데?’가 되었고,
3) ‘재 작가라서 글을 되게 잘 쓴대!’(?)로 변질되어
4) ‘올해의 담당자, 잇츠 유’까지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징집된
열댓 명의 각종 서비스 담당자들은
(택시, 내비, 대리, 주차, 바이크 등)
20%의 묘한 글부심과 80%의 깊은 부담감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자기소개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저는 OO팀 담당자 김땡땡입니다.
입사한 지 이제 3달 되었어요.
카카오모빌리티의 연간 리포트는
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7년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만들었으니
올해가 벌써 5번째 출간인 셈이다.
이 뿌리 깊은 명맥은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장점은 과거 자료에서 참조할 내용이 많다는 점이고
단점은 이미 재미있는 주제가 대부분 고갈되었다는 점.
우선 자기 표절을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막기 위해
과거 5년 간의 리포트를 샅샅이 읽었다.
선조들의 지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에는
올해 리포트 작성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과거 리포트보다 무조건 재미있게 쓸 것.
둘째. 시대상(이라 쓰고 코로나라 읽음)을 담을 것.
셋째. 모빌리티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도 쉬울 것.
소설가 김영하 선생님은
글을 쓰려면 ‘재미, 지식, 감동’ 중에
하나만 담아도 성공이라고 말씀하셨다.
글쓰기 쪼렙인 나는 되도록
‘재미’ 딱 하나만이라도 담고 싶었고,
기회가 된다면 ‘지식’ 정도를 노려볼만했다.
모빌리티 리포트가 개드립만 치면 되는
개그 리포트라면 좋았으련만..
이 책자는 엄연히
대한민국 1등 모빌리티 IT기업이
한 해 꼬박 바친 농사의 결과물을
휴롬 녹즙기로 쥐어짜듯 만든
작품 중의 작품인지라
알찬 데이터와 도표를 꽉꽉 담고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서비스 담당자들이
재미있는 데이터 주제를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이를 아름다운 그림으로까지 표현해야 했는데
사실 글을 쓰는 것보다 이 과정이 50배쯤 어렵다.
서비스 기획자는 보통
‘이거 해주세요’, ‘이거 돼요?’, ‘이거 할 수 있죠?’
처럼 글자로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 말들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입장인데, 책을 쓸때도 여지없다.
이런 요청을 묵묵히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천재 데이터 분석가와 금손 디자이너들.
비유하자면 기획자가
1) ‘이런 다이아몬드가 예쁠 것 같아’
2) ‘저쪽 광산에 있을 것 같아’ 하면
분석가는 갱도에 들어가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고
디자이너는 그 원석을 예쁘게 가공을 해주는 셈이다.
기획은 이렇게 반짝 거리는 보석에
이해하기 쉬운 설명서만 달아주면 된다.
'이 보석은 정품이고, 3만번 깎아.. 어쩌고저쩌고..'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초고는 걸레짝이다’
책의 초고를 쓰고 나면 이제 이 넝마 자루를
삶고 빨아 뽀송한 호텔 수건으로 만들어야 한다.
퇴고는 크게 2단계로 거친다.
첫 번째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두 번째는 동료들과의 합의.
우선 1) 셀프 퇴고의 경우,
‘분명히 며칠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헛소리를 이렇게 길게 써놨지?’
라는 탄식을 반복하며 고치고 또 고친다.
두번째는 2) 동료의 퇴고다.
서비스를 바라보는 담당자 개인의 좁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해 초고가 나오면 즉시 진행한다.
함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리포트의 1) 목차와 2) 콘텐츠를 공유하고
더할 것과 뺄 것을 피드백받는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서비스에서 꼭 해야 하는 말을 빼먹거나,
매우 민감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는 실수 생길 수 있다.
종이책은 한번 나갔을 때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
이번 모빌리티 리포트는
‘이동’과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을 주제가
페페로니 피자에 페페로니처럼 듬뿍 담겨있다.
1. 대리운전 부르면 오는 기사님이 누구실까?
2. 카카오 T 택시로 제일 멀리까지 간 사람은?
3. TV에 맛집이 나오면 언제까지 사람이 많을까?
4. 카카오 T 바이크는 어떻게 출고될까?
기획자, 분석가, 디자이너 모두가 힘을 합쳐
올 한 해 대한민국 모빌리티 업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글이라 자부하며 만든
2021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모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https://brunch.co.kr/@kakaomobility/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