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Lewis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요즘 브런치에 글쓰는데 취미를 붙이다보니 앱을 실행할 때면 매일 마주하는 문장이 하나 생겼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당신은 글쓰기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명언이지만 이 말을 남긴 사람, 'C.S.루이스'의 이름값을 보면 글귀의 무게감이 사뭇 남다르게 느껴진다. 왜 명언은 그 말을 했던 사람의 인생에 의해 진정성이 결정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순신 장군께서 남긴 '살고자 하면 죽을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것'이라는 사자후가 길이길이 회자되는 이유는 그분이 실제로 그런 삶을 사셨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C.S.루이스는 대체 글쓰기로 이 세상에 무엇을 만들어 왔길래 감히 저런 말을 남긴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이전에 C.S.루이스의 독자로서, 이 작가가 글쓰기로 만들어낸 가치들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모쪼록 브런치의 인삿말이 전하는 중저음의 울림이 나 외에도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루이스는 톨킨, 르귄과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꽤나 다양한 세계관을 창조해냈고 많은 작품들이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을 딱 하나만 꼽자면 영화로도 제작된 '나니아 연대기'가 있을 것이다. 연대기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출한데, 남매가 옷장을 열고 들어가보니 '사람 말을 하는 사자'가 다스리는 세상이 있고, 그와 함께 나니아에서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골자다. 얼핏 전래동화집에 꽂혀있을 것 같은 스토리이지만, 루이스가 대단한 점은 이 세계관에 메타포와 상징을 가득가득 담아냈다는데 있다.
물론 루이스 스스로도 작품안에 '기독교의 메타포와 교훈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만큼 조금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개인적인 의견) 더불어 플라톤의 철학까지 작품 전반에 면면히 흐르고 있으니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읽는 재미가 절반으로 깎여나간다.(필자도 어렸을 적에는 그냥 읽으라니 읽었던 것 같다.) 반지의 제왕 같은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비교적 독해가 수월하겠지만, 해리포터처럼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 활극을 꿈꾸는 독자라면 상세한 묘사, 신학적인 메타포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루이스가 창조한 세상의 가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때로 해외의 유명 작가들의 대담집이나 인터뷰를 보다 보면 '나는 나니아 연대기 덕분에 신앙을 가지게 되었어요'라던지 '나니아는 내 상상의 문을 열어주었죠'와 같은 표현이 종종 나온다. 이런 점을 보면 그가 창조한 세상은 정말 많은 창작자들에 긍정적을 영향을 끼쳐왔다고 할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루이스는 소설가 보다는 기독교 변증가(비기독교인들의 공격에 대해 신앙을 합리적으로 변호하고 제시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로서 잘 알려져있다. 당장 유투브에서 한국어로 'C.S.루이스'라고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영상이 루이스의 변증에 대한 목사님들의 강연이니, 신앙에 대해 그가 가진 영향력을 십분 느껴볼 수 있다. 기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루이스의 변증은 한번쯤 들어보는 것이 좋은데, 왜냐하면 그의 합리적인 변증이 비기독교인들에게 조차 납득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에 커다란 업적을 세우며 수많은 저작들을 남겼지만,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루이스가 신앙인으로서 했던 생각들이 한껏 녹아들어가 있다. 그는 한때 기독교 교리를 저버렸다가 회심(다시 종교에 귀의함)한 전력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신앙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의문들을 몸으로 숙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책에서 그는 단순히 '교리만을 믿으라!' 하고 강제하는 전도는 복음을 퍼트리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하나의 교리를 잘 서술하고 성경에 대한 의문을 신도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들어 그는 '신이 정말 완벽하다면 인간은 왜 악행을 합니까?'와 같은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신앙의 편에서 논리적인 답변을 만들어 낸다. 그의 대답은 이런식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악행을 할 수 있음에도 선행을 하기로 선택하는 것이 신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선행이며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는 것이다. 그는 교리로서 교리를 방어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바로 부터, 혹은 세속의 학문에서 공부하는 내용으로부터 신앙의 실마리를 찾아내고자 하였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루이스는 '반지의 제왕'을 쓴 작가 J.R.R 톨킨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친구였다. 두 사람은 옥스퍼드 대학 교수 시절 간담회 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서로 생각하는 바가 척척 맞아떨어졌던지 얼마 안가 둘도 없이 막역한 친구사이가 된다. 루이스는 톨킨에 대해 '내가 만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고, 톨킨은 루이스에게 '나의 유일한 청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간질간질한 말들을 주고 받은 것을 보면 두사람이 서로의 문학에 대해 끼친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가 톨킨에게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던 작품은 단연 '반지의 제왕'이다. 그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이 되면 루이스의 집 거실에 둘러앉아 각자가 써온 작품에 대해 읽어주곤 했는데 이때 톨킨이 낭독했던 작품이 '반지의 제왕'이었다. 루이스는 낭독회가 열릴 때마다 '이건 너무 늘어지는걸?', '여긴 서술이 부족하지않나?', '오늘은 왜이렇게 분량이 적은가(?)'등의 지적을 하며 톨킨의 창작을 응원하는 동시에 압박했다.
반지의 제왕을 보면 앤트(Ent)라는 오래된 나무 종족이 나오는데 톨킨이 나중에 언급한 바에 따르면 비평을 할 때 헛기침을 자주하던 루이스가 이 종족의 모티프이다. 이렇게 아낌없는 칭찬과 혹독한 비평을 동시에 나누던 루이스였던 만큼 '반지의 제왕'의 첫번째 원고가 나왔을 때 그는 정말 뛸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 쏟은 모든 시간이 정녕 헛되지 않았다' 라는 루이스의 갈무리는 그 이후로도 톨킨이 창작 활동을 하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응원이 되어주었다.
나는 '글쓰기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가진 무게감이 좋다. 이 말은 글쓰기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는 좋은 글귀라고 생각한다. 루이스는 '신의 창조물인 인간'이 만들어 내는 '작은 창조'를 글쓰기라고 보았고 그 가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Anything)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는 브런치에 정성스럽게 글을 쓰는 모든 작가들이 '글쓰기로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는 핵심가치를 공유하길 바란다. 그래서 루이스가 말했던 것처럼 브런치 작가들이 같은 진리를 보는 친구가 될 때, 앞으로도 더 많은 가치와 새로운 창조가 이 공간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친구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 동시에 보고 나누는 진리입니다.
C.S. Lewis